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가장 흔한 원소.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하던 순간에 생성된 세 원소 중 하나.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 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원소이자, 지금까지 인류가 시도한 수많은 실험에서 유일하게 반물질(anti matter)이 확인된 존재. 원자 번호 1번, 원자량 1.00794, 원소 기호 H, 수소 얘기다.
올 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될 단어는 수소가 아닐지, 감히 전망해본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7일 첫 현장 방문으로 울산을 택하고,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부스를 살펴봤다. 2022년까지 수소차 보급을 약 8만 대로 확대하는 등 ‘수소경제’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수소차는 정확히 말하면 ‘수소전기차’다. 자동차 연료탱크에 수소를 채워 놓으면 수소가 공기 중 산소를 끌어다 반응을 일으킨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면 산화환원반응을 통해 물이 만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전기(에너지)가 발생한다. 수소차는 이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아 달리고, 물은 수증기 형태로 바깥에 배출된다. 그래서 수소차를 배기가스 없는 친환경 자동차라고 부른다.
지구를 포함해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가 수소이니, 수소차는 무조건 미래가 보장돼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연 상태에서 수소는 대부분 수소 기체가 아니라 수소 화합물로 존재한다. 그래서 수소를 연료로 쓰려면 다른 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거나 물을 전기분해해 얻어야 한다. 이렇게 얻은 수소로 만든 에너지(전기)는 그 수소를 얻는 데 들어간 에너지보다 클 수 없다. 경제성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과학의 ‘마법’이 필요하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반응이 일어나는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압력을 700기압 수준으로 높여 수소탱크 용기를 줄이니 ‘경제성’이 탄생했다.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수소차 ‘넥쏘’는 수소를 한 번 충전하면 최대 609km를 달린다.
마법이라고 했지만 기술이고, 노력이고, 이를 위해 흘린 땀이 모인 결과다. 수소가 경제가 되려면 수소를 둘러싼 기술과 그 기술을 만드는 기초과학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 화려함 뒤에 가려진 ‘기초’와 ‘기본’을 잊지 않았던 것이 33년을 걸어온 과학동아의 힘이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