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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음식의 화룡점정, 소스 분산액&유화액

 

한가한 일요일 아침, 빵 위에 부드러운 수란과 고소하게 구운 베이컨을 얹은 에그 베네딕트로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나이프로 수란을 자르니, 노른자가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에그 베네딕트가 맛있는 이유에는 수란과 베이컨도 있지만, 이 재료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홀랜다이즈소스를 빼면 서운합니다.


분산액 - 섞이지 않고 원래 재료 특성 유지


소스는 음식의 맛, 풍미, 질감을 극대화시키고, 음식에 수분과 윤기를 제공해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싱싱한 샐러드에 소스(드레싱)를 뿌리면 채소의 아삭함과 소스의 부드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생선 커틀릿(생선가스)에 뿌리는 타르타르소스를 떠올려보세요. 마요네즈에 피클을 다져넣은 타르타르소스는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줄 뿐만 아니라, 바삭한 튀김을 한층 부드럽게 넘겨줍니다. 한마디로 소스는 요리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에 소스를 뿌렸을 때 식감이 더욱 좋아지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소스의 형태부터 생각해 봅시다. 가장 간단한 형태로는 한식에서 두부나 부침개를 찍어먹는 양념간장이나, 양식에서 샐러드에 섞어먹는 프렌치드레싱처럼 ‘분산액’이 있습니다.

 

식당에서 빵과 함께 나오는 비네그레트소스가 분산액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비네그레트소스는 올리브 오일에 발사믹식초를 넣어 만듭니다. 수용성인 식초는 기름과 절대 섞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휘저어도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오일은 섞이지 않습니다.


가끔 병에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오일을 넣고 마구 흔든 뒤 샐러드에 뿌리기도 합니다. 이 경우 순간적으로 잘게 부서진 발사믹식초 입자가 기름 속에 흩어져 마치 물과 기름이 섞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식초는 식초끼리, 기름은 기름끼리 모이면서 식초층과 기름층 두 개로 나뉩니다. 이처럼 원래 재료의 특성과 형태를 유지하는 소스를 분산액이라고 부릅니다.


비네그레트소스의 매력은 각기 다른 두 종류의 재료가 섞이지 않아 한 소스에서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빵에 비네그레트를 듬뿍 찍어 먹어보세요. 처음에는 시큼한 발사믹식초의 맛이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올리브오일의 고소한 향기가 풍겨난답니다.

 

 

유화액 - 노른자 속 레시틴이 계면활성제 역할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를 순서대로 넣은 뒤 거품기 등으로 휘저어 처음 재료와는 완전히 다른 상태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요네즈가 대표적입니다. 마요네즈는 계란 노른자와 기름, 식초를 거품기로 섞어서 만드는데, 시간이 지나도 식초층과 기름층으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는 물과 기름 모두와 친해 양쪽과 모두 결합하는 유화제 덕분입니다. 그래서 마요네즈 같은 소스를 ‘유화액’이라고 부릅니다.

 

 

계란 노른자의 성분 중 레시틴은 물과 기름에 모두 결합할 수 있습니다. 화학적으로는 이를 계면활성제라고 부릅니다. 계란 노른자에 화이트와인을 섞은 뒤 중탕하면서 정제버터를 조금씩 넣어 만드는 홀랜다이즈 소스에서도 노른자가 계면활성제 역할을 합니다.


또 중탕하는 과정에서 노른자의 단백질이 열에 응고하면서 소스가 걸쭉해집니다. 이때 레몬즙을 추가하면 산이 단백질의 응고를 촉진해 소스가 한층 더 걸쭉해집니다.


파스타에 넣는 화이트소스 역시 유화액입니다. 화이트소스는 같은 양의 밀가루와 버터를 볶다가(루) 우유를 넣고 저으면서 끓이면 됩니다. 루에 든 버터가 우유(물)와 잘 섞일 수 있는 이유는 호점화(160~180도에서 수분 없이 밀가루 전분이 익는 현상)된 밀가루의 전분 입자가 유화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전분은 소스를 걸쭉하게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맛있는 화이트소스를 만들려면 밀가루와 버터, 우유를 각각 1, 1, 17의 비율로 넣으면 됩니다. 오늘 저녁에는 가장 맛있는 유화액을 만들어 눈코입이 모두 즐거운 요리에 도전해보세요.

 

신원선
연세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일본 교토대에서 단백질 구조 및 기능 특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11년간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식품분석법을 연구했다. 2006년부터 한양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식품화학과 분자미식학을 연구하고 있다. him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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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신원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에디터

    이정아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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