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생활한지 6년만에 - 윤여환
제2의 페르미를 꿈꾸며 - 하형진
윤 - 안녕하십니까. 뜻밖의 수석을 하게 돼 만나게 되었군요. 사실 저는 전자공학과를 쓰고 나서 떨어질까봐 마음 졸였는데… 모의고사 성적보다 다소 높여 지원했거든요. 수석합격 사실을 안 후 집에서 곰곰 생각해 보니 원서를 쓴 다음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제게 영광을 안겨준 것 같아요.
하 - 형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수석이란 사실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도박에서 우연히 운이 좋아 판을 쓴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죠. 저의 수석비결 아닌 합격비결은 확실한 목표설정에 있었어요. 과기대를 일찍 마음에 심어놓고 옆은 보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덕이에요.
윤 - 올해 학력고사 문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학력고사 문제와 판이하게 출제되는 과기대의 출제경향은 어떠했나요.
하 - 과기대 입시는 주로 수학과 물리에서 판가름나요. 특히 과학고출신이 아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응시자는 수학·물리에서 고전하지요. 수학의 경우 예년과 경향이 약간 달라졌다는 얘기가 많아요. 예년에는 답의 과정까지도 추적해 가는 분석위주의 문제가 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학력고사와 비슷한 유형으로 출제됐어요. 물론 약간의 사고를 요하는 문제였어요. 하지만 다시 분석위주 문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물리는 객관식에서 과학싱식을 묻는 문제가 많았고, 주관식은 난이도가 높은 문제들도 끼어 있었어요. 예컨대 방사능 동위원소의 반감기 연대측정같은 문제는 꽤 까다로웠어요. 이 문제는 수학의 미분까지 동원해야 풀 수 있는데, 저는 시험장에서 그동안 쌓아 둔 지식을 총동원해 해결했어요. 수학 기호 등에 익숙한 과학고 학생들은 문제가 기호가 아닌 말로 길게 표현되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상황을 대비, 문제를 잘 파악하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과기대 입시는 국어 1백 50점, 영어 1백 50점, 수학 3백점, 물리 1백 50점, 화학·생물 1백 50점이 만점이에요. 여기서 보통 60%이상 맞히면 합격이 보장되지요. 저는 이번에 운이 좋아 80%정도 맞힌 것 같아요.
문제집의 높이 50㎝
윤 - 완전히 기가죽는데요(웃음). 학력고사는 모든 대학에서 같은 문제가 제시되잖아요.
수학은 꽤 어려워진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 시험문제와 유사한 문제도 몇개 나왔어요. 특히 주관식이 어려웠고 여러 단원을 동시에 알아야 풀 수 있는 복합문제도 눈에 띄었어요. 저는 수학에서 75점 만점중 71점을 얻었어요.
국어는 교과서외 비중이 작년보다 커졌고 영어는 지문이 많아져서 읽는데 시간이 걸려 애를 먹었어요.
저는 과학과목중 화학·생물을 선택했는데 나중에 물리를 택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어요.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물리를 피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남더라구요. 전자공학과를 지원하서 물리 아닌 생물을 택했으니 창피하기까지 해요.
하 - 수석을 하고 나니 주위에서 특별한 학습요령이 있느냐고 물어오더라구요. 저는 수업을 충실히 듣고 공부량으로 밀어 부쳐야 한다고 대답해 주었죠. 사실 끊임없이 쓰고 외우고 반복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윤 - 사실 학습요령에 지름길이 있을 턱이 없어요. 저는 문제를 많이 풀어본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시험끝난 뒤에 그동안 구입해 푼 문제집을 쌓아보니 50cm는 족히 되었어요.
하 - 각 과목별로 형이 어떻게 공부했나도 궁금한데요
윤 - 국어는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집중적으로 공부해 나갔어요. 고전과 현대문을 고3 여름방학까지 일단 끝냈어요. 그뒤 학교에서 권한 문제집을 포함해 9~10권의 문제집을 다뤘지요. 이렇게 여러 권을 풀다 보니 자연 복습이 되더라구요.
시험은 적어도 쉬운 문제는 확실히 맞아야 합격을 기대할 수 있어요. 자신에게 어려운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도 어려우니까 틀려도 부담은 적어요. 그런데 문제를 많이 다루면 쉬운 문제, 알고 있는 문제는 정확하게 풀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요. 때로는 모르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하지요.
국어는 영어와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2시간씩 공부했는데 교과서외 지문이 나왔을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 현대문교과서를 봤어요.
하 - 저는 국어를 수업시간에만 공부했어요. 과학고는 과기대를 주로 겨냥해 가르치므로 학교에서 해주는대로 따르는 게 최선의 공부방법이죠. 학교에서 내준 프린트물을 중심으로 하고, 일반 인문계고교 수련장도 점검해 나갔어요. 과기대의 국어문제는 긴 문장을 주고 '요약하라'는 식이므로 평소에 책을 많이 봐둬야 유리할 겁니다.
윤 - 영어의 경우, 저는 남들보다 한결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아버지가 방송국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저는 태어나서부터 국민학교 6학년 때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자랐어요. 덕분에 스페인어와 영어는 일찍 접할 수 있었지요.
영어는 하루에 1~2시간공부했는데 문제집을 6권쯤 본 것 같아요. 문법은 '성문종합영어'로, 생활영어는 '영어의 맥'으로, 독해는 실전문제집을 중심으로 대비했어요.
하 - 과기대에 진학하려면 영작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길러야 하므로, 인문계 학생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영어를 공략해 갔어요. 독해는 수련장 중심으로 공부하고, 영문소설도 제법 읽었어요. 작문을 대비해서는 특별한 표현들을 많이 외웠어요.
윤 - 수학은 10권의 문제집을 풀어보는 것으로 대비했어요. 어차피 문제들이 중복되므로 복습하는 셈치고 새 문제집을 다룬 것이에요. 여러 단원을 망라하는 복합문제는 학력고사 실전문제집을 통해 해결했어요.
수학을 제대로 하기 위해 저는 하루에 2~3시간씩 거의 거르지 않고 시간을 배당했어요. 만약 수학에 기초가 없다고 생각하면 먼저 개념을 익히고 쉬운 문제부터 다뤄나가야 할 거예요. 수학이 어렵다고 미리 겁먹거나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해요. 저 역시 헤매는 문제가 많이 있어요. 그런 난제가 나오면 오히려 끝까지 매달리지요.
온 종일 한 문제에 매달려
하 - 저는 수학을 무척 좋아합니다. 반쯤 미친 적도 있어요. 한참 빠졌을 때는 거의 모든 시간을 수학공부에 바쳤어요. 한 문제가지고 하루종일 씨름한 적도 있구요.
과기대입시 수학문제는 주로 과제해결문제예요. 무엇보다 수학적인 사고를 요하지요. 특히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한데, 논리전개 순서가 잘못되면 전체가 틀리기 때문이죠. 따라서 모든 것을 확실히 해둬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생겨요. 인문계 학생들은 이 훈련이 부족해 수학답안지를 백지로 내는 경우도 흔합니다.
입시를 앞두고는 하루에 3~4시간 수학공부를 했어요. 또 입시준비 기간중 수학경진대회에 나가 은상을 받기도 했구요.
대입 학력고사 수학문제도 훑어보았는데 많은 문제를 다루고 그 해결방법을 익히는 게 고득점의 비결이라고 느꼈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 진정한 의미의 수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일은 이미 컴퓨터가 다 해결해 주잖아요. 수학문제를 잘 푸는 프로그램 하나면 끝나지요. 외람되지만 저는 진짜 수학을 하려면 사고하는 요령부터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수학퀴즈 등을 풀어보는 것도 필요하지요. 수학에 흥미를 갖게 해 주거든요.
윤 - 물리는 역시 문제를 많이 다뤄봐야 할 거예요. 자연과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은 물리를 선택하는 게 오히려 확실한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특히 공대쪽은 물리를 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겠지요.
화학은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문제집으로 다져 나갔어요. 몇몇 중요한 반응식은 반드시 익혀둬야해요.
생물은 만점받기는 어려운 과목이에요. 저는 생물의 범위가 무척 넓어 공부하기 까다롭게 느껴지더군요. TCA사이클 등 복잡한 회로를 외우기 싫어 미칠 뻔 했어요. 하지만 생물은 문과학생이나 이과학생중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이 선택하기에 는 알맞은 것 같아요.
지학 역시 문제집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잘 정리하고 노트정리를 제대로 해놓으면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무튼 과학과목은 기본개념을 잘 파악해 두는 것이 요체입니다. 특히 물리는 공식을 완전히 익혀 둬야겠지요.
하 - 과학고 학생들이 일반 고등학교 수학책을 보면 그리 만만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리교과서나 시험문제는 무척 쉬워 보여요. 공부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일 겁니다. 물리는 우선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알아야 해요. 실제로 과기대에서는 공식을 유도하는 문제도 출제하고 있어요. 그리고 어떻게 그 공식을 적용시킬 것인가도 생각해야죠.
화학은 시험과 관계없이 공부했어요. 미국교재 캠스터디(chem study)를 주로 보았어요. 교재 자체가 논리적 사고를 유도하고 있어서 홍미롭게 공부할 수 있었어요.
생물이 암기과목이란 생각에 저는 반대해요. 물론 외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생물현상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난 뒤에 기억하는 것이 효과적일 거예요. 어떤 현상을 보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마땅히 의문을 가져야죠.
성적은 서서허 올려가야
윤 - 암기과목은 고3 여름방학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비했어요. 단 지리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조금 일찍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충실히 듣고, 교과서를 활용해 다졌지요. 특히 국민윤리와 국사는 교과서의 정독이 중요해요. 괄호채우기 문제를 대비하기에도 안성맞춤이죠. 교과서에서 말만 조금 바꿔 출제되거든요.
지리는 사회나 세계사보다 외울 게 적을 것 같아 선택했어요. 역시 문제집 중심의 공부가 효과를 보았어요. 그런데 지리는 단순암기가 통하지 않는 과목인 것 같아요. 암기보다 과학공부하는 요령으로 공부해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지요. 제2외국어는 스페인어를 했는데 아르헨티나에서 오래 살았던 덕분에 시간을 그다지 할애하지 않고도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하 - 형이 외국어를 둘 씩이나 한다니 부럽습니다. 또 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 6년만에 서울대 수석을 하신 것도 놀랍구요. 중·고등학교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윤 - 아르헨티나에서 돌아온 뒤 언북중 1학년이 되었습니다. 적응하느라 한 1년은 고생했어요. 반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힘들더군요. 1년쯤 지나자 친한 친구도 생기고, 학교생활에도 자신이 붙었어요. 중3 졸업할 때쯤에는 성적도 전체 10등으로 올랐구요.
그런데 고1때는 공부하기가 싫어지던데요. 왜 공부하나 하는 의문만 자꾸 생기구요. 자연 성적이 떨어져 반에서도 5등 밖으로 밀린 적도 있어요. 그러다가 고2 때 자율학습을 하면서 재충전을 받았어요. 일단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2학년말 겨울방학 때는 정말이지 정신없이 공부했어요. 이때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학교도서관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공부하고, 또 집에 와서 밤 12시까지 복습하고…
그랬더니 효과가 금방 나타났어요. 고2까지만 해도 반에서 2등 정도 했는데 고3 올라가자 마자 전교 1등으로 뛰어 올랐어요. 그 뒤 한 두번 놓치긴 쳤지만 거의 1등을 지켰어요.
계획표는 따로 짜지 않는 편이었고, 떨어지는 과목이 있으면 그때마다 신속히 대처했어요. 고1 고2때 잘 나가다가 고3때 성적이 떨어지는 친구들도 많잖아요. 저는 처음부터 너무 전력투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삼년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고 3년내내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죠. 고1 고2 때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면서 공부외의 활동도 하고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게 좋을 거예요. 점차 힘을 내서 성적을 꾸준히 올리는 전략이 아마도 더 효과적일 겁니다.
하 - 저는 대구 심인중을 나왔어요. 그때는 공부를 별로 열심히 안했어요. 성적은 전교 10등 정도였구요. 당시 저는 컴퓨터에 미쳐 있었어요.
그러던 중 과학고 입학을 앞두고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어요. 소집일이어서 학교에 갔더니 모두가 책을 보고 있는 것이었어요. 공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대요. 그래서 입학 후에는 잠자는 시간 5~6시간만 빼고 공부에 매달렸죠. 과기대 수석 소식이 전해졌을 때 친구들도 납득할 정도로 파고든 것이죠.
흔히 과학고 학생들은 반강제적으로 공부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우리 친구들의 책꽂이에는 학습서 말고도 소설책 과학상식책 등이 많이 꽂혀 있어요.
이제 시험이 끝났으니 컴퓨터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에요. 참 형이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에요?
윤 - 서울대는 오래 전부터의 꿈이었고…. 학과는 급하게 결정했어요. 공대를 지원하겠다는 원칙만 정해 놓았지, 원서쓰기 직전까지도 구체적으로 지원학과 선택을 하지 못했어요. 공대중에서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고 자주 들어왔던 학과가 전자공학과여서 결국 지원하게 되었어요.
공대 안에는 평소에 이름도 접해보지 못한 학과도 많은 데, 그런 곳에 선뜻 원서를 쓸 엄두가 나지 않더라구요.
담임선생님과 상담해 보니, '가고 싶은데 가라'고 하시대요. 그래서 어릴 때 라디오를 만지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던 저의 소질을 살리기도 했어요. 막상 원서를 제출하고 나니까 불안해지던대요. 이번에도 작년과 같이 재수생선풍이 불 거라는 소문 때문에 다소 겁먹은 것이죠.
원서 쓴 뒤 겁을 먹기도
하 - 저는 처음부터 과기대를 점찍어 두었어요. 과학을 계속하는데 필요한 여건, 투자시설이 모두 다른 일반대학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여담인대요. 전전대통령을 국민학교 6학년 때 만난 적이 있었어요. 제가 퍼스날컴퓨터 경진대회에서 1등을 한 덕이었죠. 그때 그분이 제게 “과기대를 세우는데 네가 가고 싶다면 그냥 보내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과학과 관련된 책도 지독하게 많이 읽었어요. 특히 소립자물리의 창시자라고 일컬어지는 페르미를 좋아해서, 그처럼 되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런데 소립자물리하면 배 굶는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귀따갑게 들어, 한때는 약간 흔들리기도 했어요. 전자공학으로 돌려볼까 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었죠.
하지만 고2 올라오면서 소립자물리를 하기로 결심을 굳혔어요. 이번에 과기대 학장님을 만났는데, 전공을 미리 정했다고 꾸중하시더라구요. 사실 학장님도 소립자물리학을 하신 분이에요.
형은 수험생활중에 특별히 아쉬웠던 점이 있었나요?
윤 - 물리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크게 후회 됩니다. 이런 쓸데없는 선택의 갈풍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공대에서는 물리를 반드시 시험치르게 했으면 해요.
하 - 저는 시간이 없어서 후배들과 인간관계를 소흘히 한 것이 마음에 걸려요. 서로 대화가 부족해서 좋은 선배가 돼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형은 건강관리를 어떻게 했나요.
윤 - 원래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고3때는 부모님이 음식에 각별히 신경을 써 주셔서 별 탈 없이 지나갔습니다. 운동은 틈틈이 하는 게 좋아요.
잠은 고3 때 평균 6시간 30분을 잤습니다. 저는 저녁 7시부터 9시 사이에 공부가 특히 잘 돼 이 시간을 충실히 이용했어요. 누구나 자신의 리듬이 있으니까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할 거예요.
공부장소는 대개 학교도서관이었어요. 같이 하니까 경쟁심도 생기고, 자극도 받고, 더 잘 되대요.
하 - 저는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해 왔어요. 아침 저녁으로 학교 야산을 뛰기도 하고…. 중학교 때보다 건강이 더 좋아졌으나 막판에는 체력이 달리더라구요. 그래서 밤마다 옥상에 올라가 뛰었지요. 얼마나 체력향상에 도움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분은 좋아지대요.
우리 대구과학고는 한 학년이 두 학급, 총 60명의 학생들로 이뤄진 미니학교인데 모두가 기숙사생활을 해요. 고1때는 자정에 취침시키고 아침 6시에 기상시켰어요. 그러나 다들 늦게 자서 시간계획이 잘 지켜지지 않았어요. 서로 경쟁이 붙어 한시간이라도 더 오래 공부하려고 한 것이에요.
취침시간이 짧아지니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이 생겼어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밤 1시까지는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허용하고, 그 이후에는 절대 불을 켜 놓지 못하게 했어요. TV과외는 처음에 듣다가 곧 실망해 시청을 중단했어요. 암기위주여서 생리에 맞지 않았던 거지요.
윤 - 저도 TV과외는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방송교재는 따로 풀어봤죠. 문제집 하나를 더 다룬다는 기분으로요.
끝으로 우리의 포부를 한번 밝혀 보는 게 어떨까요.
하 - 저의 좌우명은 '뿌린대로 거둔다'입니다. 과기대에 들어가서는 1학년 때부터 소립자물리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할 작정이에요. 전자공학서클에도 가입하고 싶구요. 앞으로 실력있는 소립자물리학자가 되는 게 꿈인데 국내에는 아직 입자가속기도 없는 상황이므로 유학도 생각하고 있어요.
윤 - 고등학교 때는 공부만 했으니까, 이제부터는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지내고 싶어요.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러 분야들을 접해보고, 아무튼 무조건 공부만 하는 학생은 되지 않겠어요. 들어간 다음에 더 생각해봐야 겠지만 전자공학전문가나 교수가 되기를 바래요.
하 - 형을 알게 돼 반갑고 앞으로도 계속 소식 전할 수 있었으면 해요.
윤 - 물론 그래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