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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과학으로 분석한 ‘낚시꾼 스윙’

 

최호성 프로 비법 1. 어떻게든 팔을 올려라

스윙의 시작인 백스윙부터 살펴보자. 최 프로는 “스윙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을 때리기 전에 팔을 들어 올리는 백스윙(back swing)이 높아야 한다”며 “하지만 내 경우에는 나이도 있고 골프를 늦게 시작해 유연성이 모자라 정석대로 팔을 높이 들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가 찾은 방법은 온몸을 이용해 백스윙을 키우는 것이었다. 최 프로는 “내 동작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백스윙이 크고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과학적 분석 | 위치에너지 높아 큰 힘 유리
박 선임연구위원은 ‘스트로모션(Stromotion)’ 기술을 이용해 최 프로의 스윙을 분석했다. 스트로모션이란 한 동작을 여러 컷의 정지 동작으로 포착해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기술이다. 스포츠 중계에서 팔이나 다리가 겹쳐져 나타나는 연속 동작은 대부분 이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스포츠과학연구실은 주로 ‘다트피쉬(Dartfish)’라는 영상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스트로모션 분석을 한다.


스트로모션으로 본 최 프로의 백스윙은 그의 말처럼 다른선수에 비해 확연히 느렸다. 동일한 속도로 촬영된 다른 선수와 비교했을 때, 같은 시간 동안 움직인 팔의 각도가 다른 선수보다 좁았다. 또 백스윙 이후 클럽을 보면 다른 선수는 클럽이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데 비해 최 프로는 10도가량 세워져 있다. 같은 시간 동안 더 적은 각도를 회전한 것이다.


또 백스윙 시 손의 움직임이 반원을 그리는 다른 선수와 달리 최 프로는 뒤쪽으로 치우친 형태의 곡선을 그렸다. 이는 최프로가 백스윙을 할 때 뒤쪽으로 체중을 이동시킨다는 뜻이다.


최 프로의 스윙 궤적을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박 선임연구원은 클럽 헤드의 궤도를 시각화했다. 여기에는 ‘키노베아(Kinovea)’라는 동영상 분석 프로그램이 쓰였다. 다른 선수에 비해 스윙 궤적이 확연히 크고 뒤로 치우쳐 있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스윙 궤도가 크다는 것은 동작이 크다는 뜻이고, 이 경우 온몸의 힘을 사용하기 더 용이하다”며 “최프로는 체중 이동을 이용해 자신의 유연성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팔 높이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장타를 칠 때는 최 프로처럼 팔을 높이 들어 위치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영상에서도 드러났다. 영상에서 최 프로가 공을 때릴때 클럽과 지면의 각도를 측정한 결과 42도로 나타났다. 이는 정석 자세로 알려진 애덤 스콧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선수의 51도보다 확연히 작다. 키 차이를 감안하더라도(스콧은 183cm, 최 프로는 172cm다) 최 프로의 스윙은 일반 선수에 비해 낮은 궤도에서 형성된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 역시 힘을 모으기 위한 동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무릎을 낮추면서 온몸의 힘을 강하게 쓰기 때문에 클럽을 잡은 손의 위치가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호성 프로 비법 2 온몸을 써라

최 프로는 “공을 얼마나 강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치느냐가 중요하다”며 “내 스윙은 그중에서도 강하게 때리는 데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내밀었다. 엄지 한마디가 반쯤 잘려 있었다. 그는 “오른손 때문에 악력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대신 온몸의 힘을 이용해 스윙 스피드를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 프로는 이렇게 모은 힘을 이용해 강력한 타구를 선보인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그는 300야드(약 274.32m)가 넘는 장타를 때려낸다.

 

최호성 vs 제이슨 더프너 스윙 속력 비교 - 키노베아를 이용해 최호성 프로의 스윙 속력을 측정을 했다.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가 공을 때리는 순간이다. 장타자로 이름난 미국의 제이슨 더프너 선수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과학적 분석 | 속도와 가속도 커 장타에 유리


이는 영상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영상에는 실제 길이를 알 수 있는 지표가 없어 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만큼 거리 대신 픽셀(영상에서 화소 단위)을 사용해 다른 선수와 상대적인 비교만 진행했다. 비교에는 제이슨 더프너 PGA 선수(세계랭킹 50위)의 스윙 영상을 활용했다. 더프너 선수는 장타자로 유명한 선수 중 한명이다.


최 프로의 스윙을 분석한 그래프를 보면 최대속력은 약 1만8000px/s(초당 픽셀 수)에 이른다. 비교를 위해 함께 분석한 제이슨 더프너 선수는 1만9000px/s로 나타났다. 최 프로가 더프너 선수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가속도 역시 약 12만px/s2으로 더프너 선수(약 14만px/s2)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규격화된 테니스 코트처럼 현장의 길이에 대한 정확한 지표가 영상에 있다면 실제 속력과 가속도까지 영상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며 “분석 결과 최 프로의 스윙 스피드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성 프로 비법 3 머리는 무조건 고정하라

최 프로의 장점은 온몸을 써서 힘껏 스윙을 하면서도 정확하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6월 코오롱 한국오픈에서도 4라운드의 부진으로 최종 5위를 기록했지만, 2라운드에서는 선두에 오르는 등 파워 못지않은 정확한 스윙을 선보였다. 최 선수는 “중심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아무리 스윙을 크게해도 머리만 움직이지 않는다면 시선이 흔들리지 않아 중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적 분석 | 시선 고정돼 중심 유지


최 선수의 머리가 흔들리지 않고 고정돼 있다는 사실은 영상분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팔과 클럽이 힘차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머리는 약간의 미동 외에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거칠어 보이지만 시선이 흔들리지 않아 중심이 잘 잡힌 스윙”이라며 “꾸준한 훈련 없이는 저렇게 중심을 잘 잡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최호성 프로 비법 4 다리를 들어라

최 프로 스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피니시 동작에 대해 그는 “다리를 드는 것도 온몸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약을 이겨내기 위한 산물”이라며 “유연성을 극복하고 부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온몸을 사용하는 스윙은 자칫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최 프로는 “만약 스윙 후 다리를 들지 않는다면 체중이 실린 스윙 때문에 축이 되는 왼쪽 발목에 큰 무리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적 분석 | 임팩트 시간 늘려 운동량 증가


영상을 분석하면 공을 때리기 전과 공을 때리는 순간까지는 그의 어깨선과 지면이 이루는 각도가 각각 24도, 32도로 더프너 선수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스윙 이후에는 53도가 되면서 더프너 선수(64도)에 비해 어깨선의 각도가 확연히 줄어든다. 유연성이 떨어져 충분한 회전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 프로의 스윙 궤적을 분석한 결과 임팩트 이후 폴로스루(follow through) 궤적이 다른 선수 못지않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오른 다리를 들거나 왼 다리를 옮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리를 움직임으로써 폴로스루를 늘리고 공을 때리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을 최대한 오래 타격할 수 있어 충격량이 더 커지고, 운동량이 더 커지면서 임팩트 속도가 빨라지고 비거리도 길어진다.

 

박 선임연구원은 “야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폴로스루를 크게 하기 위해 타격 이후 다리를 움직이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BO리그에서 NC다이노스의 강타자 박석민 선수는 다리를 움직이는 것을 넘어 몸 전체를 회전시켜버리는 일명 ‘트리플 악셀’ 스윙을 선보이기도 한다.


박 선임연구원은 “최 프로의 스윙은 신체 조건을 이겨내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며 “보통 종목을 막론하고 선수들은 예쁜 자세에 대한 집착이 있는데, 최 프로처럼 정확한 분석을 통해 자신의 신체 조건을 파악하고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자신만의 자세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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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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