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Origin] 이런, 다이아몬드 같지 않은 나노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반지가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을 감싼다. 일생 중 가장 로맨틱한 청혼의 순간이다. 다이아몬드는 모스경도 10단계로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광물이다. 천연 광물 중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뜻이다. 탄소 원자 1개를 중심으로 4개의 탄소 원자가 치밀하게 결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이아몬드에는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의미가 담긴다. 그런데 이런 다이아몬드가 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인 ‘나노 다이아몬드’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다이아몬드?


“힘을 가해 누르면 휘어지고, 이내 다시 원상 복귀되는 탄성적인 특징이 나노 다이아몬드에서 확인됐습니다.”

 

펭 딩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특훈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다이아몬드답지 않은 다이아몬드의 특징을 새롭게 규명하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4월 20일자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불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가 나노 세계에서는 구부러지고, 심지어 그 변화의 정도가 어마어마하게
(ultralarge) 크다는 것이다. doi:10.1126/science.aar4165

 

 

"힘을 가하면 구부러지고, 이후 다시 복원되는 나노 다이아몬드에는 어쩌면 ‘고난과 역경을
함께 견뎌내는 견고한 사랑’이란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다이아몬드를 지름 100~300nm 수준의 나노 바늘로 제작했다. 이는 일반 보석으로 사용되는 수 밀리미터(mm) 크기의 다이아몬드에 비해 1만 배가량 작다. 연구팀의 계산 결과 나노 바늘 형태의 다이아몬드는 최대 인장 변형률(하중을 가했을 때 늘어난 길이와 원래 길이의 비율)이 이론적으로 1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딩 교수는 “100% 이상 늘어나는 고분자나 고무를 제외하고, 우리 생활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재료보다 탄성력이 크다는 의미”라며 “강철의 인장 변형은 1~2%, 유리와 세라믹은 1%가 채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의 실제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난양공대 연구진은 바늘 형태의 나노 다이아몬드를 제작한 뒤 다른 다이아몬드로 눌러 하중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나노 바늘이 최대 9% 휘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보다 더 힘을 가하면 바늘이 부러졌다. 일반 다이아몬드의 인장강도가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노 다이아몬드는 이보다 9배 더 잘 변형되는 셈이다.

 

국제공동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다이아몬드의 현미경 사진(왼쪽). 다른 다이아몬드로 하중을 가하면 휘어진다. 오른쪽 사진은 나노 다이아몬드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기전도성이 높고, 마모에 강하면서 탄성력까지 좋다. 나노 다이아몬드의 이런 특성을 응용하면 인체 세포보다 작은 초소형 컴퓨터나 몸속에 들어가 약물을 전달하거나 암세포를 죽이는 나노 로봇처럼 최소한의 크기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이아몬드로 둘러싸인 원시행성계의 상상도.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은 우리 은하 밖 원시행성에서 우주먼지보다 작은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그래핀, 탄소 원자가 원통형으로 연결된 탄소나노튜브, 축구공 모양으로 배열된 풀러렌 등 다이아몬드처럼 탄소로만 이뤄진 재료로 확장도 가능하다.

 

딩 교수는 “나노 다이아몬드의 탄성력을 0~9% 범위에서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기작을 밝혀낸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탄소 유래 재료들이 차원에 따라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하고 있다”며 고 말했다.

 

촛불에서, 우주에서 얻는다


나노 다이아몬드를 얻는 방식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흑연을 폭발물과 섞은 뒤 터뜨려 나노 다이아몬드를 얻는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기법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네는 청혼의 순간, 한쪽에서는 초당 150만 개의 나노 다이아몬드 입자가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켠 양초 덕분이다. 양초의 재료인 파라핀은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양초를 태우면 탄화수소가 분해 되고, 공기 중에서 다시 수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탄소화합물이 만들어진다.


촛불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정확히 분석한 최초의 연구는 2011년 우종 저우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화학과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한 것이다. 연구진은 크기가 서로 다른 구멍이 뚫린 10nm 두께의 포일 두 장을 겹친 뒤, 촛불 심지 근처 하단부의 불꽃에 순간적으로 넣었다 뺐다.doi:10.1039/c0cc03799k


그 뒤 포일에 생긴 그을음을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분석하자 흑연, 풀러렌, 무정형탄소와 함께 크기가 2~5nm 수준인 나노 다이아몬드가 대거 발견됐다. 촛불의 경우 아래쪽은 500도 가량이지만, 바깥쪽은 1400도에 이를 만큼 부위에 따라 온도 차이가 크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불꽃 하단부에서 상층부로 갈수록 나노 다이아몬드 입자 수가 많아지고, 크기도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다이아몬드는 금세 모습을 감춰버린다. 저우 교수는 “1분에 1억 개에 가까운 나노 다이아몬드가 생기지만, 이내 연소돼 이산화탄소로 변해 공중으로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외계에서 온 신호를 포착해 우주를 유영 중인 나노 다이아몬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제인 그리브스 영국 카디프대 물리 천문학과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우주에서 온 ‘AME’라는 마이크로파가 회전하는 나노 다이아몬드에서 유래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 6월 11일자에 발표했다.doi:10.1038/s41550-018-0495


AME는 20여 년 전부터 천문학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존재였다. 마이크로파는 보통 은하에서부터 오지만, 이 AME마이크로파는 이보다 훨씬 작은 별(항성)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간 천문학자들은 미지의 작은 물체가 빠르게 회전할 때 나오는 빛(파장)이 AME라고 추정할 뿐, 이 물체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 있는 그린뱅크망원경과 호주 밀집배열망원경(ATCA)을 이용해 이 빛을 보내는 세 개의 젊은 별을 정밀하게 관측했다. 그 결과, 별 표면의 분자와 수소가 반응하면서 나노 다이아몬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브스 연구원은 “미세한 다이아몬드가 회전하면서 발생시킨 전자기파가 AME의 정체라는 뜻”이라며 “나노 다이아몬드는 우주 먼지보다 훨씬 작아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에, 보통 은하에서 방출되는 마이크로파가 별에서 생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스마로 30분 안에 순도 UP


순도 높은 나노 다이아몬드를 손쉽게 얻는 방식도 개발됐다. 폭발 방식으로 제작한 나노 다이아몬드에 플라스마를 쪼이면 고순도로 정제된 나노 다이아몬드를 단시간에 얻을 수 있다. 이승환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스마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이 정제 기술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카본(Carbon)’ 2월호에 발표했다.doi:10.1016/j.carbon.2017.02.040


나노 다이아몬드가 합성된 직후에는 내부에 다량의 불순물이 포함돼 있어 이를 그대로 사용하면 나노 다이아몬드가 가진 장점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다. 기존에는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별도의 화학적 처리를 거쳤지만, 이 과정에서 반응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나노 다이아몬드의 전기전도도가 높다는 장점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나노 다이아몬드 분말을 압착한 뒤, 플라스마를 쪼여 불순물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별도의 화학 처리 없이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고, 기존에 이틀 이상 걸리던 정제 작업을 30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나노 다이아몬드는 그간 생성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플라스마를 이용해 나노 다이아몬드 제조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권예슬 기자

🎓️ 진로 추천

  • 신소재·재료공학
  • 화학·화학공학
  • 물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