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나의 영국 유학일기] 재시험 낙제하면 강제 휴학, 깐깐한 임페리얼칼리지

영국 대학은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돼 다음해 6월에 끝난다. 크리스마스 방학과 부활절(Easter) 방학을 가진 3학기제로, 올해 1월부터 2학기가 시작됐다.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영국의 대학들은 3년제 학부 과정을 운영한다. 석사과정도 한국과 달리 1년 코스로 짧은 편이다. 그래서 1학년 때부터 전공을 깊게 공부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임페리얼칼리지에는 수강신청이라는 게 없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학과에서 시간표를 만들어 업데이트할 뿐이다. 해당 시간표는 학교 e메일 계정과 연동돼 있어서, 휴대전화에 e메일을 등록하면 자동으로 캘린더에 시간표가 업데이트된다.
강의만 있는 것이 아니고 ‘튜토리얼(tutorial)’이나 ‘문제풀이 수업(problem class)’과 병행하기 때문에 시간표도 고정돼 있지 않고 매주 변하는 편이다. 한인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유동적인 시간표 탓에 고생이 많았다.
화학과에는 학생당 총 4명의 튜터(tutor)들이 있다. 무기화학, 유기화학, 물리화학을 각각 담당하는 아카데믹 튜터와, 학생 개인의 학교생활을 돌봐주는 퍼스널 튜터다. 아카데믹 튜터 한 명과 학생 4~6명으로 이뤄진 수업을 튜토리얼이라고 한다. 한 모듈(module·영국에서는 과목, 수업, 강의를 모두 합쳐 모듈이라고 부른다)당 두 번의 튜토리얼이 있고, 한 시간씩 진행된다. 교수나 전임강사(lecturer), 혹은 교내 실험실에서 일하는 박사들이 튜터다. 
영국 대학의 교수진 체계는 한국과 다르다. 교내에 개인 실험실이 있어 학생들의 논문을 지도하고, 강의를 진행하는 모든 사람을 ‘교수’라고 통칭하지 않는다. 교수(professor)라는 직함은 학과 내에서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들만 얻을 수 있고(한국의 정교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머지는 전임강사라고 부른다. 튜터마다 진행 방식은 다르지만, 대부분 강의 시간에 제대로 다루지 못한 부분을 더 깊게 배우거나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문제풀이 수업도 모듈당 두 차례 있다. 강의 내용에 기반한 문제를 교수와 함께 푸는 수업이다. 이때 푸는 문제의 난이도와 실제 시험 문제의 난이도가 비슷하지는 않다. 순전히 강의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문제들로 이뤄진다.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이 모여서 함께 문제를 풀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교수가 정답과 풀이를 알려 주는 방식이다. 튜토리얼보다 학생 수가 많아서 교수 외에도 질문할 수 있게 박사과정 조교 두 명도 함께 들어온다.
대부분의 강의는 녹화가 돼 학생들이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다시 들을 수 있다. 가끔 강의 녹화를 거절하는 교수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만나본 적은 없다. 또 교수가 특별히 거절하지 않는다면 온라인으로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인지, 화학과는 학생의 강의 출석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전에 이 점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는데, 강의에 출석하는 게 전부는 아니며, 꼬박 꼬박 강의에 출석해 수업 내용을 이해했다면 시험 성적이 증명해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문제풀이 수업과 튜토리얼은 출석 여부를 확인해서 출석률이 저조한 학생의 성적이 나쁠 경우에는 주의를 주는 모양이다. 심각한 경우에는 학교와 관련 없이 학생 비자가 취소될 수도 있다.
임페리얼칼리지 화학과는 학생들에게 실험 기회를 많이 준다. 오후 수업이 없는 수요일을 제외하고 화학과 2학년에게는 하루 5시간의 실험 시간이 주어진다. 그렇다고 강의 시간이 적은 것도 아니어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빼곡하게 일정이 잡힌 날도 자주 있다. 실험 시간이 많은 만큼 성적에 반영되는 비율도 높다. 실험 성적은 리포트, 말로 설명하는 구두 시험, 그리고 실험 결과로 평가받는다. 실험실은 들어가기만 해도 피곤한(?) 장소지만, 여러 실험 재료와 비싼 기구들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은 아직도 설레는 일이다.
전공 외에도 선택적 교양 수업들이 있다. ‘임페리얼 호라이즌(Imperial Horizon)’이라는 이름의 커리큘럼인데, 생명과학과 1, 2학년들만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고 나머지 학과는 자유다. 화학과인 나는 1학년 때 심리학과 철학을 들었고, 지금은 정치학을 듣고 있다. 여러 전공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철학의 경우에는 학과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조금씩 다른 게 느껴져서 즐거웠다. 하지만 성적에 전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시험 기간이 되면 전공에 집중하기 위해 수강을 그만둘 것 같다.
임페리얼칼리지는 엄격한 점이 많다. 1초라도 리포트 제출 시간을 넘기면 아무리 잘 썼더라도 40%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여름방학에 보는 재시험에서도 낙제하면 강제 휴학해야 한다. 다음해 재시험에서도 낙제를 할 경우에는 퇴학당한다고. 
한인회 오리엔테이션에서 자퇴하거나 퇴학당해서 맨체스터로 옮긴 임페리얼칼리지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실제로 자퇴하거나 1학년 이후로 종적을 감춘 동기들이 꽤 많았다. 기숙사 옆방이 갑자기 비는 일도 몇 차례 겪었고, 강제 휴학 후 복학한 사람들도 여럿 만났다.
졸업하는 건 어려운 일이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절대 특출한 사람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힘들게 느껴지지만, 이 감사한 기회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고승연 임페리얼칼리지 화학과 2학년
  • 에디터

    오혜진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정치외교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