
마치 사람처럼, 초파리도 실연하면 알코올에 탐닉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런데 이런 행동에 혹시 특정 뇌세포나 신경 회로가 관여할까. 앞으로는 초파리의 신경망과 행동의 관계를 담은 ‘뇌지도’만 보면 알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캐리 프리브 교수팀은 초파리의 신경 섬유 1054개를 ‘광유전학(옵토제네틱스)’ 기술을 이용해 일일이 확인했다. 광유전학은 뉴런을 유전학적으로 조작해, 빛을 쬐면 뉴런이 활성화되면서 신경 네트워크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프리브 교수는 초파리 3만7780마리의 신경 섬유에 일일이 빛을 쬐어 활성화한 뒤, 그 신경 섬유가 활성화할 때 초파리가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조사해 목록을 만들었다. 초파리의 ‘행동 뇌지도’가 나온 셈이다. 연구팀은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도는 동작’ 등 특정 행동과 관련이 있는 뇌 신경 회로를 29개 찾아낼 수 있었다. 구체적인 행동을 담당하는 뇌 신경 회로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프리브 교수는 “계속해서 다양한 행동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4월 3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