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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愚公)은 집을 가로막은 산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산의 높이는 무려 30km. 우리나라 한라산의 15배다. 우공은 일일이 흙과 돌을 파내 바다로 옮겼다. 우공이 마치지 못한 일은 자손들이 맡았다. 대대손손 한 우물을 파온 우공 가(家)의 꾸준함에 감동한 신은 직접 나서 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준다. ‘우공이산’은 이처럼 꾸준히 노력한 사람이 마침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의 성어다. 우공의 목표가 산을 옮기는 것이었다면, 중국 과학기술 발전의 최종 목표는 ‘혁신’이다.

 

 

2030년 혁신형 국가 선두 진입


2020년 혁신형 국가 대열 진입, 2030년 혁신형 국가 선두 진입, 2049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과학기술혁신강국으로 부상.

 

중국이 그리는 과학기술 발전의 청사진이다. 우공이산의 결실을 맺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06년 ‘국가과기중대전문 프로젝트(국가과기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세웠다. 중국이 2020년 진입하겠다는 ‘혁신형 국가’는 과학기술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60% 이상이며, GDP(국내총생산)의 2.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국가다.

 

2018년 현재의 성적표는 어떨까. 중국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6년 39%에 그쳤던 과학기술 기여도는 현재 56.2%까지 올랐다. R&D 투자는 GDP의 2.1% 수준으로 목표치에 상당히 근접했다. 중국 과학기술발전전략연구원은 2011년부터 일종의 자체 성적표인 ‘국가혁신지수보고’를 발표하고 있다. 보고에 따르면 2006년 세계 25위에 머물던 국가혁신지수순위는 2010년 처음으로 20위권에 진입했고, 2016년에는 17위를 기록하며 점차 상승하는 추세다.

 

중국이 2020년 완공 예정인 ‘양자정보과학국립 연구소’의 개념도.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 연구소로 중국 정부는 건설에 100억 달러 (약 10조6870억 원)를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신약 분야에서 중국은 ‘모방 제조’라는 타이틀을 벗고 ‘창조 제조’ 시장을 열었다. 약과 의료 설비의 95%를 해외에 의존하던 형태에서 탈피해 국가기본약물의 15.3%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굴기로의 성장이 눈에 띈다. 초대형 집적회로 제조, 핵심전자부품 등의 85%를 자급자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글로벌 과학출판그룹인 ‘네이처’는 중국의 성장 동력으로 과감한 인재 영입, 아낌없는 재정 지원, 혁신 전략 등을 꼽았다. 안나 왕 로이 중국 저장대 신경과학연구소장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한 번 결정하면 전력을 다해 추진하고,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더라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1억 배 빠른 컴퓨터, 독자 GPS 확보 도전


중국은 2020년 목표로 잡은 혁신형 국가 대열 진입을 수월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30년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국가과기 프로젝트 이후의 전략으로 중국 정부는 2016년 ‘과기혁신 2030 중대프로젝트(과기혁신 2030)’를 수립했다. 이 프로젝트는 혁신형 국가의 선두 반열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전자정보, 첨단제조, 에너지·환경, 농업, 바이오·건강, 우주·해양 개발 활용 등 6개 분야의 발전 전략을 담았다.

 

필자의 전공인 전자정보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양자통신과 양자컴퓨터, 우주-지구 일체화 정보망,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의 세계 선두권 진입이 목표다. 이를 위한 기술적 토대는 이미 완성 단계다. 지난달에 소개한 것처럼 중국은 독자 개발한 양자통신위성 ‘모쯔(墨子·Micius)’를 이용한 세계 최장거리 양자통신에 성공했다. 또 2월 23일 중국과학원과 알리바바클라우드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11큐비트(Qubit·50억 기가바이트 D램에 상당하는 컴퓨팅 파워) 초전도 양자컴퓨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양자 분야 선두권 진입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이 기세라면 2030년에는 연산 속도가 현재보다 1억 배가량 빠른 100~1000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단백질 구조 파악, 난치병 원인 규명,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신물질 합성, 신약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중국 정부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안후이성 허페이 지역에 양자컴퓨터 연구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위성인 ‘베이더우(北斗)’를 통한 우주-지구 일체화 정보망 구축도 시작했다. 현재 베이더우는 중국 400개 도시에 400만 대가 넘는 차량에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목표는 독자적인 GPS 시스템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 GPS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에 성공하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글로벌 GPS 시스템을 구축한 세 번째 국가가 된다. 3년 내 해상도 50cm 이하의 위치확인 정확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 중국이 보유한 독자 GPS 체계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결합된다면 도시에는 혁신적인 변화가 생긴다. 스마트 도로에는 인공지능 기능이 장착된 완전자율주행차가 다닐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30년 전 세계 자동차의 약 10%가 완전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며, 중국이 이를 선도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암과 치매를 극복하고,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완전자율주행차가 질주하고, 해킹 위험이 없는 전자 상거래가 이뤄지고, 로봇 기술을 통해 육체 노동에서 해방되며, 심(深)우주와 심해저로 확대된 삶의 영역에서 청정에너지원으로 청결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과기혁신 2030’이라는 창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중국의 미래다.

 

 

정홍식_hongsikjeong@tsinghua.edu.cn
연세대 물리학과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21년간 메모리반도체 분야연구 개발에 참여했다. 상무로 퇴직한 뒤 연구자로서의 꿈을 펼치기 위해 2016년 9월 중국으로 향했다. 현재 중국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 및 인공지능센터 연구원으로 인공지능용 소자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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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식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
  • 에디터

    권예슬
  • 기타

    [일러스트]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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