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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신과 함께? CG와 함께! 지옥과 현실을 잇는 컴퓨터그래픽

영화 ‘신과함께’의 2편에 해당하는 ‘신과함께-인과 연’이 8월 21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140만 명을 넘어서며 시리즈물 최초로 두 편 모두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전편에서 이어진 기대감도 영화 흥행에 불을 지폈겠지만, 또 하나의 일등공신이 있다.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이다. ‘신과함께’ 2편을 구성하는 총 1900여 컷 가운데 CG가 사용된 장면은 1700여 컷에 이른다. 영화의 9할 가까운 장면에 CG가 사용된 셈이다. 

 

 

 

단 10가닥의털로 1만가닥움직임표현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지옥을 관객들에게 얼마나 웅장하게, 그러면서도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또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동물과 괴수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신과함께’ 시리즈의 CG 작업을 총괄한 정석희 덱스터스튜디오 CG 슈퍼바이저 실장은 영화의 그래픽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로 지옥, 동물, 괴수를 꼽았다.


특히 2편에서는 동물과 괴수의 표현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전편에 비해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편에는 호랑이, 늑대, 사슴, 고래 등 다양한 동물과 인면어(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 공룡 등 괴수가 여럿 등장한다. CG 작업에서는 사람이 아닌 생물체를 ‘크리처(creature)’라고 부르는데, 이 크리처야 말로 CG 기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처에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데 가장 중요한 부위는 피부다. 정 실장은 “호랑이와 늑대는 털을, 고래는 매끈한 피부를, 공룡은 거친 살갗을 가져야 현실감이 생긴다”며 “털 한 올, 피부 한 조각을 데이터 하나로 변환해 일일이 처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CG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젠(ZENN)’이다. 젠은 ‘신과함께’의 김용화 감독이 2013년 제작한 영화 ‘미스터 고’에서 주인공 고릴라의 털을 표현하기 위해 처음 개발됐고, 덱스터스튜디오 CG 기술의 시작점으로 불린다. 


젠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크리처를 만들어낸다. 


우선 표현할 대상을 폴리곤(3D 그래픽에서 물체를 표현할 때 쓰이는 기본 단위로 점, 선, 면으로만 처리된 다각형)으로 제작한 뒤 그 위에 ‘가이드 커브’를 그린다. 


가이드 커브는 털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털 전체의 뼈대 역할을 하는 곡선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1만 가닥의 털을 제작한다고 할 때 털 1만 가닥을 일일이 조정하는 대신 10가닥을 가이드 커브로 제작하고 나머지 9990가닥은 가이드 커브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도록 만든다. 

 

강원철 덱스터스튜디오 CG 슈퍼바이저는 “인체에서 근골격의 움직임에 따라 피부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처럼, 기준이 되는 털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털이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라며 “털뿐만 아니라 비늘, 깃털, 머리카락을 만들 때도 이 방식을 쓴다”고 말했다. 강 슈퍼바이저는 또 “2편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경우 가이드 커브를 약 4000개만 사용해 수십 만 가닥에 이르는 털의 움직
임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며 “이런 동물 CG 작업은 3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나무하나로산표현,스캐터링툴


‘신과함께’ 1편의 백미는 지옥이다. 7가지 죄악에 따라 불, 물, 모래, 바위, 거울, 칼, 얼음 등으로 표현된 지옥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신과함께’ 2편에는 지옥 이외에 눈 덮인 산이나 달동네 등 새로운 장소가 추가됐다. 이 역시 CG로 탄생했다.

 

정 실장은 “산에 있는 나무를 하나씩 작업하면 데이터만 해도 용량이 테라바이트(TB·1TB는 1024기가바이트) 수준으로 어마어마하게 증가한다”며 “렌더링 하는데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렌더링은 수와 방정식으로 이뤄진 데이터를 2차원 또는 3차원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을 말한다. 


이 문제는 덱스터스튜디오가 자체 개발한 스캐터링 툴(scattering tool)인 ‘젠브(ZENV)’로 해결했다. 스캐터링 툴은 말 그대로 배경에 특정 물체를 흩뿌리는 방식으로 동일한 물체를 대량으로 제작할 때 유용하다. 원본을 하나 제작한 뒤 스캐터링 툴로 위치, 각도, 크기 등을 조절해 대량으로 ‘복사’하는 것이다.


정 실장은 “원본의 데이터와 복사본의 위치 정보만 있으면 배경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양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나무로 뒤덮인 산, 판잣집이 빼곡하게 들어선 달동네뿐만 아니라 돌, 모래, 얼음, 불로 가득한 광활한 지옥은 스캐터링 툴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올해 3월 젠브에서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스캐터링 툴인 ‘타네(TANE)’를 개발했다. 타네의 가장 큰 특징은 배경 중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마치 붓질하듯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과함께’ 2편에는 타네가 사용되지 않았다. 정 실장은 “1편 제작에 젠브를 사용한 만큼 기술적인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2편에도 젠브를 활용했다”며 “향후 타네에 대한 기술적인 검증을 거쳐 영화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과 바다 등 유체는 CG 작업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대상으로 꼽힌다. 물로 뒤덮인 공간은 배경이지만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2편에서는 삼도천(저승에 있는 거대한 강)의 비중이 늘어 강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정 실장은 “2편 CG 작업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장면이 삼도천과 삼도천 위를 항해하는 배, 그 속에서 등장하는 인면어를 표현하는 것이었다”며 “삼도천에서 움직이는 개체가 있는 부분만 서로 상호작용 하도록 유체역학적으로 계산한 뒤 나머지 부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보정했다”고 말했다. 

 

 

 

명품연기도와주는디지털배우


덱스터스튜디오는 영화 주인공들의 연기를 돕는 데에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다. 


CG가 많은 영화의 특성상 배우도 파란색 스크린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강림’ 역의 하정우는 메이킹 필름 제작 인터뷰에서 “블루 스크린 촬영에 적응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조명, 액션, 시선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해 능동적인 움직임에 제약이 있었다”고 밝혔다. 


덱스터스튜디오는 배우들의 이런 고충을 덜기 위해 ‘프레비즈(Pre-Viz)’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리(Pre) 시각화한다(Visualization)’는 뜻의 프레비즈 시스템은 말 그대로 디지털 배우를 이용해 배우들이 연기해야 할 장면을 미리 보여준다. 세세한 동작까지는 아니어도 대략적인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뒤 연기할 수 있다. 정 실장은 “지문과 상상력만으로 대본을 해석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장면을 이해할 수 있어 배우가 그만큼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현실적인 액션 연기도 디지털 배우가 대신했다. 여기에는 ‘휴먼 스캔 솔루션’이라는 기법이 사용됐다. 배우의 얼굴과 몸을 카메라로 읽어내 복사한 뒤 이 데이터를 토대로 배우와 동일한 디지털 배우를 만든다. 


이 기술은 ‘신과함께’ 1편에서 결정적인 장면에 사용됐다. 영화 초반에 김자홍(차태현)이 아이를 안고 불길이 치솟는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휴먼 스캔 솔루션으로 제작된 디지털 배우로 만든 것이다. 


유태경 덱스터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개발실장은 “휴먼 스캔 솔루션에는 카메라 120대와 조명 수백 개를 장착한 스캔 장비가 필요하다”며 “배우의 얼굴과 몸을 그림자 없이 다각도에서 한 번에 스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표정은 50가지 이상 촬영한다.


유 실장은 “데이터만 있으면 배우의 과거 젊은 시절이나 미래 나이 든 모습도 표현할 수 있다”며 “휴먼 스캔 솔루션으로 제작한 디지털 배우를 인공지능의 외형으로 활용해 관객의 거부감을 줄이는 방법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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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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