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3차원 입체 영상의 마술

두 눈의 원근감 차이 이용한 '착시'의 과학

무작위로 흩뿌려진 점들 속에서 떠오르는 입체영상. 최근 눈의 원근감 착각을 교묘히 이용한 3차원 입체그림이 화제다. 그 원리와 실제를 살펴본다.

입체그림, 내지는 3차원 영상(3D)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두 가지 색으로 인쇄된 그림을 한쪽은 빨강, 한 쪽은 파란 셀로판지를 붙인 안경으로 들여다본 경험이랄지, 거의 비슷한 두장의 사진을 간단한 기구를 통해 보는 경우 등 누구나 어린 시절 한두번쯤 접한 적이 있는 이 입체그림들이 요즘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화제를 부르고 있는 것은 언뜻 보면 무질서한 점들이 흩뿌려진 한 장의 그림에서 아름다운 입체그림이 떠오르는 무작위 점 입체그림(랜덤 도트 3D영상)이다.

이같은 선풍에 불을 당긴 것은 미국의 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 제품의 잡지 광고에 등장시킨 것이 인기를 모으게 돼 갖가지 상품에 응용되기 시작한 것. 일본에서는 지난 해 중순부터 갑작스레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를 소개하는 각종 책자가 선보이고 있어 상당한 붐을 예고하고 있다.

랜덤 도트 3D그림이란 무엇일까. 랜덤 도트 3D그림은 지금으로부터 25년전 벨연구소의 벨라 유레시라는 사람에 의해 최초로 고안됐다. 그는 난수표에서 힌트를 얻어 흑백의 점으로 그려낸 두 장의 그림을 일정 요령을 통해 보면 입체적인 도형이 떠오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얼핏보아 같은 그림으로 보이는 두 그림 중 어느 부분 점들의 위치를 약간 어긋나게 놓음으로써 어떤 도형이 떠오르거나 움푹 들어가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한 각종 작품들은 수작업이나 그림뿐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 많은 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같이 평면 위에 그려졌으면서도 리얼한 입체감을 가진 3D영상의 역사는 사실 상당히 오래됐다. 처음 입체그림의 실험은 영국에서 행해졌는데, 사진이 발명되기도 전인 1832년의 일이다. 그 뒤 사진이 발명되자 즉시 입체사진이 제작되었다. 당시 이같은 입체사진은 '스테레오 푸티콘'이라 불렸는데, 미묘하게 시차를 바꿔 촬영된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한 것이었다.


평행법을 써서 입체로 보려할 때 가장 쉬운 작품중 하나. 초보자는 이같은 작품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평면그림에서 입체영상을 본다

영국에서 개발된 입체사진은 1850년 미국으로 전해져 남북전쟁을 이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까지 남아 있다. 입체사진은 기록사진이나 관광사진으로 사용되는 한편, 에로틱한 사진도 입체사진으로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1900년대에는 성능이 좋은 입체안경이 싼 가격에 판매돼, 유럽과 미국에서 일종의 유행을 낳았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3차원 입체영화들은 지금도 찾아볼 수 있는데, 당시에는 특수안경으로 보았다는 흑백판 킹콩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않을 것이다.

스테레오 사진을 만드는 기술은 단순히 오락용으로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도작성을 위한 측량이나 입체물의 기록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3차원 입체영상이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에서 찍은 스테레오 사진이 광산 탐사에도 이용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시각과 뇌의 구조를 이용한 과학기술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1850년대, 1900년대, 1950년대(3D영화)의 50년마다 3D붐이 이는 현상을 지적하기도 한다. 2000년대에 다시 3D붐이 인다면 그것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더 발전된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추측과 함께

눈의 원근감 차이 이용한 '착시'의 과학

왜 3D 영상은 입체로 보이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이 어떻게 원근감을 얻는가를 밝혀야 한다. 이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현대과학으로도 완전한 해답은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루어지는 현상이란 점만은 확실시되고 있다.

1. 우리의 눈은 거리에 따라 핀트를 바꾼다. 바라보려는 대상의 상태를 감지, 자동으로 거리를 재는 것이다.

2. 양쪽 눈이 왼쪽 오른쪽으로 떨어져 있으므로 양쪽 눈은 약간 다른 시점에서 물체를 바라보게 된다. 이때 두뇌는 각각의 눈에 들어오는 정보차를 감지하여 거리감을 얻는다.

3. 지구에는 대기가 있기 때문에 멀리 있는 물체는 어렴풋하게 보인다. 그러므로 보다 확실하게 보이는 것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4. 비슷한 형태의 물체라면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크게 보인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시야에서 비슷한 형태의 물체를 찾으며 그 크기를 비교함으로써 원근감을 얻는다.

5.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그것이 가까이 있을수록 속도감이 느껴진다. 그러므로 움직이는 물체의 경우 그 이동속도도 원근감에 영향을 준다.

이중 1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3-5는 비교적 먼 거리에서, 그리고 2는 중간거리에서의 원근감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중 가장 명쾌하게 입체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 두번째 메커니즘이다. 현재 소개되는 각종 3D영상의 대부분이 이 원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좌우로 떨어진 장소에서 멀리 있는 한 점을 보면 그 시선의 각도 차이로 거리를 측정할 수가 있다. 수학의 삼각측량의 방식과 원리가 같다.

우리의 뇌는 좌우 양쪽의 눈에서 들어온 영상의 미묘한 차이(양안시차라 한다)를 감지하고 무의식중에 이 삼각측량을 한 뒤 입체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므로 왼쪽과 오른쪽에서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을 어떤 방식으로든 머릿속에서 섞어내면 3D 영상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사진으로 실험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면 왼쪽과 오른쪽 눈에서 뇌로 전달된 영상은 어떤 원리로 그 차이가 감지되는 것일까.

대뇌의 한 부분인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에는 양안 시차검출세포라는 것이 있어서, 그속에서 좌우의 눈에서 들어온 두가지 영상의 중심점을 보고 양쪽을 일치시키려는 뉴런의 움직임이 생긴다. 그러나 좌우의 영상은 미묘하게 어긋나 있으므로 한 점이 일치하더라도 나머지 부분은 일치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뇌는 중심을 맞춘 상태에서 수평방향 등의 어긋남을 수정하려 노력하게 되고 그때 다른 뉴런이 자극을 받아 흥분한다. 이 자극이 입체감을 나타내는 원동력이 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좌우의 눈 각각에 적당한 만큼만 어긋난 시각정보를 보내주면 3D 영상은 실현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스테레오 사진에서는 이를 좌우의 렌즈로 촬영한 2장의 영상으로 행하지만 랜덤 도트 3D는 한 장의 화면 속에 입체그림이 떠오른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랜덤 도트 3D도 마찬가지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한 장의 화면 속에 중첩된 두 장의 화면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곡예'는 무작위적인 점 무늬(도트 패턴)를 사용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중첩된 두 개의 화면을 언뜻보아 한 장의 그림인 것처럼 처리하는 데 이같은 패턴이 필요한 것이다.


앤디 워홀의 그림. 두 그림을 입체로 보게 되면 모자는 붉은 색과 노란색인 번쩍이는 느낌을 주며 얼굴부분도 입체적으로 보이게 된다.
 

스테레오사진 찍는 법

입체사진은 두 대의 카메라를 좌우에 놓고 동시에 촬영한다. 인간의 양 눈은 4-6cm 정도 떨어져 있으므로, 같은 물체를 보더라도 양쪽 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 된다. 사물이 입체적으로 비치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그 원리를 평면상태로 재현한 것이 이 사진이다. 피사체가 크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라면 카메라 사이의 간격을 더 멀리하여 입체감을 강조할 수도 있다.

입체그림 보는 요령

입체그림을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평행법이고 다른 하나는 교차법인데, 우선 평행법으로 보는 법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평행법

평행법은 한마디로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 즉 평행에 가까운 눈으로 보는 방법이다. 양손의 검지 손가락을 각각의 눈에 갖다대고 요령껏 눈의 힘을 빼고 바라본다. 두개의 손가락이 한개로 보일 것이다.

같은 요령이다. 그림을 눈앞 5cm정도에 오도록 손에 든다. 그림 중앙 부분을 눈높이에 맞추고 똑바로 본다. 눈의 초점을 무리하게 그림에 맞추려하지 말고 멍하게 먼곳을 바라보는 눈처럼 만든 다음 그림을 본다. 그림이 흐려진 상태 그대로 그림을 조금씩 멀리 한다. 그러면 어떤 지점에선가 갑자기 선명한 입체그림이 떠오른다. 실제로는 눈앞에 3장의 그림이 보이지만 양쪽은 보려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잘 안될 때는 얼굴 위치를 바꿔가며 시도한다. 처음 해보는 사람은 10-30분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

교차법

손가락 하나를 코에 가까이 가져가 본다. 눈은 안쪽으로 쏠린 사팔눈이 될 것이다. 또는 책과 눈 사이의 공간에 손가락이나 연필 등을 세우고 그 끝을 주시한다. 시선이 그 끝에 모아지면 시선 그대로 책을 의식한다. 초점이 책에 맞지 않을 것이다. 손가락이나 연필을 조금씩 앞뒤로 움직여 점이 세개로 보이는 자리에서 멈춘다.

평면에서 입체가 떠오르는 구조

인쇄면에는 왼쪽부터 A B C D의 4개의 패턴이 있다고 하자(그림의 삼각형은 그냥 점들이 아니라 각기 몇개의 점들에서 형성된 무늬라 생각하자). 이들 무늬는 좌우의 눈에 각기 a'b'c'd', a b c d의 형으로 포착된다. 이 그림에서는 오른쪽 눈으로 B를, 왼쪽 눈으로 C를 주시했을 때 각각의 눈에서 A-D의 각 무늬에 다가가는 시선의 모양이다. 시선은 인쇄면의 앞과 뒤에서 몇가지의 교차점을 만들고 있다. 주시점인 C, B는 인쇄면보다 뒷쪽에서 교차하고 여기에 합성된 패턴 c+b'를 떠올린다. 만일 오른쪽 눈에 들어온 d'와 왼쪽 눈에 들어온 a가 비슷한 패턴이라면 그 겹친 화면은 오른쪽 눈d'와 왼쪽 눈 a와의 교차점에 a+d'기는 패턴으로서 떠오른다. 같은 식으로 각 패턴의 비슷한 정도에 따라 합성된 화면은 인쇄면의 앞뒤 여러 위치에 떠오르게 할 수 있다.

랜덤 도트 3D에 두가지 화면이 숨어있는 구조


랜덤 도트 3D의 원리
 

랜덤 도트 3D에서 하나의 화면 속에 두개의 그림이 숨을 수 있는 구조를 살펴보자. 실제의 화면에는 왼쪽부터 A B C D E의 패턴이 있다고 하자. 오른쪽 눈으로 B와 C의 경계선을, 왼쪽 눈으로는 C와 D의 경계선을 주시하면 그림과 같이 좌우 각각의 눈에 들어오는 패턴의 정보는 좌우 한쪽 만큼 어긋나게 된다. (a b c d 와 b'c'd'e'). 이 한 패턴 만큼 어긋난 정보가 입체사진의 좌우의 화면에 해당하는 두개의 화면이다. 머릿속에서는 a와 b', b와 c'하는 식으로 두개의 패턴이 합성되어 전혀 새로운 정보가 태어난다.


간단한 3D 입체그림 만드는 방법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서영아 기자

🎓️ 진로 추천

  • 물리학
  • 컴퓨터공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