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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충 헤모글로빈 산소 파괴하는 매커니즘 밝혀져

산화질소를 이용해 산소 분해


회충의 헤모글로빈은 사람의 헤모글로빈과 무엇이 다를까.


세계적으로 10억에 달하는 사람에 기생하고 있는 회충은 사람에 비해 산소에 대한 친화도가 2만5천배나 높은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다. 미국 듀크 대학의 조나단 스태믈러박사 연구팀은 회충의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산소를 파괴하는 효소활성을 가지고 있다고 네이처지에 보고했다.

회충의 헤모글로빈은 산소에 대한 친화도가 너무 커서 산소가 해리되기 어렵기 때문에 산소를 운반하는데는 부적절한 것으로 생각돼 왔다. 그렇다면 이 단백질의 기능은 무엇인지가 연구과제였다. 연구팀은 생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회충 내에서 헤모글로빈의 작용을 추적해 헤모글로빈이 산화질소를 이용해 산소를 분해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혐기성 하등동물들이 산소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헤모글로빈을 사용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것은 사람의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산화질소를 운반하는 것과는 상반된 역할이다.

연구팀은 분광학적 방법을 사용해 여러 가지 산소농도에서 회충의 헤모글로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회충이 산소를 분해하는 과정은 10단계의 화학반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헤모글로빈의 기능은 산소결합 자리 한 쪽에 있는 황을 포함하는 아미노산이 어느 쪽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그 아미노산이 사람의 헤모글로빈과 같은 쪽에 있으면 산화질소가 산소운반의 조절자 역할을 하지만, 회충의 헤모글로빈에서처럼 그 반대쪽에 있으면 헤모글로빈은 산화질소를 이용해 산소를 분해시킨다는 것이다. 최근에 헤모글로빈의 다양한 기능들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효소활성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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