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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시폰 케이크 & 베이크드 알래스카

과학자의 부엌

 

신록이 푸르른 5월입니다. 달력을 들여다보니 공휴일이 많습니다. 역시 가족의 달이네요. 그래서 이번 호에는 가족을 위해 늘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정성 가득 담아 케이크를 만들어드리기로 했습니다. 부드럽고 촉촉 하면서도 외부의 힘을 버텨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시폰 케이크와, 오븐에 구워도 아이스크림이 절대 녹지 않는 디저트 ‘베이크드 알래스카’로 선택했습니다.

 

친수성 거품과 소수성 공기


시폰 케이크는 어떻게 스펀지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걸까요. 그 비결은 바로 계란 흰자로 만든 거품에 있습니다. 시폰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 반죽(밀가루와 계란 노른자, 버터, 설탕 등을 섞은 것)에 이 거품을 섞습니다.

 

거품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선 계란에서 흰자만 따로 분리한 뒤 스테인리스스틸 그릇에 넣고 거품기로 빠르게 휘저어줍니다. 일정한 속도로 계란 흰자를 저어주면 투명하고 끈적거리던 흰자가 점점 희뿌옇게 변하면서 부피가 커집니다. 외부에서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흰자는 약 90%가 물, 약 10%가 단백질입니다. 그런데 공기는 흰자의 물과 섞일 수 없는 성질(소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것처럼 물과 공기가 섞이지 못하지요. 하지만 흰자를 빠르게 휘저으면 물을 좋아하는 부분(거품)과 싫어하는 부분(공기)으로 나뉘면서 거품이 만들어집니다.

 

거품을 낼 때 계란 흰자에 많이 들어 있는 단백질인 오브알부민은 공기 쪽으로 이동합니다. 이 단백질은 물을 좋아하는 부분과 싫어하는 부분을 모두 갖고 있어 거품벽(계면)을 잘 감싸줄 수 있습니다. 거품이 잘 생기도록 돕고, 거품을 안정화시키는 계면활성제 역할을 합니다. 공기가 가득 들어 잘게 쪼개진 하얀 거품이 완성됐습니다. 보통 ‘머랭’이라고 불립니다. 원래 부피의 8배나 됩니다.

 

그릇을 뒤집었을 때 머랭이 떨어지지 않으면 완성입니다. 머랭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신선한 계란 흰자를 사용해야 합니다. 여기에 식초 한두 방울을 넣으면 거품이 조금 더 단단해집니다. 식초의 수소이온(H+)이 계란단백질에 있 는 자 유 황화 수소(-SH·sulfhydryl)와 이황화결합(S-S)을 이뤄, 거품벽의 단백질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거품이 부풀어 오를 때쯤 설탕을 조금 넣으면 거품에 녹아들어가 점도가 높아지면서 거품이 단단해집니다.

 

 

머랭은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밀가루 반죽과 섞은 뒤 시폰 틀에 넣어 오븐에 굽습니다. 완성된 시폰 케이크는 부피가 원래보다 훨씬 크지만, 스펀지처럼 가볍습니다. 손으로 케이크 높이의 절반만큼 눌렀다가 떼도 케이크가 원래 모양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탄성력이 좋은 이유는 계란 흰자 거품이 단단한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200도 넘는 열 차단, 아이스크림 그대로


이번에는 계란 흰자 거품을 이용해 마법을 부려볼까요. 반듯하게 자른 케이크 위에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올린 뒤 머랭을 얹습니다. 단, 틈이 생기지 않도록 머랭으로 아이스크림을 완전히 덮어줍니다. 거품이 눈 처럼 하얗고 가벼워서 이 디저트에는 ‘알래스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머랭을 꼼꼼히 덮었으면 약 22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3분 동안 굽습니다.

 

자,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뜨거운 열기에 아이스크림이 녹아 바깥으로 새어 나와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갈색을 띤 머랭 쿠키처럼 보입니다. 반으로 자르면 오븐에 넣기 전과 똑같이 차갑고 쫀쫀한 아이스크림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머랭에 들어 있는 수많은 미세한 공기들이 바깥의 열을 차단해 아이스크림에 전달되지 않도록 막았기 때문입니다.

 

연약해 보이는 거품이 200도가 넘는 뜨거운 열에서 아이스크림을 녹이지 않고 지켜 내다니, 새삼 공기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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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신원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에디터

    이정아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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