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도의 겨울철 한파가 북극의 온난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 화제다. 계속되는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 년간 우리나라와 북미 지역에서는 오히려 극심한 한파가 발생해 학계에 논란이 끊이지 않던 터였다. 논문의 제1저자인 국종성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왼쪽)와 교신저자인 정지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를 각각 전화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Q 극지 기후로부터 중위도 한파를 설명한 점이 흥미롭다.
정지훈 교수 지구는 뜨거워지는데 최근 북미와 동아시아에 연달아 혹독하게 추운 겨울이 나타나는게 미스터리였다. 일부 학자들이 북극온난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 데서 연구가 시작됐다. 극지의 기후변화는 현상이 매우 빠르고 크게 나타나는 데다 전지구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
Q 학술지 ‘네이처’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주목받는 연구’로 선정했다.
정지훈 교수 북극이 따뜻해지면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갇혀 있던 찬 공기가 내려와 중위도에 한파가 발생한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는 중위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두 곳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인정받은 것 같다. 두 곳의 온도를 잘 감시하면 1~2주 뒤 동아시아와 북미에 나타날 한파를 예측할 수 있다.
Q 2014년 2월 북미에 기록적인 한파가 왔을 때는 북극 해빙이 두껍다고 발표됐다. 그런데 이번 논문에는 척치해가 따뜻할 때 북미에 한파가 온다고 했다.
국종성 교수 이번 연구는 북극의 바렌츠-카라해와 동시베리아-척치해가 따뜻할 때 우리나라와 북미에 각각 한파가 온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다. 2014년에는 카라해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당시에도 북미 기후에 영향을 주는 척치해는 평년보다 따뜻했다.
Q 슈퍼엘니뇨 영향까지 포함해 올해 겨울 날씨는 어떨까.
국종성 교수 슈퍼엘니뇨와 북극온난화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아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동아시아는 엘니뇨가 올 때 보통 따뜻하고, 북미는 일부는 따뜻해지고 일부는 추워진다. 한 가지 큰 변수는, 북미 기후에 영향을 주는 척치해의 해빙이 올해 역사상 가장 많이 녹았다는 점이다. 올 겨울 북미 날씨는 아주 복잡하게 나타날 것이다.
Q 앞으로 목표는?
정지훈 교수 겨울철 계절을 더 정확히 예측하는 게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지구시스템모델을 이용해 북극해빙과 기후, 그리고 환경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국종성 교수 사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중위도 겨울도 따뜻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북극온난화 두 세력이 중위도 겨울을 두고 서로 싸우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계속 추운 겨울만 맞게 될지, 혹은 어떤 임계치가 있어서 다시 따뜻한 겨울이 될지 밝히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