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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생명체는 존재할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아마도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활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렇게 말했을까.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실제로 우리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최소 1000억 개 정도 있다. 그리고 우주에는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가 또 2조 개 가량 있다. 태양계가 1023개나 있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우주에 있는 별의 개수가 지구의 해변에 있는 모든 모래 알갱이들의 숫자만큼 된다고 할 때 태양계는 모래알 한 개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외계생명체조차 증명하지 못했다. 2010년 12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외계생명체의 증거로 ‘비소 박테리아’를 발표했을 때 처음으로 미스터리가 풀리나 싶었다. NASA는 미국의 한 호수에서 발견한 박테리아 ‘GFAJ-1’이 지구의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원소 6가지(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 중 인을 비소(As)로 대체하고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은 생명체의 설계도인 DNA의 기본 성분이며, 생명체의 주된 에너지원인 아데노신3인산(ATP)도 인을 사용한다. NASA의 주장대로라면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6대 원소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깨진 셈이었다. 


그런데 1년 반 만에 반박 주장이 나왔다.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 같은 정밀한 장비로 박테리아의 DNA를 분석해보니 비소가 인을 대신했을 때 나와야 할 디옥시아데노신일비산(dAMA)이 검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비소 박테리아’는 결국 고농도의 비소 환경에서도 견뎌내고 살아남은 박테리아였다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외계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가까운 태양계 내에서 외계생명체의 증거를 찾거나, 태양계 밖에서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찾거나, 고도로 기술이 발전한 외계생명체의 문명이 보내는 신호를 수신하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태양계를 수색하는 방법은, 태양계처럼 작은 영역에서 생명체가 서로 독립적으로 발생했다면 우주 전체로 보면 생명체가 우글우글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의 증거가 발견될 확률이 가장 높은 후보는 유로파와 화성 두 곳이다. 유로파는 목성의 위성으로 얼음층 밑에 태양계 내에서 가장 큰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체 상태의 물은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하고 물질을 잘 용해시킨다. 

 


한편 화성은 최근 미국, 러시아 같은 우주 강국이 가장 경쟁적으로 연구하는 행성이다. 일교차가 심하고 사막폭풍이 몰아치는 살벌한 환경이긴 해도 토양과 대기에 메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메탄은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다. 특히 산소가 풍부하고 수소가 희박한 화성의 대기 환경에서 생명체가 생명 활동을 하면서 메탄을 내뿜지 않는다면 자연적으로 메탄이 생성될 확률은 0에 가깝다. 


화성에 메탄이 어느 정도 존재할지 예측값은 나라마다 다르다. NASA의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는 화성 대기에 메탄이 0.2~0.7ppbv(parts per billion by volume·전체 부피의 10억분의 1) 존재하다고 밝힌 반면, 러시아의 ‘엑소마스’는 화성 대기의 메탄 농도가 0.05ppbv로 사실상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불일치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성의 토양을 직접 지구에 가져와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NASA는 2020년 7월 새로운 화성 탐사 로버 마스 2020을 화성에 보내 시료를 채취하고, 회수선에 실어 귀환시킬 예정이다. 같은 달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도 화성 탐사 로버인 ‘엑소마스 2020’을 화성에 보내 화성의 지표에서 메탄과 얼음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만약 태양계에서 끝내 생명체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외계행성들 중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있을 테니 말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포함한 여러 망원경은 지금까지 외계행성을 3944개나 찾았다(2019년 4월 기준). 


밝혀낸 외계행성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가령 거문고자리에서 약 14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행성 케플러-453b는 각각 태양의 94%, 20% 크기인 두 항성을 지구 날짜로 240일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이곳에 만약 외계생명체가 있다면 두 개의 태양이 뜨고, 두 개의 태양이 지는 삶을 사는 셈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과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가, 즉 ‘제2의 지구’라고 할 만한 지구와 유사한 행성이 있는가다. 지금까지 찾아낸 행성 중에서 10개 정도가 지구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2의 지구가 되기 위한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단단한 지각과 액체 상태의 물, 그리고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 사실 생명체는 온도가 300도가 넘는 심해 열수구나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동굴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는 있다. 


그러나 문명을 이룰 만한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추가로 필요하다. 우선 단단한 지각이 필요하다. 가스형 행성에서는 생명체가 공중에 떠다녀야 하므로 밀도가 낮은 단순한 신체 구조를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때 확실히 유리하다. 물은 극성을 띠기 때문에 물질을 잘 용해시킨다. 게다가 열용량(물질의 온도를 1도 높이는 데 드는 열량)이 커 행성 전체의 기후를 일정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외계행성이 액체 상태의 물을 갖기 위해서는 행성이 돌고 있는 항성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항성과 너무 가까우면 물이 수증기로 증발해버리고, 너무 멀면 얼어버린다. 


마지막으로 지적 생명체가 진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초신성이 폭발하거나, 활동성 은하핵에서 강렬한 감마선을 방출한다면 대규모 멸종이 일어날 것이다.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골디락스 행성은 우리은하에만 14억 개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 전체로 눈을 넓히면 대략 14조 개의 골디락스 행성이 있다. 모든 골디락스 행성에 외계문명체가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간단한 계산 결과는 나와있다. 모든 골디락스 행성에서 지구에서와 똑같은 과정을 통해 문명이 나타났다고 가정하면, 외계 문명이 생겨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45억 년이고 우리 은하에는 총 14억 개 정도의 외계 문명이 있다. 


반대로 우리은하에 지금까지 외계 문명이 한 번도 생겨난 적이 없다고 한다면, 골디락스 행성에서 외계 문명이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80억 년 이상이고, 앞으로 우리은하 안에 생겨날 외계 문명의 수는 6억 개다. 


골디락스 행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외계행성의 환경이 지구와 다를수록 생명이 있을 가능성은 줄지만, 그런 곳일수록 만약 생명체가 있다면 그 모습이나 생화학적 원리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을 것이다. 


실제로 호주 플린더스대 연구팀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프록시마 켄타우리 같은 적색왜성 주변 행성의 생명체를 상상한 모습을 보면, 피부는 투명한데 등껍질만 갑옷처럼 딱딱하다. SF영화에 자주 나오는 몸통에 머리, 팔, 다리가 달려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SF의 외계인이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진화했다면 전혀 이해 못할 콘셉트는 아니다. ‘수렴진화’ 이론이라고 해서, 서로 관련이 없는 생물도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면 비슷한 모습으로 변하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외계생명체라도 하늘을 날기 위해 날개를, 빛을 감지하기 위해 눈을 이용할 수 있다. 


그 외에는 모두 상상의 영역이다. 가령 생명체를 이루는 데 탄소결합이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외계행성에서는 탄소와 같은 족에 있는 규소로 이뤄진 생명체가 살 수도 있다. 규소는 탄소에 비해 결합력이 더 강하니까 외계 생명체의 몸이 좀 더 단단하고 뻣뻣하지 않을까. 

 


외계생명체를 찾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은 외계생명체가 보낸 신호를 수신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다거나, 그들이 탄 미확인비행물체(UFO)를 봤다거나, 심지어 그들에게 납치된 적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외계인 입장에서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도 거리가 4.24광년(1광년은 빛의 속도로 1년을 가야하는 거리)이다. 고도의 과학 문명을 지닌 외계생명체가 웜홀 같은 뒤틀린 시공간을 이용해 왔을 수도 있으나, 그 정도의 비용과 노력을 들여 온 것치고는 활동과 성과가 너무 없다.  


그렇다고 그들과 접촉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문명을 가진 외계생명체라면 어떤 식으로든 통신을 할 테고, 이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행성 밖으로 튀어나가는 전파를 만들 것이다. 


실제로 외계생명체가 쏜 전파를 포착하는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SETI)’, 줄여서 ‘세티’ 프로젝트가 60년째 지속되고 있다. 현재 세티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장비는 초창기 때보다 성능이 훨씬 업그레이드 됐다. 


1960년대 초반 미국 세티 연구소의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는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그린뱅크 전파천문대의 지름 26m짜리 안테나를 이용해 고래자리 타우 별과 에리다누스자리 엡실론 별을 탐색했다. 당연히 수 광년 떨어진 항성 두 개를 조사하는 것으로 외계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앨런 망원경 집합체(ATA)’라는 지름 6m짜리 전파망원경 42대로 2만 개의 적색왜성을 모니터링한다. 이것으로 적색왜성 주변에 지구와 비슷한 일곱 개의 행성이 돌고 있는, 외계생명체의 존재가 의심되는 행성계 트라피스트(TRAPPIST)-1 시스템도 집중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과학굴기를 보여주고 있는 중국도 외계생명체 탐색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2016년 완공한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패스트(FAST)를 가지고 외계생명체의 전파 메시지를 검출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동안 세티 프로젝트에서 감지할 수 없었던 우주 깊은 곳의 전파 신호까지 탐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외계생명체를 탐색하는 과학자들은 외계인을 찾는 노력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라디오 신호를 수신하고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이 불과 100년 전이니, 45억 년이라는 지구 행성의 긴 역사에선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임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외계생명체의 신호가 없을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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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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