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게임 쪽에도 네트워크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자신의 PC와 게임기에서 혼자 즐기는데 만족했던 게임 마니아들이 함께 동참할 친구를 온라인에서 찾기 시작한 것이다.
똑같은 게임도 여럿이 즐기면 기쁨두배
수많은 컴퓨터 프로그램 중 게임이 유달리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재미 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떨어낼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그만이다” 라는 게임마니아도 제법 많다. 간혹 게임이 잘 안 풀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다 도리어 게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재미있다’라는 대명제 앞엔 모두 입을 다문다.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으로 바둑, 장기, 체스 등 전통적인 게임이 잠시 사라지는 듯 했으나, 오히려 소프트웨어로 재탄생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반드시 멀티미디어 기능이 화려한 최신 게임만이 인기있는 것이 아니라, 비록 오래됐거나 동작이 조금은 단순하더라도 게임의 구성이 재미라는 요소에 충실하다면 시공을 초월해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테트리스는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을 열광케 한 컴퓨터 게임은 단순한 블록 격파나 테트리스로부터 현란한 시나리오의 RPG, 액션,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아케이드, 스포츠 등 수많은 장르에 걸쳐 다양한 제품군을 형성해 왔다. 최근에는 영화를 게임화해 특정 줄거리를 사용자가 바꿔 볼 수 있는 인터액티브 무비까지 나온 상태다.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된 특정 상황에서 주인공 노릇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공통점이자 게임의 기본 철학이다. 가상 환경에서 사용자가 왕이 돼 세계를 통치한다거나 허약한 체질의 사용자가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투사가 돼 갖은 모험 끝에 공주를 구하는 일 등은 현실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지만 게임 속에서는 쉽게 벌어진다. 외국의 어느 한 철학자는 컴퓨터 게임을 “인간의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 어떠한 게임박사라 해도 게임제작자가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바깥으로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점이다. 몇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세계를 통일해 드디어 황제의 기쁨을 맛보지만, 그것도 잠시. 그 게임을 창조한 사람은 따로 존재한다. 게임 정복 이후에 찾아 드는 묘한 비참감.
하지만 온라인게임은 얘기가 다르다. 미리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해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자웅을 겨룰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는 게임에 필요한 환경과 도구를 설정해 주는 것만으로 자신의 역할을 끝낸다. 더 이상 차가운 컴퓨터가 아닌,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모르는 상대방과 지혜를 겨뤄야 한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온라인게임이 각광을 받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온라인게임의 작동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일반 게임에 전화를 거는 다이얼러(dialer) 기능을 내장, 인터넷이나 PC통신에 접속한 것이 전부다. 물론 아예 제품 설계 단계부터 여러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도 있지만, 대부분은 ‘혼자서 하면 독립형(standalone), 전화선을 연결하면 온라인게임’이다.
단일 PC 환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온 게임은 PC통신과 인터넷 등 온라인 세계에서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00년경이면 온라인게임이 온라인서비스 전체 매출의 35%를 점할 아이템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년 한해동안 미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전체 매출액은 대략 16억달러선. 이같은 액수는 게임 소프트웨어 매출을 제외한 온라인 이용료, 광고 매출액을 합산한 것이다. 이는 PC통신과 인터넷 전체 매출의 11%를 차지하는 규모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웹 서치엔진의 생산성을 능가한다.
온라인게임은 ‘네트워크게임’ ‘머드’ ‘머그’ ‘모뎀플레이게임’ ‘인터넷게임’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린다. 물론 이 가운데 머드는 게임이 텍스트로 진행되는데다 재미 외에도 강한 사회성을 갖고 있는 등 다른 온라인게임과는 여러 면에서 구별된다. 반면 머드 이외의 대부분 온라인게임은 최소 2명부터 1백명 이상의 사용자가 동시에 참여해 그래픽으로 진행된다.
국내에도 슬슬 바람이 불기 시작
온라인게임의 수행 능력은 크게 사용자가 보유한 PC나 게임기 자체의 성능, 그리고 모뎀의 속도에 좌우된다. PC나 게임기는 화면이 부드럽게 움직이고 배경 음악이 자연스럽게 구사되도록 하는 일을 전담하고, 인터넷과 PC통신은 사용자가 무엇을 얼마만큼 움직였는지에 대한 정보를 참여자 모두에게 데이터 패킷으로 상호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게임 서버, 통신 프로토콜(IPX, TCP/IP 등), 멀티 프로세스 등 골치 아픈 얘기가 나오긴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게임이 알아서 처리해 주기 때문에 모르고 지내도 무방하다.
사용자가 특정 상대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즐기는 ‘1:1 온라인게임’은 장기나 바둑, 혹은 대전게임 등 꼭 맞대결해야만 하는 성격의 게임에 적용된다. 그러나 편대 비행이나 레이서, 전략 시뮬레이션 등 동시에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은 PC통신이나 인터넷의 ‘게임 중계’ 기능을 이용해야만 한다.
현재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이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러명이 동시에 통화에 참여할 수 있는 다자간 송수신기능을 국내 전화망이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통신 환경에 꼭 들어 맞는 게임이 거의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막대한 개발비 부담으로 인해 순수 국산 게임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PC통신사들이 특정 게임을 위한 중계용 서버를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통신 조건을 수용하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제약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PC통신 나우콤이 IPX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게임 중계용 서버인 ‘칼리’(kali)를 인터넷 상에 설치해 자사 이용자들을 상대로 ‘둠‘ ‘퀘이크’ ‘에어워리어’ 등 다양한 인기 게임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
서비스 초기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자 이에 자극을 받은 경쟁사들도 최근 인터넷을 이용한 게임 중계 서비스 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통신망 사정을 반영한 순수 국산 온라인게임의 다양한 출현과 PC통신사들의 과감한 투자만 뒤따른다면 조만간 국내에서도 쉽고 싼 가격에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립형게임보다 생명력길어
게임계는 요즘들어 어드벤처성 액션게임, 액션이 가미된 스포츠게임 등 장르가 서로 섞이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일반 게임에 통신 기능을 삽입해 혼자서 게임을 즐기다 즉시 온라인게임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Hybrid) 게임이 상다수 쏟아져 나왔다. 이제는 이전처럼 온라인 전용 게임 여부를 애써 구분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온라인게임에 포함돼 있는 통신기능은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3D채팅과 형태상 매우 유사하다.
국내 PC통신 게시판에서도 종종 ‘워크레프트2나 둠2 모뎀플레이 하실 분 연락주세요’ 등의 메시지가 보이는데, 이는 하이브리드 게임의 한 사례다. 더군다나 요즘 출시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90% 이상이 모뎀 플레이를 지원하는 등, 게임에 있어 온라인 기능은 필수 항목으로 자리잡는 추세이기도 하다.
온라인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한마디로 상대방과 어울려 뭔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게임에 다수의 사용자가 참여해 특정 임무를 공동으로 수행하거나, 아니면 서로 대결을 벌일 수 있다. 프로그래머가 미리 정해 놓은 시나리오대로 진행해야 하는 일반 게임에 비해, 온라인게임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성격과 부류의 사람을 만나 그들과 지혜를 겨루며 정해진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매번 새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온라인게임은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다른 사람을 만난다’라는 철학 때문인지 게임의 생명력이 상당히 긴 편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혼자 즐기는 독립형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을 6개월, 온라인게임은 최소한 2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PC통신인 아메리카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네버윈터 나잇’은 92년부터, 지니의 ‘멀티플레이어 배틀테크’는 91년부터 서비스 중이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용자가 북적거린다.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최근에 발표되는 온라인게임은 통신 기능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3D그래픽 기능을 첨가하고, 화상과 음성을 이용해 상대방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능을 넣는 등 쌍방간의 통신 기능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진행하면서 상대방과 진지한 상의를 통해 공동 목표를 협공한다거나, 적과 공중전을 벌일 때 서로의 기량을 뽐내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게임과 관련한 최근의 분위기는 이전의 단순한 시나리오를 적용한 롤프레잉 게임 등에서 벗어나 더욱 복잡하고 실감나는 게임으로 전이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머드와 같은 텍스트 위주에서 스포츠나 전략시뮬레이션, 액션게임, 가상공간에서의 롤플레잉게임 등이 주류를 형성할 조짐이다.
무작정 재미 있게 보일 것 같은 온라인게임에도 물론 단점은 존재한다. 바로 시나리오가 부족하다는 점. 독립형게임의 경우 몇 십판을 넘는 다양한 미션과 현란한 시나리오를 제공하지만 상대방과의 상호협동, 혹은 대립에 치중한 온라인게임은 자칫하다가는 내용이 빈약하다는 혹평을 받을 위험이 있다.
PC냐 게임전용기냐
게임을 개발하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의외로 복잡하다. 우선 CPU 속도의 향상은 기본이고, 고속 랜더링이 가능한 3D가속기의 지원, 고속 CD롬 드라이브, 그리고 조이스틱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머리에 직접 쓰고 즐기는 헤드기어 등 주변상품들의 개발 및 확산 여부도 신규 게임 개발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온라인게임인 경우에는 여기에 통신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은 비단 PC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게임기나 인터넷 PC도 온라인 진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게임 플랫폼 중 아직까지는 그래도 PC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PC가 전문기기에서 가전기기로 인식이 바뀌고 있으며,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다룰 수 있고 운영체제 또한 32비트로 옮겨가면서 전용 게임기 뺨치는 고성능 게임 소프트웨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볼 때, 32비트 게임 전용기인 세가, 새턴이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개발자들에게 물어야 하는 기술 로얄티가 없는 것도 장점.
게임이 어떠한 환경에서 작동하느냐 하는 플랫폼 문제는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하드웨어 개발은 일본,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은 미국’이라는 등식이 전세계 게임업계에 자연스레 통하고 있다. PC게임도 그렇지만 특히 32비트 게임기로 가면 이 등식은 전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소니사가 발표한 32비트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 소프트웨어는 미국 회사나 미국 엔지니어들이 제작했다.
게임기의 경우 소니는 세가보다 두 달 늦게 시장에 참여했으나 미국에서 만큼은 가격 정책이나 게임 타이틀 및 디자인면에서 세가보다 앞서 있으며, 시장점유율도 더 높다. 세가는 비록 풍부한 소프트웨어로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계 성능에서 소니보다 약간 뒤처지며 게임개발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때 16비트 게임기 시장을 풍미했던 닌텐도는 32비트 게임기를 건너뛰고 64비트 제품인 ‘닌텐도 64’를 내놓으면서 빼앗긴 게임기 시장의 판도를 뒤집으려 시도 중이지만 많은 문제점이 쌓여 있다. 보유한 게임 타이틀도 별로 없으며, 게임 소프트웨어도 카드리지 타입이어서 제작비가 CD롬 타이틀보다 훨씬 더 먹힌다. 현재까지 출시한 게임이 기존의 소니나 세가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도 약점.
세가, 소니, 닌텐도 등 각 게임기 회사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게임 쪽으로 진출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세가는 가장 먼저 28.8kbps모뎀과 적외선 키보드를 장착한 ‘넷링크’라는 모델을 출시, 온라인게임 시장 및 인터넷 활용기기로의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세가는 이 제품을 일본에서 PC통신 ‘니프티서브’와 손잡고 일반 전화망을 통한 온라인게임을 시험 중이다.
게임에도 인터넷바람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진출을 노리는 또 다른 업계가 있다. 바로 인터넷 PC. 마이크로소프트와 더불어 하이테크업체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오라클사는 작년에 5백달러 정도의 인터넷 PC 시제품을 선보여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인터넷 PC는 최소한의 메모리와 하드디스크가 없는 시스템으로 전화선이나 랜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 필요한 데이터를 서버에서 전달받는 새로운 컴퓨터 모델이다.
인터넷 PC는 비록 하드웨어 사양은 낮지만 그래픽 환경 하에서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자바 기능을 이용한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에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감나는 온라인게임을 느끼기 위해서는 최소한 ISDN이나 케이블 모뎀이 장착돼야 하고, 또 현재의 자바 버전으로는 액션 게임과 같은 장르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기존의 게임기가 2백 달러 전후인데 반해 인터넷 PC는 5백달러 이상이라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애플사가 개발한 가정용 멀티미디어 단말기 피핀(PIPPIN)은 경우가 다르다. 기술이나 내용적인 면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애플사가 자체 개발한 파워PC CPU를 탑재한 피핀은 게임 개발사인 반다이와 함께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안정적인 소프트웨어 공급원을 확보해 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비록 이와 유사한 CD-i나 3DO 게임기는 실패했지만 애플은 특유의 그래픽 기술력을 주무기로 홈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분야에서 좋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피핀은 매킨토시용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매킨토시에서 작동하는 유명한 게임들은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매킨토시는 특히 교육과 오락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다수 확보하고 있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PC보급률이 낮은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통신 포트를 연결해 온라인게임계로 진출하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독립형 게임 성공 여세 몰아 온라인으로
온라인게임의 성패 여부 중 가장 중요한 사실은 독립형으로 성공한 제품이 온라인으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워크래프트’나 ‘듀크누켐 3D’가 인터넷으로 자리를 옮겨놔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처음부터 온라인 버전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온라인게임 그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그러나 성공한 독립형 제품은 게임 자체는 이미 검증을 받은 상태고, 이를 온라인 버전으로 바꿨을 때 어떤 재미가 추가될 것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최근에는 게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오프라인 게임은 아예 무료로 배포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접속해 이용료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게임 제작자와 접속포인트 제공자, 게임 컨텐츠 소유주 등이 절묘한 협력관계로 연결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 언론계의 조스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콥’이 ‘케스마이’를 인수함으로써 온라인게임의 협력관계에 최초로 불을 당겼다. 스포츠용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일렉트로닉 아츠와 레이싱 게임으로 유명한 파피루스 등이 전문 개발업체. 여기에 온라인 접속 포인트를 제공하는 PC통신이나 인터넷 접속 서비스업체가 등장하고, MTV나 니켈로데온, 미스테로스 프레스 등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컨텐츠 소유주가 어울림으로써 완성도 높은 온라인게임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을 제공하는 채널은 크게 3가지다.
첫째로 전세계 어디서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을 들 수 있다. 각국의 이용자들을 만나 함께 게임을 즐기면서 문화교류까지도 가능한 장점이 있으며, 구축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훌륭한 모델로 손꼽힌다.
그러나 대역폭과 지연현상이라는 인터넷 특유의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수익을 낼 만큼 성장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불특정다수라 이용자 관리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대역폭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ISDN(종합정보통신망)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작년에 ISDN이 급속하게 보급돼 인터넷 확산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국내에서도 작년말부터 분당, 일산 등 일부 신도시에 ISDN이 시범적으로 보급돼 테스트 중이며, 조만간 가격 하락과 더불어 급속한 보급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ISDN이 궁극적인 기술이 아닌, 중간 단계의 기술로 가치를 절하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무선 통신이나 케이블 등 다른 차원의 신기술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게임 개발업체 역시 이런 속도에 적합한 게임 개발에 들어가려면 당분간 시간이 걸린다.
두번째로 PC통신서비스를 들 수 있다. PC통신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채널이다. 아메리카온라인에서는 케스마이사가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주가를 드높이고 있다. 그러나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정보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므로 적정선에서 게임 이용자들을 제한한다. 마지막으로 게임 전문 네트워크다. 인터넷과 PC통신이 안고 있는 모든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으나, 대신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흠이다.
지연(Latency)현상
인터넷에서 온라인게임을 자연스럽게 진행하는데 가장 큰 골칫거리로 꼽히고 있는 문제는 대역폭과 인터넷 라우팅시 발생하는 지연현상이다. 지연현상은 특정 시스템이 게임 진행에 필요한 데이터 요청 신호를 받아 이에 반응하는데까지 걸리는 전체 속도를 말한다.
14.4kbps급 보통 모뎀은 80-1백ms의 자연현상의 발생한다. 이 수치가 크면 클수록 각 캐릭터들의 동작에 스톱모션이 자주 걸린다. 속도가 빠른 28.8kbps급 모뎀이라도 지연현상은 피할 수 없다. 빠른 모뎀일수록 데이터를 놓치지 않도록 에러를 보정하는 기능에 더 신경을 써 제작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데 30ms 정도의 지연이라면 견딜만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 전송에 걸리는 속도만 해도 24ms여서 30ms의 지연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발표된 기술로는 이론상 1백50ms의 지연이 최고 기대수준이지만, 실제로는 2백ms이하의 지연 조차도 불가능하다. 여기에 심하게 트래픽이 걸릴 경우에는 5백ms이상의 지연도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둠과 같은 리얼타임 액션게임은 거의 생각도 못한다.
지연현상을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먼저 데이터를 압축해 전송하는 방법, 두번째로 라우팅 횟수를 줄이기 위해 전용망을 사용하거나, 또는 인터넷 접속서비스업체에 직접 연결해 서비스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대형PC통신 서비스를 통해 연결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인터넷 상에서 둠을 온라인으로 중계하고 있는 드왕고사는 아시아, 유럽, 미국을 대도시 단위로 구분해 지역별로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