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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꼬마선충으로 ‘제6의 감각’을 찾다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의 머리 근육에는 자기수용감각(proprioception)을 인지하는 신경이 들어있습니다. 자기수용감각 신경이 몸의 압력 변화를 느껴 예쁜꼬마선충의 움직임을 더욱 조화롭게 만듭니다. 연구를 위해 예쁜꼬마선충의 머리 부위를 따라가며 영상을 찍는 현미경을 직접 제작했죠.”


5월 3일 김규형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의 안내에 따라 연구실에 들어서니 책상 위에 놓인 현미경 두 대가 눈에 들어왔다.


김 교수는 “예쁜꼬마선충의 몸길이는 약 1mm”라며 “현미경을 이용하면 예쁜꼬마선충의 머리 속 신경세포를 400배까지 확대해서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수용감각은 신체 각 부위의 위치와 균형을 느끼는 감각으로 근육이나 힘줄, 관절의 움직임을 감지해 몸의 움직임을 조화롭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제6의 감각’으로도 불린다.


자기수용감각의 존재가 규명된 것은 2015년이다. 이때 자기수용감각 수용체가 처음 발견됐다. 김 교수는 “예쁜꼬마선충은 신경세포의 수와 신경망 지도가 밝혀져 있어 이를 이용해 자기수용감각을 연구하기 좋다”고 말했다. 

 


 미세한 움직임 조절하는 자기수용감각 


예쁜꼬마선충은 뱀처럼 머리와 몸통을 좌우로 흔들면서 특정 방향으로 직진한다. 김 교수팀은 예쁜꼬마선충의 머리와 몸통의 경계에서 배와 등 쪽에 하나씩 있는 신경세포에 주목했다. 이 신경세포에서 뻗어 나간 수상돌기는 몸통 말단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고, 피부의 압력을 감지해 직접 근육의 움직임도 조절했다.


김 교수팀은 이를 자기수용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후보로 놓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TRP(Transient Receptor Potential)-1 채널과 TRP-2 채널이 자기수용감각의 수용체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내용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 2018년 6월 호에 게재됐다. doi:10.1371/journal.pbio.2004929 


TRP-1과 TRP-2의 기능이 고장나도록 돌연변이를 유도한 예쁜꼬마선충은 직진하지 못하고 왼쪽으로만 움직였다. 김 교수는 “TRP-1과 TRP-2를 모두 망가뜨리면 예쁜꼬마선충에서 몸통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자기수용감각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TRP-1과 TRP-2가 몸통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머리 근육을 수축해 방향을 잡아주는 등 예쁜꼬마선충의 미세한 움직임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빛을 이용해 살아있는 생물 조직의 세포를 제어하는 광유전학 기법으로 자기수용감각 신경의 역할을 추가로 조사했다.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인 로돕신을 신경세포에 발현시킨 뒤 빛을 비춰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한 것이다.


로돕신에는 크게 ‘채널 로돕신’과 ‘헬로 로돕신’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채널 로돕신은 파란빛을 받으면 신경세포의 활성을 촉진시킨다. 반면 헬로 로돕신은 노란 빛을 받으면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한다.


김 교수팀은 TRP-1과 TRP-2가 작동하는 신경을 광유전학적 방법으로 활성화시킬 경우 예쁜꼬마선충이 움직이는 방향을 바꿀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 김 교수팀은 자기수용감각의 신호전달체계를 추가로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자기수용감각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최근”이라며 “자기수용감각의 작용 기작을 알아낸다면 매우 미세한 움직임까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근육의 움직임을 조화롭게 조절하는 자기수용감각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나 수용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향후 뇌 질환으로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치료제 개발에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 교수는 “자기수용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를 찾고 이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굴해 자기수용감각의 체내 신호전달체계를 밝혀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1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김진호기자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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