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Culture] 얼음결정과 유지방의 ‘밀당’ 아이스크림&셔벗

땀이 주룩 흐르는 무더운 여름날, 시원하고도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구미를 당깁니다. 저 앞에 아이스크림가게가 보이네요. 바삭한 콘 모양 과자 위에 아이스크림을 빙글빙글 돌려 담았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받자마자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 순간 입 안이 꽁꽁 어는 듯한 시원함과 함께, 벨벳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에 퍼졌습니다.

 

 


고체, 액체, 기체 공존하는 ‘고체 거품’


아이스크림만큼 구조가 독특하고 질감이 특별한 음식이 또 있을까요. 아이스크림의 화학적 상태가 고체, 액체, 기체 중 어느 것인지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체와 액체 사이에서 대답을 망설일 겁니다.

 

사실 아이스크림은 고체(얼음결정)와 액체(영하 25도 아래에서도 얼지 않는 비동결 수분), 그리고 기체(기포)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체 거품(solid foam)’이라고도 합니다. 온도에 매우 민감해서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도 녹아버립니다.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질감은 동결 과정에서 주입된 공기의 양에 따라 결정됩니다. 우유와 유지방, 설탕 등이 섞인 아이스크림 믹스를 얼리면서 공기를 주입하면 얼음결정이 형성됩니다.


이때 미세한 얼음결정과 지방구공기(지방질에 둘러싸인 공기방울)가 분산됩니다. 아이스크림 안으로 들어온 공기가 아이스크림을 크게 부풀리는 것이죠. 이를 ‘오버런’이라고 부릅니다.


오버런이 너무 과하게 형성되면 오히려 아이스크림이 푸석해집니다. 가장 이상적인 아이스크림은 오버런이 약 20% 형성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질감보다는 쫄깃한 질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아이스크림의 얼음결정이 작을수록 부드러워집니다.

 

물론 모든 아이스크림이 고체거품 상태는 아닙니다. 빙과류로 불리는 일부 아이스크림은 아삭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이는 얼음결정의 크기 때문입니다. 유지방 함량이 높은 아이스크림은 얼음결정의 지름이 35~55μm이지만, 유지방 함량이 0%에 가까운 빙과류는 얼음결정의 지름이 55~70μm로 큽니다. 그래서 부드럽기보다는 단단하고 아삭한 얼음 질감이 나타납니다. 

 

 

 

유지방이 얼음결정 성장 방해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과 풍미를 결정하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유지방입니다. 유지방은 우유에 들어있는 지방 성분입니다. 부드럽다 못해 쫀득쫀득하게 느껴지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함량이 12%가 넘습니다. 일반적으로 컵에 담겨 있거나 콘에 담겨 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함량이 10~12%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향긋한 유지방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유지방은 얼음결정의 성장을 방해해 얼음결정 형성을 억제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런 특성도 유지방이 아이스크림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비결로 작용합니다. 이 때문에 유지방이 적을수록 아이스크림은 더욱 아삭한 질감을 가집니다.


이탈리아 전통 아이스크림인 젤라또는 유지방 함량이 5~7%이고, 빙과류는 아예 유지방이 없습니다(0%). 셔벗은 유지방 대신 무지고형분(우유에서 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을 2% 정도 넣습니다. 빙과와 셔벗이 아삭아삭하게 부서지면서 훨씬 시원한 느낌을 주는 이유입니다.


아이스크림에 들어 있는 얼음결정의 양과 얼지 않은 수분(비동결 수분)의 양의 비율도 아이스크림의 질감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계는 영하 4~6도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때문에 얼음결정(약 45%)보다 비동결 수분(약 55%)의 비중이 더 높아 부드러운 질감을 줍니다.

 

만약 이 아이스크림을 영하 약 40도의 아이스크림 전용 냉동고에서 얼리면 수분의 동결률이 90%까지 높아지므로 치즈처럼 단단해집니다. 한편 액체질소를 이용해 영하 176도 정도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벨벳처럼 부드러운 셔벗 형태가 됩니다. 수분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얼음알갱이가 매우 미세하기 때문이랍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신원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사진

    이서연
  • 에디터

    이정아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식품학·식품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