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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개봉한 영화 ‘캡틴 마블’은 12일 만에 관객 45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주인공인 캡틴 마블은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시리즈의 최종작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스토리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큰 기대를 모았다. 화려한 영상미와 현대 과학기술을 뛰어넘는 첨단 기술로 무장한 캡틴 마블. 하지만 과학동아의 날카로운 눈은 피해갈 수 없다. 과학의 눈으로 찾아본 캡틴 마블의 옥에 티, 지금부터 시작한다.

 

초인적 신체 능력의 원천은 푸른 피? 

지구상의 동물 중에도 푸른 혈액을 가진 존재가 있다. 주로 무척추동물에게서 푸른 혈액이 많이 발견되는데, 대표적인 동물이 투구게다. 투구게는 절지동물의 한 종류인 협각류에 속한다. 투구게뿐만 아니라 거미나 전갈도 협각류로 분류된다. 
투구게의 피가 파란 이유는 바로 혈액 속 색소단백질 때문이다. 색소단백질은 혈액에서 산소를 저장하고 체내 조직으로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인간을 포함해 포유동물은 일반적으로 피가 붉은데, 이는 적혈구 속에 포함된 색소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이 붉은색이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은 내부에 철 이온을 갖고 있어 붉은색을 띤다. 
투구게의 혈액 속 색소단백질은 헤모글로빈이 아닌 헤모시아닌(hemocyanin)이다. 헤모시아닌과 헤모글로빈의 가장 큰 차이는 내부의 금속 이온이다. 헤모글로빈은 철 이온을 포함하고 있지만, 헤모시아닌은 구리 이온을 갖고 있다. 헤모시아닌 자체에는 색이 없지만, 헤모시아닌 속 구리 이온이 산소와 결합하면 푸른색을 띤다. 그래서 투구게의 혈액도 푸르스름하게 보인다. 
그런데 캡틴 마블의 피가 투구게처럼 푸른색이라면 초인적인 힘을 내기는 쉽지 않다. 헤모시아닌의 산소 운반 효율이 같은 양의 헤모글로빈의 4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작은 동물이라면 몰라도 사람처럼 활동량이 많고 몸집이 큰 척추동물의 대사량을 감당할 산소운반체로 헤모시아닌은 적합하지 않다. 특히 적들과 계속 싸워야 하는 캡틴 마블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다만 투구게의 혈액에는 사람의 혈액에 없는 특수한 능력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박테리아 검출 능력이다. 투구게의 푸른 피는 박테리아에 노출될 경우 해당 부분이 굳어버리는데, 이는 다른 생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특출한 질병 방어 수단이다.
과학자들은 투구게 혈액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물질 속에 세균성 독소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생물학적내독소시험(LAL‧Limulus amebocyte lysate assay)’을 고안했다. LAL은 투구게 혈액에서 추출한 세포를 용해한 물질로, 그람 음성 세균의 세포 외막에 있는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와 반응하면 응고한다. 이를 이용하면 특정 물질에 세균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많은 제약사들이 LAL을 위해 투구게의 피를 무분별하게 채취하고 있어 투구게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투구게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 위험 야생생물 명단에 멸종 위험군으로 등록돼 있다.


 

주기율표에 없는 원소로 된 몸?

현재 주기율표에 등재된 원소는 총 118개다. 그 중에서 92번 우라늄(U) 이후의 원소는 대부분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만 관찰할 수 있는 불안정한 원소로, 안정적으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마저도 대부분 찰나에 사라진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90년대 초반에는 110~118번을 제외하면 주기율표가 전부 채워져 있었다. 이미 자연상태에서 존재하는 원소는 거의 발견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스크럴족의 신체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원소로 이뤄져 있을 가능성이 있을까. 
과학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원소는 원자 번호가 커질수록 더 많은 중성자가 필요하고, 전자기적 반발 때문에 더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82번 납(Pb) 이후의 원소는 붕괴할 때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원소다. 다만 예외적으로 83번 비스무트(Bi)의 경우 반감기가 1900경년으로 너무 길어 거의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다.
원자 번호 100번 이후 원소들의 반감기를 살펴보면 대체로 원자 번호가 증가할수록 반감기가 줄어든다. 100번 페르뮴(Fm)의 경우 반감기는 약 101일이며, 118번 오가네손(Og)의 경우 반감기가 0.89ms(밀리초)로 0.00089초다. 이렇게 순식간에 붕괴해버리는 원소가 스크럴족의 신체를 안정적으로 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나마 일말의 가능성은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안정성의 섬이란 핵물리학에서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가 마법수가 돼 긴 반감기를 갖는 원소를 말한다. 
마법수는 양성자나 중성자의 껍질이 모두 차서 에너지가 특별히 낮은 핵에서 각 핵자의 수를 가리키는 말로, 현재 알려진 마법수는 2, 8, 20, 28, 50, 82, 126이며 다음 마법수는 184로 예측된다. 홍병식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원소의 원자핵에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마법수를 이룰 때 다른 원소들에 비해 안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상태의 새로운 원소를 찾는 건 아직은 요원하다. 홍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우선 원자핵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면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많아야 한다”며 “많은 과학자들이 양성자 126개와 중성자 184개를 가진 126번 원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적을 날려버리는 빛에너지?

빛은 에너지다. 1897년 조지프 톰슨이 전자의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실험을 통해 음극선이 바람개비를 돌린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캡틴 마블처럼 빛에너지로 적을 날려버리는 포터 블라스트를 쓰기 위해서는 빛의 세기가 어느 정도 돼야 할까. 최재민 전북대 과학교육학부 교수는 “물질의 화학적인 변화 등을 배제한다면 간단한 수식으로 에너지를 대략적으로 추정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계산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멈춰있는 60kg의 사람을 초속 1m로 밀어내기 위한 운동량은 이 둘을 곱한 60kg·m/s가 필요하다. 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광자가 지닌 에너지로 60kg·m/s만큼의 충격량을 가할 수 있다면, 빛으로 사람을 밀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이제 광자 1개가 전달할 수 있는 충격량을 구해 보자. 광자 1개의 운동량은 플랑크 상수(6.626 070 150×10-34m2·kg/s)에 빛의 진동수를 곱한 뒤, 광속(299 792 458m/s)으로 나누면 된다. 빛의 진동수는 광속을 파장으로 나눈 값이므로, 결국 충격량은 플랑크 상수를 파장으로 나누면 된다. 
캡틴 마블의 포톤 블라스트는 눈에 보이므로 빛의 파장을 가시광선 대역인 5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라고 가정하면, 그 결과는 1.325×10-27m·kg/s가 된다. 따라서 60kg·m/s만큼의 충격량을 가하려면 광자가 4.53×1028개 필요하다. 
4.53×1028개의 광자는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의 위력일까. 1초 동안 광자가 이정도 수준으로 쏟아진다고 가정하면, 500nm 파장의 광자 1개가 가진 에너지는 약 3.97×10-19J(줄)이므로, 포톤 블라스트는 약 1.8×1010W(와트)의 일률을 갖게 된다. 100W짜리 백열전구를 동시에 180억 개 켤 수 있는 수준이다. 최 교수는 “이 정도 수준이면 캡틴 마블의 포톤 블라스트에 맞은 적은 날아가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증발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201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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