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시작되고 이틀째 되던 날 에너지자원공학과 학부생들을 만났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다들 먼저 와 각자 노트북을 붙들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니 ‘과방(학과 학생들의 휴게실)’이란다.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된 기자의 뇌리에 남아있는 과방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마치 카페 같은 분위기의 과방에 깜짝 놀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에너지자원공학에 대한 이들의 열정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스터디로 모의면접 반복 - 18학번 곽정원
충남 세종시에 위치한 영재학교인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1기 졸업생인 곽정원 씨는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에너지자원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고교 1학년 때부터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를 목표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가 에너지자원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서울대 공대 내에서 유일하게 지구과학을 배우는 학과이기 때문이다. 곽 씨는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던 중학교 시절 지구과학을 공부하면서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고, 싱크홀 같은 지질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향후 지질재해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곽 씨는 서울대 공대에서 매년 개최하는 ‘청소년 공학 프런티어 캠프’에 참여한 뒤 에너지자원공학의 성격을 더욱 확실하게 파악했다.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자원공학이라고 하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떠올리는데, 공학 프런티어 캠프를 통해 에너지자원공학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광물자원 개발을 비롯해 지하 공간을 안전하게 활용하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에너지자원공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곽 씨는 3학년이 되면서 스터디 모임을 꾸렸고, 결과적으로 이 스터디 모임이 곽 씨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됐다. 서울대 공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은 주어진 수학 문제를 푼 뒤 면접관 앞에서 풀이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곽 씨는 스터디 모임에서 모의면접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는 “수학 문제를 잘 푸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른 친구들의 면접관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예컨대 곽 씨는 긴장을 잘 해서 면접관들 앞에서 많이 떠는 편이었는데, 비록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던 친구들을 보면서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면접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고, 합격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돌발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응 - 18학번 최승훈
일반고인 서울 용산고를 졸업한 최승훈 씨는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입학했다. 원래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았지만,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아직까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자원을 대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석유자원을 가공하고 상품화시키는 산업과 관련된 화학생물공학부 진학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3학년에 진학해 입시를 준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 지원하려는 학생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했던 것이다. 교내에서 서울대 공대 진학을 목표로 한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내신 성적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최 씨는 석유자원을 탐사하고 개발하는 분야를 다루는 에너지자원공학과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해 진로를 바꿨다.
그때까지 화학생물공학부에 맞춰 작성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의 모든 활동을 재구성해야 했지만, 석유자원을 다룬다는 궁극적인 목적은 같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최 씨는 특히 자기소개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독서활동을 기록하는 항목에는 단순히 소감을 쓰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느끼고 생각한 비평을 담았다. 그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에 감상 위주의 서평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서류를 읽는 평가자의 눈에 띄는 글을 쓰고 싶어비평을 담았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했던 활동을 모두 담으려고 애쓰기보다는 항목별로 주제를 적절히 분배해 자기소개서가 정돈된 느낌을 주도록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입시 과정에서 가장 큰 위기는 구술면접에서 찾아왔다. 면접관들 앞에서 문제를 푸는데, 쉬운 문제에서부터 면접관이 틀렸다고 지적을 한 것이다. 당황한 최 씨는 재차 문제를 풀어봤지만 자신의 답이 정확하다고 생각했고, 면접관에게도 풀이과정과 답을 다시 설명했다. 알고 보니 면접관이 실수를 한 것이었다. 비록 그 문제를 다시 푸느라 제한된 시간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최 씨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문제들을 침착하게 풀 수 있었다. 최 씨는 “돌발 상황이 생겨도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담 내려놓고 수업에 집중 - 18학번 정병민
일반고인 서울 숭실고에서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을 거쳐 입학한 정병민 씨는 “내신 성적과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가장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은 학교별로 두 명만 추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신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쉽게 말해 전교 1~2등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이처럼 높은 성적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 씨는 의외로 “마음에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공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험에서 반드시 다 맞아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험 준비도 한 달 전에 시작했고, 밤을 새워 공부하기보다는 늦어도 새벽 1시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의식적으로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수업 시간에 최대한 집중하고, 졸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씨에게도 어려운 과목은 있었다. 물리에서 역학 부분을 이해하기 어려워 결국 다른 과목보다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정 씨는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한 결과 물리학이 원리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 여기에 소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원리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공부한 정 씨는 다음 시험부터 물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수학영재반에서 폭넓게 공부 - 17학번 이상민
서울 서울고에서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이상민 씨는 2011년 9월 발생한 정전 사태를 경험하면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에어컨이 없으면 예민해질 만큼 더위를 많이 타는 그에게 전기가 갑자기 끊어질 수 있다는 경험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그는 에너지를 좀 더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씨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둘다 준비했지만, 자신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전형은 수시모집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정시모집은 단 한 번 치르는 수능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수능 당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부담감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이 씨는 수능 당일 아침부터 심한 대상포진을 앓아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 시험 결과 역시 평소 실력에 훨씬 못 미쳤다.
그는 교사의 도움으로 다양한 종류의 수학 문제를 경험한 것과 흥미를 느낀 일에 열정을 다 해 참여했던 것 두 가지를 입시 준비에 주효했던 요소로 꼽았다. 그가 고교 1학년부터 참여했던 수학영재반에서는 매일 풀던 문제가 아닌 다른 종류의 새로운 문제를 풀어볼 기회가 많았다. 이 씨는 “그 경험으로 수학을 보는 눈이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를 풀 때 문제를 그림으로 시각화해 보려고 노력했는데, 이는 구술고사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이 씨는 꼭 에너지자원공학과와 관련이 없는 활동이라도 흥미를 느끼는 모든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서울대에 합격한 뒤 입학처 관계자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서울대에 오려면 공부‘만’ 잘 하는 게 아니라 공부‘도’ 잘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학에 입학한 뒤 행복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라도 흥미에 따라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학영재반에서 폭넓게 공부 - 17학번 이상민
서울 서울고에서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이상민 씨는 2011년 9월 발생한 정전 사태를 경험하면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에어컨이 없으면 예민해질 만큼 더위를 많이 타는 그에게 전기가 갑자기 끊어질 수 있다는 경험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그는 에너지를 좀 더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씨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둘다 준비했지만, 자신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전형은 수시모집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정시모집은 단 한 번 치르는 수능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수능 당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부담감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이 씨는 수능 당일 아침부터 심한 대상포진을 앓아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 시험 결과 역시 평소 실력에 훨씬 못 미쳤다.
그는 교사의 도움으로 다양한 종류의 수학 문제를 경험한 것과 흥미를 느낀 일에 열정을 다 해 참여했던 것 두 가지를 입시 준비에 주효했던 요소로 꼽았다. 그가 고교 1학년부터 참여했던 수학영재반에서는 매일 풀던 문제가 아닌 다른 종류의 새로운 문제를 풀어볼 기회가 많았다. 이 씨는 “그 경험으로 수학을 보는 눈이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를 풀 때 문제를 그림으로 시각화해 보려고 노력했는데, 이는 구술고사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이 씨는 꼭 에너지자원공학과와 관련이 없는 활동이라도 흥미를 느끼는 모든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서울대에 합격한 뒤 입학처 관계자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서울대에 오려면 공부‘만’ 잘 하는 게 아니라 공부‘도’ 잘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학에 입학한 뒤 행복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라도 흥미에 따라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능은 ‘공부 감각’ 유지가 중요 - 17학번 최지운
자율형 사립고인 서울 세화고를 졸업한 최지운 씨는 인터뷰에 참여한 여섯 명 가운데 유일하게 정시모집으로 입학했다. 무려 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수능 성적만으로 입학한 최 씨는 “공부 감각을 유지하려 노력한 것이 수능을 잘 치를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수능은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장기 레이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고교 3학년 6월과 9월에 치르는 모의평가 결과가 나오면 많은 학생들이 그 결과가 수능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해 낙담하곤 하는데,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시험 보기 전날까지 꾸준히 공부하면서 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씨 자신이 바로 살아있는 증인이다. 그는 9월 모의평가 결과 서울대에 지원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결과가 나왔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고 시험 전날까지 꾸준히 공부했다. 그 결과 어떤 모의평가보다 수능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최 씨는 “수능은 단 하루 동안 보는 시험이지만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공부한 것들이 쌓여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