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
_G-DRAGON, 삐딱하게(2013)
노래 가사 한 줄이 과학의 본질을 이토록 잘 짚다니요. 최근 KAIST 교수님이 된 아티스트 지드래곤의 말이 맞습니다. 단위도, 식탁도, 그리고 봄날도 영원한 건 없습니다.
올해 5월 20일은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 17개 나라가 같은 단위를 쓰자고 약속한 ‘미터협약(Convention du Mètre)’ 150주년입니다. 미터협약은 지역마다 단위가 제각각이던 혼란의 시대를 정리하고, 통일된 기준을 세운 출발점이었죠.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1미터와 1킬로그램을 각각 정의하는 정교한 금속 덩어리를 만들어 봉인했습니다. 바로 ‘국제 킬로그램 원기’와 ‘국제 미터 원기’입니다.
문제는 이 원기들이 변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킬로그램 원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먼지가 쌓이고, 그걸 닦아내는 사이 아주 조금씩 질량이 바뀌었습니다. 당시로선 최선을 다해 만들고 지켰지만, 영원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기준이었던 거죠. 과학자들은 결국 원기를 내려놓고 영원불변한 ‘자연 상수’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런 측정의 진화를 따라가며, 150년간 측정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들여다봤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영원하지 않음을 식탁 위에서 고민해 봤습니다. 기후위기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우주 정착이 SF가 아닌 현실이 된 지금, 우리가 매일 먹는 한 끼도 더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상상력입니다. 우주 환경에서 필수 영양소를 손수 만들어 먹고 배양육을 DIY로 가정집에서 키우는, 조금 엉뚱하지만 꽤 유쾌한 푸드테크의 최전선을 취재했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를 창의적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들입니다.
5월호를 마무리하는 지금 거리엔 봄꽃이 만개했습니다. 그 찬란함이 오래 가지 않을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사실이 때론 덧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더 깊이 오늘을 살아내고, 더 나은 내일을 그려보는지도 모릅니다.
영원하지 않아서 더 빛나는 이 봄날, 과학동아도 함께 만끽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