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영국의 4대 일간지 중 하나인 ‘인디펜던트’는 일반신문 크기인 대판(391×545mm)에서 절반 크기인 타블로이드판(272×391mm)으로 판형을 대폭 줄였다. 큰 활자의 헤드라인, 세상을 크게 꾸짖는 듯한 권위적인 편집을 버리고, 읽기 쉽고 감성적인 편집을 추구했다.
인디펜던트는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바꾼 뒤 판매 부수가 35%나 늘었다. 인디펜던트의 성공에 자극 받은 ‘타임스’도 같은 해 타블로이드판으로 판형을 축소했고, 이후 신문 업계에는 판형 축소 바람이 불었다.
잡지 업계는 상황이 다르다. A4(210×297mm)를 기준으로 가로세로를 조금씩 줄여 매체별로 가장 적합한 판형을 사용하는 추세다. 미국 주간지 ‘피플’과 경제지 ‘포춘’은 한 손에 쏙 들어가는 크기(200.025×265.1125 mm)를 채택하고 있다.
네이처그룹이 발행하는 173년 전통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보다 가로세로를 1~3mm 늘린 판형(203.2×266.7mm)을 쓴다. 전체가 92쪽으로 부피가 작아 잡고 읽기 편하다.
판형의 교체는 단순히 모양이나 휴대 편이성의 변화를 뜻하지 않는다. 판형을 바꾸는 것은 안에 담을 콘텐츠의 혁신적 변화와 디자인의 개선을 의미한다. 과학동아는 창간 33주년을 맞아 1월호부터 판형을 210×275mm로 기존보다 약 18% 키웠다. 독자들에게 ‘읽는 과학’이 아니라 ‘보는 과학’의 경험을 안겨드리겠다는 게 목표다.
기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사진과 정제된 정보를 담은 인포그래픽, 한 눈에 이해되는 일러스트가 독자들의 눈을 충족시킬 것이다. 서체를 더 세련되게 고치고, 제목의 군살을 뺐다.
섹션을 신설해 기사의 흥미와 깊이도 더했다. 우주(SPACE)와 테크(TECH) 섹션에는 첨단 과학기술 트렌드를, 교육(EDUCATION) 섹션에는 10대 독자들을 위해 진로, 진학 정보를 담았다. 컬처(CULTURE) 섹션은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움직이는 힘을 과학기술의 시각으로 해석했다.
과학동아가 33년간 매달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잡지를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질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판형 변경은 그 사랑에 보답하려는 시도다. 더 넓은 창을 통해, 더 넓은 과학의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