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반도체에 흥미를 느낀 것은 대학 3학년 때다. ‘마법의 쌀’이라 불리며 미래 우리나라의 먹거리로 소개됐다. 그해 연말 삼성반도체가 4MB DRAM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리고 서울대에 반도체공동연구소가 설립돼 직접 반도체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엄지 손톱보다도 작은 크기의 반도체 소자에 신문지 몇 만매 분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본격적으로 반도체를 공부할 생각으로 ‘마이크로시스템 및 나노 기술 연구실’의 문을 두드렸다.
연구실에서 반도체를 공부하다가 반도체 압력 센서에 대한 논문을 봤다. 그동안 반도체는 전자를 이용해 신호를 스위칭하거나 증폭하는 전자 소자로만 쓰는 줄 알았다. 반도체를 압력, 온도, 유량, 가속도, 밝기 등의 물리량을 측정하는 센서로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더욱이 앞으로의 세상은 아주 작은 마이크로로봇을 만들어 혈관 속을 이동시키며 나쁜 병균과 싸우고 아픈 부위에만 약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이 1959년에 발표한 ‘There’s plenty of room at the bottom’이란 논문을 보면 수 나노미터에서 수십마이크로미터 세계에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 이상의 세상이 존재할 거라고 한다. 이것이 현재의 MEMS 및 나노 기술의 시발점이 됐다.
연구실 분위기는 자유로운 토론과 자율권이 보장됐다. 단,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시간 관리만큼은 철저히 했다. 연구 결과에 문제점은 없는지 조목조목 따지고 검증하는 철저함도 배울 수 있엇다.
지금은 MEMS 기술이 나노 기술로 발전해 쓰임새가 날로 확장하고 있다. 이미 MEMS 기술을 이용한 각종 센서는 자동차, 산업 기계, 의료, 소비자 가전 등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에는 이미 40개 이상의 각종 반도체센서가 있으며 휴대전화나 게임기 등에 가속도센서, 자이로, 마이크로 컴퍼스 등 수많은 MEMS 소자가 들어 있다. 인류가 당면한 과제인 에너지와 환경 문제 해결에도 역시 MEMS 및 나노 기술이 답을 준다. 마이크로-나노의 세계에는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젊은 인재들이 이 속에서 해답을 찾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