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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빨간 사파이어가 바로 루비

조개껍질 속에 들어있는 진주. 광물의 정의에서 벗어나지만 전통적으로 보석으 로 분류된다.


왕이나 여왕처럼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석은 단지 부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왕실의 권위기도 하다. ‘아프리카의 별 II’라는 이름을 가진 3백17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총 2천8백여개의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진주, 에메랄드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대영제국의 왕관(Imperial State Crown)을 보면 대영제국의 부와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왕관의 정중앙을 장식하는 약 1백40캐럿의 흑태자 루비(Black Prince’s Ruby)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루비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이 보석이 루비가 아닌 스피넬이란 점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이란, 러시아 등의 왕관에서도 정체를 밝히면 스피넬인 유명한 ‘루비’들이 사용돼 왔다. 두 보석 모두 강렬한 붉은 빛을 띨 뿐만 아니라 산지도 동일한 경우가 많아 혼동된 결과다.

광물학과 보석학의 발달로 이제 더이상 루비와 스피넬을 혼동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은 보석에 관한 상식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주위에서 그 이름을 흔하게 듣는 보석 가운데 루비와 사파이어를 예로 들어보자. 사실 루비와 사파이어는 색은 다르지만 같은 ‘유전자’를 받은 쌍둥이다. 이들은 모두 산화알루미늄 결정체인 강옥(Corundum, Al2O3)이다. 강옥은 불순물을 포함하지 않을 때 무색의 결정이다. 만일 크롬(Cr)이 알루미늄 자리를 약 1-3%정도 차지하고 들어가면 빨간색으로 변하는 반면, 철(Fe)과 티타늄(Ti)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파란색을 띤다. 그 외 불순물의 존재나 함량에 따라 노란색, 오렌지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을 가진다. 빨간 강옥은 루비라 불리고, 다른 색의 강옥은 모두 사파이어라 불린다. 혹시 다른색 사파이어는 다 있는데, 왜 빨간색 사파이어만 없는가 하고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면 이제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빨간색 사파이어는 다름아닌 루비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메랄드와 아콰마린이 동일한 보석이라는 사실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도 색이 다를 뿐이지 기본적으로 동일한 화학식 Be3Al2(SiO3)6과 동일한 결정구조를 갖고 있다. 두 보석은 녹주석(Beryl)의 변종이다. 녹주석은 초록색 기둥이라는 뜻으로 원석의 생김새에서 이름을 따왔다. 녹주석의 결정에 철(Fe)이 포함되면 열대해변의 바닷물색 아콰마린이, 크롬(Cr)이 포함되면 풀잎색 에메랄드가 된다.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이 쓴 대영제국의 왕관을 보면, 붉은빛이 강렬한‘흑태자 루비’가 정중앙을 장식한다.


2 다이아몬드도 깨진다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과연 그럴까. 다이아몬드가 강하다는 말을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경도가 어떤 물질보다 높다는 뜻이다. 경도가 높은 물질은 낮은 물질에 흠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커터는 유리뿐만 아니라 쇠에도 금을 그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날카로운 칼이나 송곳으로도 다이아몬드에는 흠집 하나 낼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이아몬드는 어떻게 연마·가공됐을까. 다이아몬드 결정은 방향에 따라 경도가 조금씩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경도가 낮은 방향을 찾아 그 방향으로 다른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갈아낸다면 연마가 가능한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경도가 높다는 말이 충격에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망치로 내리치면 다이아몬드는 깨지게 돼있다. 또한 특정한 네 방향으로는 쪼개지기 쉽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날카로운 충격을 가하면 쉽게 쪼개지기도 한다. 다이아몬드가 항상 강한 것은 아닌 셈이다.

3 금과 진주, 그리고 보석 다르다

귀금속과 보석은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개념이다. 금, 은, 백금은 구리, 알루미늄, 아연 등과 같이 금속에 속하지, 광물이 아니므로 보석이라 부를 수 없다. 하지만 안정성이 높고 희귀하기 때문에 귀금속으로 오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광물의 정확한 정의에서 벗어나는 진주, 산호, 오팔 등도 보통 보석이라 불린다.

진주와 산호는 동물의 유기적 과정에 의해 생성된 것이고, 오팔은 일반 보석과 달리 결정화되지 않은 수백nm(나노미터, 1nm=${10}^{-9}$m)의 실리카겔 구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이 보석이라 불리는 이유는 옛날 사람들이 광물의 개념을 알기 전부터 보석으로 분류했던 전통 때문이다.

200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사이언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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