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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는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혹은 인간의 삶은 시장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나라의 경제 체제는 다양한 사건을 통해 변화해 왔다. 경제를 두고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고 한다. 특정 상황을 해결하는 경제 이론이 절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경제 상황에 따라 세부적인 정책은 달라진다. 자본주의란 사유 재산 제도를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상품의 생산, 교환, 분배, 소비가 이뤄지는 경제 체제를 말한다. 자본주의가 현재 모습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발전 과정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상업 자본주의] 상공업과 무역의 발달

16세기 유럽의 지방 중심 봉건제가 쇠퇴하고 국왕을 중심으로 한 중앙 집권 국가들이 등장했다. 장원제가 붕괴하면서 도시가 성장하고 상공업이 발달했다. 그에 따라 상공 시민 계층은 막대한 부를 누리게 됐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무역이 이뤄지던 시기, 새로운 항로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마르코폴로의 서적을 통해 동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조선술 및 항해술의 발달로 신항로 개척에 자신감은 커져갔다. 콜럼버스, 바스쿠 다 가마, 마젤란 등에 의해 유럽 사회는 지중해를 거치지 않고 동방과 신대륙으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찾게 됐고, 이후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개척하고 교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가는 자연스럽게 상업 자본에 눈을 돌리게 됐다.

상품의 생산이 아닌 유통 과정에서 이윤을 창출했기 때문에,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국가가 상업을 장려했다. 자국의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중상주의 사상이 발전한 것이다. 절대 왕정의 중상주의 정책으로 상업과 무역이 발달했고, 자국 상품 보호를 위한 수출 장려, 수입 억제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생겨났고, 유럽 사회는 또 다른 경제적 변화를 맞게 됐다.

[산업 자본주의] 산업혁명과 자유방임주의

국가의 경제 개입을 통해 자유로운 상업 활동이 제한되자 많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다가 영국에서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영국은 명예혁명을 통한 정치적 안정을 이뤄냈고, 이는 곧 경제적 혁명으로 이어졌다. 풍부한 지하 자원, 넓은 해외 시장, 국가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 보장은 영국이 산업혁명의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요인들이었다.

명예혁명
1688년 영국에서 일어난 시민 혁명. 제임스 2세의 전제 정치에 대한 반발로 의회가 국왕을 폐위시키고 입헌 군주제로 정치 형태가 바뀜.

산업혁명을 통해 상품 유통이 아닌 생산을 통한 이윤창출에 중점을 두면서 산업 자본주의가 발달했다. ‘중상주의’라는 이름으로 나라가 경제에 적극 개입한 과거와는 달리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체제가 등장한 것이다.

산업 자본주의자들은 국가의 개입이 없는 개인의 자유로운 사익 추구 과정에서 국부가 증진된다고 주장했다.

영국 학자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에서 경제 문제는 국가가 아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해결되며, 국가의 개입을 경계하는 자유방임주의를 강조했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 확립의 사상적 토대가 됐고, 경제 활동의 자유는 경제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개별 주체들의 자유로운 사익 추구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 빈부 격차, 환경 문제, 도시 문제 등이 대두됐지만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체제이므로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공장제 기계 공업의 시작으로 인간이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해 수단으로 대우받는 인간 소외 문제까지 발생했다. 이와 함께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빈부 격차 심화 문제를 비판하며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사회주의 사상이 발달했다.

[수정 자본주의] 대공황과 경제 문제 해결

1929년 10월 24일 목요일, 미국 뉴욕 월가의 뉴욕주식거래소에서 주가가 일제히 대폭락했다. 기업의 연이은 파산과 이어지는 실직, 은행의 도산, 끝을 모르는 경기 침체가 일어났다. 한 나라의 경제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과잉 생산과 유효 수요 부족으로 발생한 이 현상은 ‘대공황(Great Depression)’으로 ‘검은 목요일’이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미국 경제에 검은 잿빛을 몰고 온 악재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수정 자본주의’다. 수정 자본주의는 경기 조절 정책이나 복지 정책 등으로 정부가 시장에 일정 부분 개입해 여러 가지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통해 정부의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대폭 늘려 유효 수요를 확대하며 대공황 극복을 위해 힘썼다.

[신자유주의] 스태그플레이션과 경제 활동의 자유 확대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을 통해 대공황 문제가 해결됐지만 경제적 비효율을 초래해 경기가 침체됐다. 게다가 1970년대 석유파동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전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이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를 지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간섭을 줄이고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옹호하는 사상으로, 경제 활동의 자유 확대를 의미한다. 당시 미국과 영국은 신자유주의에 근거해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노동 시장의 유연화, 복지 축소 정책 등을 실시해 일부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통해 효율성은 증대됐지만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찬반 논란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경제 정책에 따라 경제 상황이 바뀌고 이에 따라 경제 정책이 변하는 현상을 살펴봤다. 이를 통해 절대적인 정답을 가진 경제 이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으며, 현재의 경제 정책이 언제 변화를 맞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는 말의 의미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