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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함께]퓨마 사살과 동물원 폐지 논란 9월 18일

"제 생각은요"

9월 18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호롱이’라는 이름의 암컷 퓨마 한 마리가 탈출했습니다.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호롱이는 결국 사살됐습니다. 호롱이 사살로 여론이 들끓었고, 이는 동물원 폐지 논란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과학동아는 이와 관련해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10월 11일 오후 2시 30분부터 자정까지 동아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채팅앱(chat.dongascience.com)을 열었습니다. 여기에 올라온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이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싣습니다.

 

[chat] 익명 _ 동물을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것 또한 잘못된 일입니다.

10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호롱이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기 위해 ‘벵골 고양이’를 ‘출석’시켰습니다. 김 의원은 “퓨마를 데리고 오기는 힘들어 그 새끼와 비슷한 동물을 데려왔다”고 밝혔지만, 또 다른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일단 동물 학대를 논하기 전에 벵골 고양이가 퓨마와 비슷한 동물이라는 얘기는 사실일까요. 퓨마는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몸길이 1~2m의 대형 고양이과 동물입니다. 호랑이, 사자, 재규어에 이어 고양이과 동물 중 4번째로 몸집이 큽니다. 적갈색, 황갈색, 갈색 등을 띠고 있고, 어렸을 때에는 몸에 어두운 색의 큰 얼룩무늬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김진태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데리고 온 벵골 고양이와 어린 퓨마는 얼핏 보면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퓨마는 자라면서 이 무늬가 사라집니다. 다른 고양이과 맹수들인 재규어나 치타, 표범과는 다른 특징이죠. 연성찬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벵골 고양이는 삵과 교배해 인위적으로 무늬를 갖도록 만든 고양이 품종 중 하나”라며 “고양이과 동물이라는 것 외에는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사람들에 의해 점점 서식지가 밀려나고 있지만, 퓨마는 환경 변화에 적응을 매우 잘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수의 개체가 숲, 열대 정글, 초원, 건조한 사막 지역 등 다양한 서식지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이 퓨마 사살 사건을 보도하며 ‘멸종위기종’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퓨마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IUCN 적색 목록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관심 대상’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chat]우서연_ 만약 퓨마를 사살하지 않아서 사람이 다쳤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판단에 따라서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판단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chat]장준오_ 퓨마를 사살한 것은 과잉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롱이는 동물원 직원이 청소하고 문을 닫지 않은 틈을 타 탈출했습니다. 수색대는 호롱이가 탈출한 지 1시간 20분이 지난 오후 6시 35분경 오월드 내에서 호롱이를 발견하고 포획을 하기 위해 마취총을 쐈습니다. 하지만 호롱이는 마취가 되지 않은 채 다시 시야에서 사라졌죠. 날이 더 어두워지면 야행성인 퓨마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오월드는 결국 매뉴얼에 따라 퓨마를 사살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살까지 한 것은 과잉대응이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마취총을 잘 쐈다면 충분히 포획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반면 ‘사람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과학동아 독자들의 의견도 둘로 나뉘었습니다. 사실 퓨마는 표범과 같은 다른 맹수에 비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연 교수는 “그럼에도 퓨마가 맹수라는 건 틀림이 없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동물을 위한 행동’의 박정희 대표는 “해외 동물원에서는 동물이 동물원을 탈출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준비된 매뉴얼대로 관련 인력이 주기적으로 대응 훈련을 하고,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해서 동물들에게 필요한 마취제 양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물이 공격성을 보이고 사람의 생명이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살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전에 미리 여러 방법으로 대비를 한다는 겁니다. 박 대표는 “한국의 동물원은 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규모가 작고,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매뉴얼이 있어도 훈련이 돼 있지 않다”며 “과잉대응이었을 수 있지만, 현재 한국 동물원의 수준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chat]김주원_ 기본적으로 동물원은 없애는 게 맞다고 봅니다. 

호롱이의 죽음은 동물원 폐지 주장으로까지 번졌습니다. 호롱이가 사살된 날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동물원을 폐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10월 18일 청원 마감까지 총 6만4757명이 서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호롱이가 평생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동물원의 좁은 우리에 갇혀 있었고, 인간의 관리 소홀로 사고가 일어났으며, 결국 사살당한 점을 들며 아예 동물원 문을 닫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동물원을 폐지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동물원의 동물들은 동물원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바로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며 “동물원을 폐지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동물원을 없애자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물원을 폐지하기보다는 현재 한국의 동물원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chat]이희욱_ 동물원의 역사적 기원에 제국주의적 함의가 숨어있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최초의 근대식 동물원은 1752년 오스트리아 빈에 만들어진 ‘쇤부른 동물원’이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에서 발견한 희귀동물들을 포획해 전시했던 것이 동물원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야생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연구하게 되면서 좁은 공간에 여러 동물을 전시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해외의 동물원은 단순히 많은 동물을 보유하기보다는 적은 종을 전시하더라도 좀 더 큰 공간에, 야생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넓히고 있습니다. 우리를 없애 동물을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관람 환경도 바꾸고 있습니다. 또 기후를 고려해 살기에 적합한 동물만 전시하고, 코끼리와 북극곰처럼 서식 환경이 중요한 동물은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관람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거나 이들의 보전을 연구하는 것으로도 동물원의 기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chat]윤성호_ 과학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가상현실(VR)을 이용한 가상 동물원은 어떨까요?

최근에는 3D와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동물원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오비 요코하마’는 3D 안경을 쓰고 영상으로만 동물을 만나는 동물원입니다. 지난해 3월에는 스페인 동물단체들이 이렇게 가상현실 동물 체험관으로 동물원을 대체하자고 주장했습니다.

 

[chat]이영욱_ 해외에 보면 동물 보호, 동물 연구 목적으로 동물원을 운영하기도 하던데요. 동물원이 잘만 운영되면 순기능도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chat]이도언_ 매우 큰 부지에 야생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고, 같이 있을 수 있는 동물끼리 모아 야생에 풀어놓는다는 개념으로 동물원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것 같습니다.

변화하고 있는 동물원의 역할에 한국의 동물원들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보숙 서울대공원 동물기획과 과장은 “동물들이 사는 공간을 자연 서식지와 최대한 비슷하게 생태형 전시장으로 바꾸고 있고, 동물 복지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 것도 없는 우리 안에 동물을 가둬 놓고 먹이만 받아먹게 하면 단조로운 환경에서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이상한 행동(정형행동)을 보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들이 야생에서처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행동 풍부화’라고 합니다. 먹을 것을 여기저기 숨겨 놓고 어렵게 찾아 먹게 한다거나, 냄새, 소리 등의 오감을 자극하는 등 각 동물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겁니다.
한국에 한 마리 남은 북극곰이었던 에버랜드의 ‘통키’는 11월 말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동안 북극곰의 서식 환경과 너무 다른 한국에서 고생했는데, 최적의 노후 생활을 보내기 위해 최대한 자연 환경과 비슷한 동물원으로 보내주려고 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통키는 영국으로 갈 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난 10월 17일 24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chat]송찬우_ 동물에게도 인간과 같은 권리가 있다는 ‘동물권’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동물의 복지 확대 등 동물권 운동의 기초가 되는 개념인데,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동물원과 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는 2016년 5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지난 해 5월 30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시행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동물원이나 수족관 운영은 허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등록만 하면 되고, 등록 이후에도 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안전 관리나 서식 환경에 대한 규정도 세부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박 대표는 “특히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동물 체험 시설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진짜 없어져야 할 동물원은 이런 체험 시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 사람들은 그동안 동물원과 동물들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 동물원의 현실을 알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공감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과장도 “현재 한국의 동물원은 동물 복지를 위해 나아가는 과도기에 있다”며 “모든 동물원이 함께 발맞춰 변화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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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오혜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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