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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예년 보다 더운 여름, 모기 잘 물리는 동네는?

 

기온은 모기 발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기가 좋아하는 온도는 7~8월의 평균기온인 24.9~25.7도다. 모기는 변온동물이어서 13도 이하에서는 피를 빨지 않는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더위가 평년과 비슷 하거나 약간 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모기는 한살이 대부분을 물에서 보낸다. 특히 모기의 애벌레인 장구벌레는 민물, 그중에서도 흐르지 않거나 고인물에서만 산다. 활동시간은 크게 밤과 낮으로 나뉘고, 종류별로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동안은 이처럼 기상요소를 중심으로 모기 연구가 이뤄졌다.

 

 

모기는 중산층 동네를 선호한다?


그런데 최근 경제적 수준에 따른 모기의 발생 정도를 연구한 재밌는 실험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캐리생태계연구소 소속 질병생태학자인 섀넌 라디우 연구원팀이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의 5개 주택밀집지역에서 2015년과 2016년 두 해에 걸쳐 진행한 실험이었다. 연구결과는 지난 4월 학술지 ‘기생충과 매개체’에 실렸다.

 

doi:10.1186/s13071-018-2779-7

 

모기는 수풀이 무성하고 습한 환경에서 부화하고, 이후 서식지를 멀리 옮기지 않는다. 사진은 미국 캐리생태계연구소 연구팀이 볼티모어 시 외곽에서 모기와 유충을 찾는 모습.

 

 

연구팀은 5개 주택밀집지역을 평균 가구소득에 따라 고소득층, 중위소득층, 저소득층 등 3개 계층으로 나눴다. 그리고는 지역별로 두 군데를 선정해 5월에서 11월 사이에 모기를 채집했다. 모기는 주택지역을 날아서 잘 옮겨 다니는 곤충이 아니며, 부화한 구역에서 주로 머문다는 전제를 뒀다.

 

실험 결과 5 곳의 주택밀집지역에서는 두 해에 걸쳐 총 2만551마리의 암컷 모기들이 채집됐다. 73.1%는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의 전염병을 매개하는 흰줄숲모기(Aedesalbopictus), 24.1%는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매개체인 집모기류(Culex species), 2.4%는 일본숲모기(Ae. j. japonicus)였다.

 

연구팀은 채집한 모기 중 충혈된 개체의 DNA를 추출해 모기의 마지막 숙주가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했다. 종마다 조금 씩 다르지만 흰줄숲모기를 예로 들면 전체적으로 쥐의 피를 가장 많이 흡혈했고(72.3%), 사람(13.6%), 고양이(12.4%), 개(1%), 사슴(<;1%) 순이었다. 집모기류는 조류, 쥐, 사람 순으로 많이 흡혈했다.

 

 

 

강원도 북부 지역은 환자 수가 줄어든 반면, 경기 북부, 서부 지역에는 분포 비율이 높아졌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의 거리 변수가 말라리아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2001년에 비해 2014년 상대적으로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재밌는 사실은 이런 숙주 비율이 세부적으로는 동네에 따라 달랐다는 점이다. 고소득층 지역에서는 4마리 중 2마리(50%)가 사람의 피를 갖고 있었던 반면,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44마리 중 2마리(4.5%)가 사람을 마지막으로 흡혈했다. 중위소득층 지역에서는 44마리 중 6마리(13.6%)가 사람을 물었다. 모기의 수 자체는 저소득층 지역에 많지만 사람이 숙주가 된 비율은 고소득층 지역에서 더 높다는 의미다.

 

라디우 연구원은 “모기들이 특정 숙주를 선호한다기보다는 접근하기 쉽고 흡혈하기 쉬운 대상을 찾기 때문”이라며 “모기유충의 서식지가 될 만한 환경이 얼마나 있는지, 사람들이 야외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시는 소득 수준에 따라 주택 상태, 조경, 생활 방식 등에 차이가 난다. 보통 고소득층 지역에 수목이 울창한 뒤뜰이 있는 주택이 많고(이곳에서 야외 활동도 많이 한다), 저소득층 지역에는 모기가 좋아하는 수풀이나 하천이 적은 편이다. 중소득층 지역은 주택에 뒤뜰이 많지는 않지만 연립주택처럼 집들이 밀집해 있고, 사람들이 공원이나 공용녹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또한 저소득층 지역에는 쥐나 고양이 같은 대체 먹잇감이 많은 반면, 고소득층 지역에서는 쥐나 고양이가 주된 흡혈 대상이 아니다. 정리하면 고소득층, 중위소득층, 저소득층이 각각 모기에 취약한 이유가 다르고 이에 따라 사람들이 물리는 비율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라디우 연구원은 “조사에 따르면 모기에 물릴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은 중위소득층 지역”이라며 “지역 특성이 어떻게 관여하는지 이해하면 웨스트나일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같은 모기로 인한 전염병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축, 땅값, 군사분계선과의 거리도 영향


국내에서는 말라리아 발병 통계를 이용해 모기 발생에 영향을 주는 지역적 요인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김영호 고려대 지리교육과 교수팀은 2001~2014년 말라리아가 발생한 공간의 분포를 분석해, 자연환경(평균기온, 강수일수, 총 강수량, 논의 비율)뿐 아니라 지역의 가축 수(소 사육두수), 표준공시지가, 성비, 아파트 비율, 군사분계선과의 거리 등 사회적 환경이 말라리아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doi:10.16879/jkca.2017.17.1.071

 

모기 발생은 기상, 자연환경뿐 아니라 인문, 지리적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지역에 가축이 많을수록, 군사분계선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말라리아 발생 위험이 높다.

 

 

연구팀은 먼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말리라아 환자가 발생한 평균 중심점의 변화를 파악했다. 인접한 지역으로 전파가 이뤄지는 말라라아의 특성을 고려해 국지적인 군집, 또는 핫스팟을 찾아낸 것이다. 조사 결과 2001년 경기도 양주 부근에 있던 말라리아 평균 중심점은 남서쪽으로 이동해 2014년에는 고양에 위치했다(위 그림).

 

그런 다음 일반화 포아송 회귀모형(변수가 정규분포가 아닌, 포아송 분포일 것으로 가정한 회기모형)을 사용해 말라리아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환경적 요인을 추정했다. 그 결과 소 두수, 성비, 아파트 비율은 양의 회귀계수로, 군사분계선으로부터의 거리와 표준공시지가는 음의 회귀계수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키우는 가축과 아파트가 많을수록, 군사분계선으로부터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말라리아 발생이 많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말라리아 발생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다른 국가와는 차별되는 독특한 인문적, 정치적, 군사적 영향이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시 ‘모기 예보제’ 시행


서울시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말라리아 환자가 증가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2014년부터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해 ‘모기 예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60곳에 유문등(빛으로 모기를 유인하는 등)을 설치하고, 자치구별로 2대씩 총 50대의 디지털 모기측정기(DMS)를 설치했다. 디지털 모기측정기는 모기를 포집해 개체수를 방역본부에 전송한다.

 

채집된 모기 현황은 서울시 홈페이지(health.seoul.go.kr/mosquito)에 매주 월요일 업데이트 된다. 데이터를 보면 DMS로 측정한 서울 전체의 채집모기 수가 5월 1일 1837마리에서 2주 만에 3076마리로 늘었다. 현재(6월 16일 기준)는 4746마리 수준으로 뛰었다. 유문등에 채집된 모기의 종은 빨
간집모기가 가장 많았다.

 

서울시는 과거 3개월에 한 번씩 지역별 모기 분포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분포 현황을 일반에 공개할 경우 지역 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2010년 국정감사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최규식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모기 유충이 서식하는 곳은 강남구가 총 1만6609곳으로 가장 많고, 영등포구(1345곳), 동작구(659곳) 순이었다. 이는 적극적인 방역활동으로 모기 유충 서식지를 더 많이 찾아낸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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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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