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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 아찔했던 사고 5

국제우주정거장 '빈 집' 되나?

10월 11일, 유인우주선 소유스 MS-10을 싣고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로켓이 오작동으로 추락했다. 소유스에 탑승했던 러시아와 미국 우주비행사 2명은 비상 탈출했지만, 이번 사고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가 끊기면서 ISS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ISS에는 3명의 우주비행사가 머무르고 있다. 이들이 귀환을 위해 타야 하는 소유스 MS-09는 최장 내년 1월까지 우주에서 버틸 수 있어, 그 사이에 소유스 발사를 재개하지 못할 경우 ISS가 비어 있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ISS는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 있는 만큼 우주비행사가 꾸준히 정비를 해야 유지될 수 있다. 
게다가 8월에는 ISS와 도킹하고 있던 소유스 MS-09에서 공기가 조금씩 빠져나가면서 ISS의 내부 압력이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해 모두를 긴장시켰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장은 “ISS는 밀폐된 공간인데다가 우주라는 특수한 공간에 있다는 특성 때문에 공기 누출, 전력 손상, 화재 등에 매우 취약하다”며 “이런 사고가 일어날 경우 ISS에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사고 지속 기간, 우주비행사의 안전 위협 정도, 피해 규모 등을 종합해 그간 아찔했던 역대 ISS 사고를 꼽아봤다.

 

 

5위. 공기 누출 사고
2018년 8월 29일

 

올해 8월 29일 ISS에서는 공기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ISS에 머물고 있던 우주비행사 6명은 공기 누출 신호를 포착한 뒤 ISS 내부 모듈을 차례로 진단하면서 공기 누출의 근원지를 찾았다. 그 결과, 지난 6월 ISS에 도킹한 소유스 MS-09에서 지름 2mm의 구멍을 발견했다. 우주비행사들은 긴급 조치로 의료용 거즈와 테이프를 이용해 구멍을 막았고, 화물선의 산소 탱크에서 공기를 집어넣어 압력을 맞췄다. 
이 사고는 ISS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을 위협할 만큼 긴급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의 분쟁으로 번졌다. 처음에는 미세 운석과 충돌해 발생한 사고라고 추정됐지만,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국장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뚫은 구멍이며, 지구에서나 우주정거장 모두에서 (구멍을 뚫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으로 당시 ISS 체류 우주비행사 대장(커맨더)인 드류 퓨스텔은 ABC 뉴스와의 지상 인터뷰에서 “모욕적이며, 전체 우주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맞받아쳤다. 
최 센터장은 “압력이 느린 속도로 감소했다는 것은 누군가 고의적으로 구멍을 뚫은 것이 아니라 사고라는 의미”라며 “제작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갈등을 봉합하는 분위기다. NASA는 10월 3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으며,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11월 중 우주 유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4위. 유독물질 누출 사고
2006년 9월 18일

 

2006년 9월 18일, 유독물질 누출 사고로 ISS에서는 사상 최초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당시 ISS에 있던 러시아 우주인 대장인 파벨 비노그라도프와 미국인 엔지니어 제프 윌리엄스는 러시아 모듈에서 고무 타는 냄새를 맡았고 연기를 발견했다. 원인은 ‘엘렉트론’이라는 러시아제 산소발생기였다. 
엘렉트론은 물의 전기분해를 이용해 ISS에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다. 이전에도 종종 고장 난 적이 있었는데, 2006년 사고는 산소발생기가 과열되면서 산소 배출구에서 소량의 수산화칼륨이 누출돼 일어났다.
수산화칼륨은 산소발생기에서 물의 전도도를 증가시켜 전기분해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흡입하면 타는 듯한 느낌, 기침, 인후통 및 숨 가쁨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 물질이다.
혹시 모를 연기와 오염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 ISS의 환기 시스템은 중지됐고, 우주비행사들은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소발생기를 끈 뒤 숯 필터를 설치해 수산화칼륨을 제거했다. 다행히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고 우주비행사들도 큰 위험에 처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더 악화됐다면 우주비행사들은 비상 탈출용 소유스를 타고 지구로 귀환해야 했다.  
이후에도 독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는 간혹 있었다. 2013년 5월 9일에는 ISS 외부의 냉각 장치에서 암모니아 기체가 새어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암모니아는 ISS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전지판을 냉각시키는 데 사용된다. 이틀 후 우주비행사들은 긴급 우주 유영을 통해 누출이 의심되는 냉각 장치를 수리했다. 

 

 


3위. 우주 유영 중 익사 위험
2013년 7월 16일

 

ISS의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정거장의 유지 보수 등 여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ISS 바깥으로 나가 우주 유영을 한다. 우주 유영은 ISS 내에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영화 ‘그래비티’에서처럼 인공위성의 잔해나 파편 등 우주 쓰레기와 충돌할 수도 있고, 만에 하나 우주선과 연결된 끈이 끊겨 떨어지게 되면 영원히 우주 미아가 될 수도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의지할 것이라고는 우주복 하나뿐이다. 
그런데 우주복에 물이 차 ISS 우주비행사 중 한 명이 익사할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2013년 7월 16일, 이탈리아의 우주비행사 루카 파르미타노는 우주 유영 중 헬멧 뒷부분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입과 코, 눈까지 물이 차올라 의사소통은 물론 호흡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6시간 15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던 우주 유영은 1시간 32분 만에 종료됐다. 극적으로 ISS 내부로 귀환한 그는 빠른 응급 처치로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이후 NASA는 “파르미타노의 헬멧에 1~1.5리터(L)의 물이 찼다”며 “그가 질식해 숨질 수도 있는 중대한 사고였다”고 밝혔다. NASA는 사고 경위에 대해 “우주복이 오염돼 필터가 막혔고, 온도 조절용 냉각수가 거꾸로 솟아올랐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우주복에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헬멧 뒤쪽에 물을 흡수할 수 있는 패드가 설치됐다.

 

 


2위. 발사 순간부터 손상 입은 스카이랩
1973년 5월 14일

 

ISS는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위험, 컴퓨터 오작동 등 작은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기체가 크게 손상되거나 실제로 충돌할 만큼의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주정거장의 큰 사고는 ISS 이전에 운영되던 우주정거장에서 발생했다.
1973년 5월 14일 발사된 ‘스카이랩(SKYLAB)’은 미국의 첫 번째 우주정거장이다. 하지만 발사 중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미세 운석 보호막과 태양전지판 한쪽이 완전히 뜯겨 나갔고, 나머지 태양전지판도 펼칠 수 없게 됐다. 
방열판도 손상돼 이대로 태양열을 계속 받게 되면 우주정거장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고, 내부의 식량이나 물품이 모두 상하고 독성 물질이 방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다음 날 예정됐던 우주비행사 세 명의 출발도 연기됐다. 
결국 우주비행사들은 엔지니어에게 우주정거장 수리 기술을 훈련받은 뒤 예정보다 10일 늦은 1973년 5월 25일 스카이랩에 도착했다. 이들은 우주 유영을 통해 태양전지판을 다시 펼쳤고, 임시로 태양열을 막을 수 있는 파라솔을 설치하는 대대적인 수리 작업을 벌였다. 
다행히 수리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스카이랩 내부 온도도 정상 범위로 떨어졌다. 이후 스카이랩에서는 171일 동안 9명의 우주비행사들이 머무르며 태양 관측을 포함해 무중력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다. 
스카이랩에서는 사고 아닌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승무원들이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파업’을 강행한 것이다. 최초의 ‘우주 파업’을 벌인 주인공들은 스카이랩의 네 번째 임무수행대원들인 제럴드 카, 에드워드 깁슨, 윌리엄 포그 등 세 명이었다. 이들은 1976년 12월 28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84일 동안 체류 예정이었던 이들에게는 총 6051시간의 연구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우주 유영뿐만 아니라 수많은 과학, 의학 실험, 태양과 지구 관측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과중한 업무에 지쳐 일정이 점점 늦어지자 세 승무원은 지상과의 통신 장비를 끄고 지구의 풍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12월 마지막 날 지구와 통신을 재개했고, 지상과 타협(?)해 휴식 시간을 보장 받았다. 분 단위로 촘촘히 짜여 있던 우주비행사들의 일정표는 자율적인 시간 관리로 대체됐다. 자유시간을 보장 받은 우주비행사들은 이듬해 2월 임무가 끝날 때까지 NASA가 계획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임무를 완료했다. 이 파업으로 NASA는 우주비행사의 심리 및 스트레스를 고려해 임무를 맡기게 됐다.

 


1위. 최악의 사고, 미르 우주정거장 
1997년 2월 23일, 6월 26일

 

우주정거장 역사상 최악의 사고는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Mir)’에서 발생했다. 1986년 2월에 발사된 이후 미르에서는 무려 1400여 건이 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산화탄소 배출장치 고장, 산소발생기 작동 불능, 냉각장치 부동액 누수 등 사고 유형도 다양했다.
그 중 두 번의 대형 사고가 모두 1997년에 일어났다. 첫 번째는 1997년 2월 23일에 일어난 화재 사고였다. 화학 산소 발생기가 고장 나 14분간 화염에 휩싸였고, 45분간 유독 가스가 선내를 가득 채웠다. 승무원들은 젖은 수건과 소화기로 진화했고, 다행히 인명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26일, 미르는 수동 도킹 시험 중이던 7톤(t)짜리 무인 화물선 ‘프로그레스 M-34’와 충돌했다. 이 화물선과의 충돌로 태양전지판이 손상됐고, 미르의 6개 모듈 중 하나인 스펙터 모듈에 3cm의 구멍이 뚫려 공기가 새기 시작했다. 
다행히 사고 발생 당시 우주비행사들은 모두 제어실에 있어 무사했으며, 이들은 미르에서 스펙터 모듈을 봉쇄해 다른 모듈의 공기까지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았다. 스펙터 모듈의 태양전지판은 우주정거장에 공급하는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 사고 때문에 미르의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후 수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르의 전력 공급은 충돌 이전의 70%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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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오혜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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