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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미국' 불가피한 선택 비만 치료제 정식 인정

FDA, 22년만에 장기 사용 승인

 

미국에서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킹스몬트 살빼기 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


태어날 때 아기들의 몸무게는 비슷비슷한데 왜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누구는 뚱뚱하고 누구는 날씬할까. 어떤 사람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찌고, 어떤 사람은 먹어도 먹어도 말라깽이일까.

비만은 어떤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정도다. 왜 뚱뚱한 사람은 계속 먹게 되는 것일까. 배가 부른 것 같은데도 먹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신경전달물질은 신경의 말단에서 분비돼 다른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까지 알려진 것만 10여가지가 된다.

사람의 대뇌와 척수 사이에는 시상하부라는 것이 있다. 이곳에는 식사를 하고 난 다음 배부른 느낌을 갖게 하고 식욕을 조절하는 포만 중추가 있는데, 이 포만 중추에 세로토닌이 관계한다. 사람이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세로토닌의 혈중농도가 높아져서 포만 중추를 억제하게 된다.

밥을 많이 먹어 위가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은 실제로 위가 늘어난 것일 수 있지만, 위가 물리적으로 늘어나지 않더라도 포만중추가 작용하면 ‘거짓’ 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사실에 착안해, 역으로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면 포만감이 생겨 식사량을 줄일 수 있으리라는 가정하에 인위적으로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 약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미국의 MIT연구소에서 리처드 워트만의 주도로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 약이 개발됐다. 이것을 사람에 사용할 수 있는 최종 약물인 덱스펜플루라민으로 개발한 것은 프랑스의 제약회사다.

덱스펜플루라민은 몸안의 세로토닌 농도을 증가시켜 식사를 전보다 덜 해도 배가 고프지 않게 만든다.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 그리고 이 약을 사용할 경우 10명 중 6명이 30일이 지나면 체중이 빠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처음에 ‘효험’을 보인 사람이 1년정도 계속 약을 먹으면 처음보다 최소한 10% 이상 체중이 감소한다.

이 약은 프랑스를 비롯한 65개국에서 지난 10년간 사용돼 왔고 현재 1천2백만명이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폐혈관 고혈압과 뇌손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 정작 약이 개발된 미국에서는 연구 분야에만 제한돼 사용됐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대사와 내분비 약제에 관한 위원회’에서는 이 덱스펜플루라민(상업용 이름은 레둑스)을 비만 치료제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현재 미국은 국민 3명 중 1명이 비만이다. 비만이나 비만 합병증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뚱뚱한 국민을 위한 궁여지책이 아닐 수 없다.


‘뚱뚱한 미국’ 살빼기 작전
 

살빼는 약을 복용할 때 주의할 사항.


키를 기준으로 한 표준 체중에서 자신의 몸무게가 20%를 초과할 경우 비만이라고 한다. 비만은 겉보기에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데서 끝나지 않고, 당뇨병, 심장질환, 뇌졸중 등 여러 가지 병의 원인이 된다. 미국에서는 연간 2천만명이 비만으로 인한 질병에 걸리고 이로 인해 연간 30만명이 사망한다.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이처럼 커지자 효과적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더욱 절실해졌다. 덱스펜플루라민은 장기 사용이 가능한 약으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승인된 약이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서 표결이 6 대 5로 통과됐으며 약의 시판 후에도 제조회사가 부작용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승인됐다.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약을 먹어 살을 빼야 할 만큼 미국 내에서의 비만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한편 짧은 기간 동안 사용이 허가된 비만치료제의 대부분은 암페타민 계통이다. 이런 종류의 약은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수개월 이상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다. 유일하게 비(非) 암페타민 계통으로서 사용돼 왔던 펜플루라민은 이번에 승인된 덱스펜플루라민의 광학이성체(isomer)의 혼합물이다.

얼마전 이 약으로 치료중이던 여인이 정신질환을 일으켰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여인은 중국산 펜플루라민으로 치료받던 중 갑자기 환각상태에 빠져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는데 원래 정신질환이 있었는지, 또는 사용하던 약물의 다른 성분이 관련돼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날씬하거나 가냘픈 체형이 비만의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영어에서 비만(obesity)의 반대어는 운동으로 단련된 건강한 신체라는 뜻의 피트니스(fitness, 건강함, 적당함)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은 무작정 굶거나 약을 먹고, 다이어트 식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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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행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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