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하버드대생을 사칭한 세리(박유나)가 했던 거짓말 중 하나가 바로 도서관에서 3일간 밤을 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의심한 혜나(김보라)가 인터넷에 검색해 본 결과, 하버드대 도서관은 일찍 문을 닫는다고. 그렇다면 스탠퍼드대 도서관에서는 3일간 밤새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미국의 여느 대학처럼 스탠퍼드대에도 도서관이 꽤나 많다. 중앙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 도서관(Green Library)’ 외에도 강의실과 컴퓨터 라운지가 있는 ‘라스롭 도서관(Lathrop Library)’, 과학 서적들이 위치한 ‘리앤마 과학도서관(Li and Ma Science Library)’ 등 주요 건물에는 작더라도 반드시 도서관이 있다.
그 중에서 라스롭 도서관에는 유일하게 24시간 운영되는 스터디 공간이 있다.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에서만큼은 밤을 새며 공부나 숙제를 할 수 있다. 다만 밤에 춥다는 것이 단점이다. 밤새워 에세이를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갔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추워져서 포기하고 따뜻한 이불과 침대가 있는 기숙사로 돌아온 적이 있다.
스터디 공간 지하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는 라스롭 카페가 있어서 출출하면 내려가 음식이나 커피를 사 마실 수 있다. 그래서 정말로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면 3일 밤은 샐 수 있다. 하지만 잠을 안 자는 것은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나는 웬만하면 밤을 새지 않으려고 한다.
처음 입학했을 때는 왠지 방 안에서 공부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여기 저기 도서관을 기웃거렸다. 그중에서도 법학대학원에 있는 도서관이 고등학교 시절 자습실 느낌이 물씬 나서 친숙하게 느껴져 자주 갔다. 우리나라의 독서실 책상과 비슷한 책상들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고, 법학대학원 도서관이어서 그런지(?) 분위기도 더 엄숙하다. 이곳에서 첫 학기에 가장 어려웠던 인문학 수업용 책들을 집중해서 읽곤 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는 과학 수업이 늘수록 리앤마 과학도서관을 많이 찾았다. 연구실과 가깝다는 장점도 있고 화학 전공 서적을 열람할 수 있어서 나에게는 공부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였다.
중앙도서관인 그린 도서관은 가장 오래됐고 규모도 가장 크다. 웬만한 책은 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험기간이 되면 이곳은 공부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가장 오래된 동쪽 구역(East Wing)에는 층마다 가장 안 쪽 조용한 곳에 독서실용 책상들이 늘어서 있다.
서쪽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벤더룸(Bender Room)이라는 곳은 정말 집중해서 에세이를 써야할 때만 가는데, 그 이유는 ‘이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방’인지라 발소리나 책장 넘기는 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가서 떠든다면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그린 도서관은 참고문헌을 찾아서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인문학이나 사회학 분야 에세이를 쓸 때 주로 찾는다. 책을 찾고 싶을 때는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뒤 안내되는 위치에 가면 편리하지만, 그 주변에서 더 좋은 자료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 한 시간 이상 보낼 때도 종종 있다.
이런 그린 도서관에서도 책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에세이 주제가 특정 학과와 관련된 구체적인 주제일 때다. 그런 경우에는 그 주제와 관련된 책들이 있는 도서관에 가야 한다.
예를 들어, 1학년 때 르네상스 초상화에 관한 인문학 에세이를 쓸 때는 찾고 싶은 거의 모든 책이 미술과 건물에 있는 ‘보우스 미술 및 건축 도서관(Bowes Art and Architecture Library)’에 있었다. 이 도서관은 미술에 관한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명한 사진작가들의 사진집이나 굉장히 구하기 어려운 미술 관련 출판물도 구비해 놨다. 훼손의 위험이 있는 작품의 경우에는 사서에게 부탁해 특별한 방에 가서 장갑을 끼고 봐야 한다.
친구들 중에는 공부하는 장소로 도서관을 고집하는 친구도 있는 반면, 방이나 기숙사 라운지 같은 공간을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카페를 선호하는 친구도 있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기숙사가 방 2개에 거실이 딸린 아파트 형식이기 때문에 비교적 넓은 거실에서 친구들을 초대해 같이 공부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도서관은 가끔 인쇄하러 가야 할 때나 전공 서적을 꼭 봐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가지 않는다.
그래도 스탠퍼드대 도서관들은 여전히 학생들의 지적 탐구의 열정이 한데 모인 상징적인 공간이다. 비록 모든 도서관에서 밤을 샐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