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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단위 중 가장 ‘인간적인’ 광도의 단위, 칸델라

[과학동아X KRISS]인류 최고의 발명품, 단위의 탄생

 

양초로 달의 밝기를 측정하다
빛의 밝기를 측정하는 가장 오래 된 단위는 양초다. 172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피에르 부게르는 표준촉광을 기준으로 달의 밝기를 측정했다. 양초를 뜻하는 ‘캔들(candle)’과 오늘날 광도의 단위로 쓰이는 ‘칸델라’의 이름은 공통적으로 ‘빛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칸델라(Cande­­­­⁻la)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19세기까지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양초를 광도의 기준으로 삼았다. 일본은 촛불 한 개의 밝기를 ‘1촉(燭)’이라 정의한 반면, 영국은 향유고래기름에 밀랍을 섞어 만든 양초가 시간 당 약 7.78 g씩 소모되며 내는 빛의 광도를 영국국회촉광으로 정했다.
프랑스는 겨자과 식물인 유채 기름을 시간당 42 g 소모하는 카르셀(Carcel) 전구로, 독일은 지름이 2 cm인 파라핀 양초의 불꽃 높이가 5 cm를 유지할 때를 1촉광으로 정의했다. 
독일의 공학자 헤프네(Hefner)는 1884년 아밀아세테이트를 불꽃 높이가 4 cm가 되도록 연소시키는 헤프네 램프를 고안했다. 헤프네 램프는 전구와 함께 당시 가장 실용적인 광도 표준으로 손꼽혔다. 1942년까지 독일의 촉광을 정의하는 데 사용됐다. 

 

국제적인 광도 표준을 세우다
국제적인 광도 표준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탄소 필라멘트 전구가 상업적으로 생산되면서부터였다. 인공 광원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자 1909년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등 4개 나라 표준기관은 회의를 열고 탄소필라멘트 전구를 ‘국제촉광(International Candle)’ 표준으로 채용하기로 했다(독일은 헤프네 램프를 표준으로 채용하고 0.9 헤프네 램프를 1 국제촉광으로 고집했다). 
그러다 1937년, 국제도량형위원회(CIPM)와 국제조명위원회(CIE)는 돌연 국제촉광을 흑체를 이용해 재정의하기로 한다. 빛을 100% 흡수하는 이상적인 흑체의 온도를 백금 응고점 온도까지 올렸을 때 그 순간 흑체 면적 1 cm²에서 나오는 빛의 밝기가 58.9 국제촉광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일정한 온도에서 같은 파장의 빛을 물체에 복사하면 빛의 흡수율과 방출률의 비는 물체의 성질에 관계없이 일정한 값을 가진다는 ‘키르히호프의 법칙’을 이용했다. 
칸델라라는 이름은 그로부터 약 10년 뒤인 1948년 제9차 CGPM에서 생겼다. CGPM은 압력이 101 325 N/m²일 때 백금의 응고점 온도에서 흑체 60만 m² 분의 1 면적이 수직방향으로 뿜어내는 빛의 밝기를 1 칸델라로 정의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연구는 양자역학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고전 전자기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흑체복사를 설명하기 위해 ‘빛은 정수배의 특정한 진동수를 갖는 에너지 알갱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플랑크는 진동수를 에너지로 바꿔줄 플랑크 상수(h)를 도입했고, 플랑크 상수는 당시의 물리학을 바닥부터 흔들어 놓는 양자역학의 문을 열었다.

 

기술 발전으로 업그레이드 된 칸델라
고온의 흑체는 태양빛처럼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을 동시에 내기 때문에 빛을 세분화 해 밝기를 측정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했다. 빛을 100% 흡수하는 이상적인 물질을 2000 도 가까운 고온에서 측정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1960년대 레이저가 발명되고 1970년대 극저온 복사출력계가 개발되면서 단파장에서 나오는 빛의 출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에 표준 과학자들은 1979년 제16차 CGPM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칸델라를 정의하기로 했다. 진동수가 540×10¹² 헤르츠(Hz)인 단색광을 방출하는 광원에서 나오는 빛이 1 스테라디안(sr) 당 1/683 와트(W)일 때의 광도를 기준으로 빛의 밝기를 측정했다. 현재 이 측정 방식의 불확도는 10-4, 즉 0.01%에 불과하다. 
광도의 단위에 683분의 1이라는 복잡한(?) 숫자가 포함된 이유는 1 칸델라의 영속성이 유지되도록, 밝기가 양초 1개의 밝기와 유사하게 정의했기 때문이다. 683은 와트라는 일률의 단위와 그것을 보는 눈의 응답을 연결하는 상수(Kcd)에서 왔다. 
CIE는 여러 가지 단색 빛에 반응하는 눈의 반응을 종합해 ‘표준관찰자 시감효능 함수’를 1924년 발표했다. 표준관찰자 시감효능 함수는 1982년 CIPM의 공인을 받고 칸델라를 정의하는 상수로 쓰이게 됐다.


 

INTERVIEW “광자 하나를 기반으로 한 광도 표준 만들 것”

_이광훈(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학표준센터 광도 분야 연구팀)

 

“광자계수검출기를 이용하면 매우 미세한 빛을 광자 단위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칸델라를 정의하는 데 필요한 광출력을 와트 단위 대신 광자 수로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이동훈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학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미래의  ‘양자 칸델라’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과 독일, 미국 등 전 세계가 양자광학측정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자광학측정 기술은 빛을 광자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검출기의 효율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양자컴퓨터, 양자암호체계, 의료 분야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인만큼 국제적인 표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2년 전부터 양자칸델라팀을 새롭게 꾸리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자외선에서 적외선까지 넓은 영역에서 광자 수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근까지 광도 표준 분야의 가장 큰 이슈는 발광다이오드(LED)였다. LED는 빛의 색과 발광 특성이 전통적인 광원보다 훨씬 다양해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학표준센터 광도 분야 연구팀은 LED를 표준광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LED의 특성을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인증표준물질을 2006년 개발하고, 국내 산업계에 LED 표준을 빠르게 보급했다. 
또한 2008년부터 3년 동안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LED의 광원 특성 측정에 대한 국제 비교를 주관했다. 이는 한국의 측정 기술이 여러 나라 표준기관의 측정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게 평가받는다는 뜻이다. 덕분에 국내에서 생산한 LED의 신뢰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 책임연구원은 올해부터 국제도량형위원회(CIPM) 광도·복사도자문위원회(CCPR)의 워킹그룹 의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광도 표준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를 잘 파악해 지원하는 임무를 해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센서를 예로 들었다. 첨단 센서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품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만 보더라도 다양한 파장, 다양한 출력대의 빛을 검출하는 센서가 들어간다. 센서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표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밖에 사람의 시감효능에 대한 연구도 각광받고 있다. 여러 가지 빛에 사람의 눈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사람마다 색을 어떻게 다르게 인지하는지, LED 조명이 신체 리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해외에서는 관련 연구가 날마다 쏟아져 나온다. 
이 책임연구원팀은 국내 기관들과 공동으로 한국의 독자적인 시감효능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능성 조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산업체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조명 표준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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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 사진

    이서연
  • 기타

    일러스트 정은우 작가
  • 기획

    공동기획 한국표준과학연구원( KR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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