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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과학과 의학 그리고 꿈이 만나는 현장, IBS 나노의학 연구단 랩투어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는 10년 뒤, 후배 나노의학 연구자로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천진우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 단장은 추위를 뚫고 찾아온 과학동아 독자들을 따뜻한 환영 인사로 맞이했다.

 

2023년 11월 24일, 과학동아 독자 10명은 서울 연세대에서 진행된 IBS 나노의학 연구단 랩투어에 참가했다. 과학과 의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은 첫 일정인 강연에서부터 질문을 쏟아냈다. “나노의학이 발전하면 암을 정복할 수 있나요?”라는 박가률 독자(세종 미르초 5학년)의 질문은 강연을 진행한 이재현 교수로부터 “좋은 질문”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200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15년까지 암을 정복하겠다고 했지만 2023년 현재도 암은 인간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다. 이 교수는 “암 종류마다, 환자마다 각기 다른 치료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유전자에 맞춘 치료법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갈 길은 멀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나노기술이 생명체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고 있기에 언젠가는 (암 정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의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예지 독자(부천 중흥초 5학년)는 진로에 대해 질문했다. 이 교수는 “과학동아를 열심히 읽으라”고 답해 랩투어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과학에 대한 흥미를 계속 이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데, 제게 과학동아가 그 역할을 해줬다”는 설명이 덧붙여지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노입자 실험을 내손으로 직접

 

강연이 끝난 뒤엔 본격적인 랩투어가 진행됐다. IBS 나노의학 연구단은 이날 랩투어 참가자들에게 연세대 문양이 자수로 새겨진 실험 가운을 선물했다. 참가자들은 이 가운을 입고 연구단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크기에 따라 금의 색이 다르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원래 금은 노란색이지만, 이 금을 나노미터 크기로 아주 작게 만들면 와인색이 돼요.” 박만수 연구원의 설명에 참가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원래 금이 와인색이고, 그걸 크게 만들었을 때 노란색이 되는 건 아닌가요?” 나준수 독자(서울 상경중 1학년)의 이어지는 질문은 더 큰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박 연구원은 빙그레 웃으며 “어떤 세상에 기준을 두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무엇이 금의 ‘본래’ 색인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 대답했다.

 

금을 합성하는 실험의 주인공은 전예지 독자였다. “실험에 자원할 사람이 있느냐”는 박 연구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참가자 10명 중 9명이 손을 들어 가위바위보로 실험자를 뽑았다. 실험은 금나노 씨앗입자(seed)를 용매와 잘 섞고 천천히 가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노란색이었던 플라스크 속 액체는 환원제를 넣고 끓이니 색이 점차 변했다. 금나노 씨앗입자가 조금씩 성장하며 나타나는 변화였다. 아주 작은 와인색 금 입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진단하는 기술로 발전하기도 한다. 2020년, IBS 나노의학 연구단은 자석에 금을 코팅한 하이브리드 나노입자를 개발해 17분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랩투어에서는 나노기술을 어떻게 의학에 활용할 수 있는지도 볼 수 있었다. 노건우 연구원은 암막 커튼 안에서 바이오 형광 현미경을 사용해 골격근을 관찰하며 형광 이미지 처리 기술에 관해 설명했다. 나노기술로 형광 효율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형광 이미지 처리 기술은 인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쓰이고, 나아가 질병 진단과 치료 도구로도 주목받고 있다.

 

마지막 일정은 지하 1층에 자리한 투과 전자현미경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었다. 박종성 연구원은 “이 현미경으로 나노물질의 입자 모양을 볼 수 있다”면서 “정사면체, 정육면체, 구형 등 서로 다른 모양에 따라 입자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나노물질을 확대하자 모두가 숨을 죽이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현미경의 초점이 유난히 까만 작은 점,  원자에 맞춰졌을 땐 탄성이 터졌다. 류규환 독자(서울 신흥초 6학년)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를 직접 볼 수 있다니!”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공부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생겼어요.” 랩투어를 마치며 이효령 독자(아산 신창중 1학년)는 “이곳에 (연구원으로) 다시 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나노의학에 대한 지식과 함께 꿈이 자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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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희 기자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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