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쓰림으로 병원과 약국을 찾는 환자 중 청소년이 굉장히 많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식도, 위 및 십이지장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0~19세)은 100만 명에 이릅니다.
속 쓰림 증상은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될 때 나타납니다. 종종 ‘위산이 많으면 소화가 잘되는 게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위산이 과도하게 나오면 오히려 위를 손상시켜 소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속이 쓰리고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할 때도 속 쓰림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는 식도와 위 사이의 하부식도괄약근(LES‧Lower Esophageal Sphincter)이라는 근육이 약해져서 제대로 닫히지 않은 경우에 발생합니다. 이외에도 위산의 양은 정상인데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 등으로 위 점막의 방어 작용이 떨어져 속이 쓰릴 수 있습니다.
위산 중화하거나, 분비 막거나
속 쓰림을 완화해주는 약으로는 위에서 이미 분비된 위산을 중화하는 ‘제산제’, 그리고 위산의 분비 자체를 억제하는 ‘H2 수용체 길항제(H2RA‧H2 Receptor Antagonist)’와 ‘양성자펌프억제제(PPI‧Proton Pump Inhibitor)’가 있습니다.
우선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짜 먹는 형태의 약이 제산제에 해당합니다. 수산화알루미늄, 탄산수소나트륨, 탄산칼슘, 수산화마그네슘 등이 제산제의 대표적인 성분이며, 위 점막에 물리적으로 방어막을 만들어주는 알긴산나트륨 등의 성분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짜먹는 제산제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만 지속 시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식사 후 속 쓰림이 시작되면 바로 복용해야 합니다. 또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을 함유한 항생제와 결합되면 약 흡수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항생제와는 2~4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12세 이상 청소년이 복용할 수 있습니다.
H2 수용체 길항제는 위산 분비 자체를 줄여 줍니다. 위산을 분비하는 위의 벽세포(parietal cell)에는 히스타민 수용체가 있는데, 이 수용체에 히스타민이 결합하면 위산이 분비됩니다. 이때 H2 수용체 길항제는 히스타민 대신 수용체에 결합해 위산 분비를 억제합니다. H2 수용체 길항제 중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약에 포함되는 성분으로는 라니티딘, 파모티딘, 니자티딘 등이 있고, 제산제와 합쳐진 복합제 형태로 나오기도 합니다. H2 수용체 길항제는 약에 따라 15세 또는 16세 이상 청소년만 복용 가능한 만큼 반드시 약사와 상담한 뒤 구매해야합니다.
제산제와 H2 수용체 길항제는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약입니다. 반면 양성자펌프억제제는 위산을 내뿜는 펌프를 직접 억제하는 약으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약입니다.
일반약을 복용해도 속 쓰림이 나아지지 않고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위염, 역류성 식도염, 소화성 궤양 등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제산제를 먹어 위산을 없애버리면 우리 몸의 소화 시스템에 더 큰 이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산제와 H2 수용체 길항제는 모두 위의 산성도(pH)를 낮추기 때문에 산성 상태에서 흡수되는 약이나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복용하고 있는 다른 약이 있다면 반드시 약사에게 복용 간격을 물어봐야 합니다.
쓴맛 수용체에 카페인 결합해 위산 분비
사실 속 쓰림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과 식습관입니다. 치료를 해도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생활습관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 후에 바로 눕거나 자지 않는 것입니다. 적어도 2~3시간은 눕지 않아야 합니다. 위산이 역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습관으로는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레드불, 핫식스, 몬스터 등)와 커피, 탄산음료 속의 카페인이 위산 분비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은 대표적인 위산분비 자극제입니다. 위에 있는 쓴맛 수용체중 하나인 TAS2Rs(Taste type 2 bitter Receptors)에 카페인이 결합하면 위산 분비 작용이 촉진되기 때문입니다. 쓴 맛을 지닌 카페인을 해로운 물질로 판단하고 빨리 소화해 없애려는 방어 작용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카페인을 함유한 음료를 많이 마시면 속 쓰림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doi:10.1073/pnas.1703728114
그런데 커피나 에너지음료는 그렇다 쳐도 탄산음료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카페인 섭취의 가장 큰 요인은 탄산음료(30%)입니다. 청소년의 카페인 최대 일일 섭취 권고량은 2.5mg/kg(체중 60kg일 경우 150mg)인데, 250mL 콜라 한 캔에만 카페인이 평균 24mg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속 쓰림을 줄이기 위해서는 탄산음료 섭취도 줄여야 합니다.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된다고 탄산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키면 오히려 속 쓰림과 소화불량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소정
고려대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약학대학원 물리약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약학 정보를 쉽게 널리 알리기 위해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개인 맞춤형 건강서비스 스타트업인 ‘마스터큐어’ 대표약사로 있다. mastercure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