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6억 년 전 탄생한 지구에는 다양한 원소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 원소들이 서로 결합해 지각을 구성하는 광물을 비롯한 여러 물질을 만들었으며, 그 중 생명체라는 존재 또한 탄생하게 됐다. 이렇게 지구를 구성하는 지각과 암석 그리고 그 지구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는 같은 재료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을 이루는 물질은 서로 다르다.
지각은 산소와 규소, 생명체는 산소와 탄소
지각과 생명체를 이루는 구성 물질은 많이 다르지만(아래 표 참고) 여기에도 공통점이 있다. 지각과 생명체를 이루는 원소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원소가 바로 산소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산소가 탄소, 규소 등 다른 원소와 쉽게 결합해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소는 탄소와 결합하면 이산화탄소가 되고, 규소와 결합하면 광물인 석영이 되기도 한다.
산소 다음으로 지각은 규소, 생명체는 탄소가 많은 부분을 차지고 있다. 이는 규소와 탄소가 모두 14족 원소로 4개의 공유결합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다양한 원소와 결합해 다양한 물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규소와 산소가 결합한 규산염 사면체를 기본 구조로 하는 규산염 광물이 지각과 맨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생명체는 탄소를 중심으로 한 여러 탄소화합물이 생명체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광물의 90% 이상, 규산염 광물
규산염 광물은 규소 1개를 중심으로 산소 4개가 결합한 사면체를 기본 구조로 가진 물질이다. 규소 +4가 1개와 산소 -2가 4개가 만나서 결과적으로 전기적인 성질은 -4가를 띤다. 이렇게 음전하를 가지므로 양이온과 결합하거나 다른 규산염 사면체와 산소를 공유해 다양한 규칙에 따라 결합이 가능하다. 규산염 사면체가 다양하게 결합한 물질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감람석의 경우 독립 사면체 구조이며, 휘석은 2개의 산소를 공유하는 단사슬 구조다. 각섬석은 2~3개의 산소를 공유하는 복사슬 구조를 이루고 있다. 흑운모는 3개의 산소를 공유하는 판상 구조, 석영과 장석은 4개의 산소를 공유하는 망상구조다. 산소를 많이 공유할수록 결합 구조가 복잡해지며, 강한 결합력을 가져 풍화에 강하다.
생명체의 기본 요소, 탄소 화합물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요소인 탄소화합물은 탄소가 수소, 산소, 질소, 인 등과 공유 결합해 만들어지는 고분자 화합물이다. 여기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핵산 등이 해당되며, 일부 탄소화합물의 경우 생명체를 구성할 뿐 아니라 생명체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탄소화합물의 중심 원소인 탄소는 최외각 전자가 4개로, 탄소 원자 1개는 최대 4개의 다른 원자와 공유결합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결합이 가능한 덕분에 생명체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래 표를보면 탄소의 다양한 결합 방식과 생명체를 구성하는 탄소 화합물의 구성 단위 물질을 알 수 있다.
탄수화물과 지질, 단백질
생명체를 구성하는 탄소화합물은 단위체의 결합으로 이뤄진 형태다. 단위체란 크고 복잡한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구성 단위를 말한다. 탄수화물의 경우 단당류 형태의 단위체들이 다양한 결합을 하면서 다양한 형태를 만든다. 탄수화물의 단위체인 포도당이 다양하게 결합하면 녹말, 글리코젠, 셀룰로스가 된다.
지질은 중성지방, 인지질, 스테로이드로 나뉜다. 중성지방의 경우 체내에서 중요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며, 글리세롤 한 분자와 지방산 세 분자가 결합해 만들어진다. 인지질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글리세롤 한 분자에 지방산 두 분자 그리고 인을 포함한 친수성 물질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아미노산이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20여 종이 있는데, 기본 구조는 동일하지만 특정 부분, 흔히 곁사슬(R)이라고 부르는 부분에 따라 그 종류와 성질이 달라진다.
아미노산의 경우 아미노기와 카복실기라고 하는 작용기를 가지고 있다. 아미노산과 아미노산이 결합할 때 이 작용기들이 관여하는 결합을 하는데, 이를 ‘펩타이드 결합’이라고 한다. 펩타이드 결합 시에는 물 분자 하나가 빠져 나오는 탈수축합 반응이 일어난다.
아미노산 2개가 결합해 만들어진 물질을 ‘다이펩타이드’, 아미노산 3개가 결합한 물질은 ‘트라이펩타이드’라고 부른다. 수많은 아미노산들이 만나서 만들어진 사슬 형태는 폴리펩타이드라고 하는데, 폴리펩타이드는 일정한 구조를 가지게 되고, 그 구조에 따라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폴리펩타이드 형태의 1차 구조에서 2차, 3차, 4차로 단백질의 구조가 발전하는 과정과 예는 아래 그림으로 알 수 있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성분이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단백질이 체내에서 하는 기능적 측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DNA
생명체가 자손을 낳고 종족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주된 요인은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전달하는 물질인 핵산이 있기 때문이다. 핵산의 단위체는 뉴클레오타이드다. 뉴클레오타이드는 인산과 당 그리고 염기가 1:1:1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핵산은 다시 DNA와 RNA로 나눌 수 있다. DNA는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RNA는 DNA가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의 합성에 관여한다. DNA와 RNA의 구조와 기능은 아래 표로 정리했다.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DNA는 아데닌(A), 타이민(T), 구아닌(G), 사이토신(C) 등 네 가지 염기로 구성된다. 네 가지 염기는 이중나선 구조를 이루며 특정 염기들이 서로 결합(A와 T, G와 C)을 하는데, 이런 결합을 상보적 결합이라고 한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 신소재
인간이 어떤 물질을 다루는지는 그 시대의 생활수준을 알려주는 척도다. 다루는 물질로 인류의 역사를 나눠보면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를 지나 철기시대를 넘어 현재는 플라스틱시대로 나눌 수 있다. 신소재도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석기시대에 등장한 청동기, 청동기시대에 등장한 철기처럼 새로운 물질을 신소재라고 할 수 있으며, 도자기처럼 가공법을 달리해서 새로운 성질을 가지게 되는 것을 신소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기적 성질을 가진 신소재는 액정표시장치(LCD)와 반도체가 있다. LCD의 경우 고체 결정처럼 규칙적인 구조를 이루지만 액체처럼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압으로 액정 분자의 배열을 바꿔 빛의 투과도를 조절할 수 있다. LCD는 컴퓨터, TV 등 디스플레이에 많이 사용한다.
반도체의 경우 전기전도성이 도체와 절연체(부도체)의 중간 정도인 물질이다. 에너지를 가하거나 불순물을 첨가하면 전기전도성이 변하는 성질을 이용해 트랜지스터, 발광다이오드(LED), 집적회로와 같은 여러 종류의 전자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어떤 물질이 특정한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없어지는 현상을 이용해 신소재를 만들기도 한다. 어떤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온도를 임계온도라고 하며, 임계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은 초전도 현상이라고 부른다. 임계온도는 절대온도(K)를 단위로 사용하며, 절대영도는 영하 273.15도다.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 물체는 초전도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수은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임계온도는 약 4K, 영하 269.15도다. 이 온도에서 수은은 초전도체가 된다.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면 전류가 흐르더라도 열이 발생하지 않아 전력 손실이 없으며, 큰 전류를 흘려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자기부상열차 등이 이런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예다.
여러 가지 신소재의 개발과 이용
탄소 원자의 결합 구조와 배열을 변화시킨 신소재인 풀러렌과 탄소나노튜브, 그래핀은 탄소 나노 소재를 이용한 ‘3종 세트’로 불린다. 풀러렌은 1985년 발견됐으며, 탄소나노튜브는 1991년, 그래핀은 2004년 등장했다. 그래핀은 탄소원자가 한 층으로 배열된 그물 형태를 말한다. 그래핀을 둥글게 말면 풀러렌이 되고, 원통 모양으로 말면 탄소나노튜브가 된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 이동 속도가 빠르다.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또 신축성이 좋아 본래 면적의 20%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으며, 접어도 전기전도성이 우수하게 유지된다. 그래서 그래핀을 초경량, 고강도 소재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개발 등 다양한 방면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나 대량 생산이 어려워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과학동아 2018년 1월호 ‘시사기획 - 폴더블폰, 그분이 오신다’ 중 발췌
폴더블폰 핵심 기술 1 - 유리만큼 단단한 필름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핵심 기술은 크게 네 가 지다. 첫째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최상층에 쓰이는 단단한 유리를 대체할 재료다. 투명하고 휘어질 뿐 아니라 유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경도(단단함)가 높아야 한다.
이를 위해 등장한 재료가 휘어지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이다. 폴리이미드는 고분자 화합물의 일종으로, 영하 273도의 극저온과 400도의 고온에서 물성이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소재다. 특히 현존 플라스틱 중에서 가장 단단하면서도 유연해 인쇄회로기판 등 전자소재로 많이 쓰였다.
이런 장점 때문에 폴리이미드는 일찍부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서 유리를 대체할 소재로 꼽혔다. 하지만 투명하지 않고 노란색을 띤다는 게 문제였다. 색을 제거하고 투명하게 만들면 내열성이 떨어져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300도 이상의 고온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16년 이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최초로 투명한 폴리이미드 필름을 개발하면서 가능성이 열렸다. 350도의 열을 견딜 뿐 아니라 접힌 부분의 반지름을 3mm로 만들고 20만 번을 접었다 펴도 흔적이 남지 않았다. 또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에 경도를 높여 주는 물질을 코팅한 뒤 연필에 750g의 물체를 얹은 상태로 필름을 긁었을 때 경도가 9H인 연필까지 견뎠다. H는 물질의 단단함을 나타내는 단위로, 연필심의 굳기를 나타낼 때 자주 쓰인다. 유리의 경도는 약 10H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필름 소재를 연구하는 박장웅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유리에 비해 경도가 약하기 때문에 필름을 만들 때 작은 유리 알갱이들을 넣는 방법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