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맑은 하늘을 지닌 시골 저녁 서쪽하늘가에는 희미한 빛무리가 퍼진다. 바로 황도광이다. 한편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이 있다면 3월 6일 새벽 쌍둥이자리에서 펼쳐지는 달과 별의 숨바꼭질을 기대해보자.
따스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3월.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밖으로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달과 별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광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쌍둥이자리 델타별이 가려진다
대부분의 별들이 천구상에 고정돼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에 비해 해와 달, 그리고 행성들은 고정된 별들 사이를 바쁘게 움직인다. 이들은 서로 접근했다가 멀어지고, 또 배경별들 위를 지나가기도 한다. 달이 별 바로 앞을 지나며 별을 가리는 현상을 ‘성식’이라고 한다. 이때 당연히 그 별을 볼 수 없다.
천구상에는 별이 없는 곳이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깔려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달은 항상 성식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달이 워낙 밝아서 달 바로 옆에 있는 어두운 별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별의 밝기가 4등급대 이상이면 드문 현상일 뿐 아니라 별이 달에 가려지는 모습을 천체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천체관측가들에게는 상당한 흥미롭다. 만일 그 별이 1등성이 된다면 그것은 대단한 천문현상이 될 것이다.
3월 6일 새벽 쌍둥이자리 델타별이 달에 가려진다. 보통의 경우라면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성식이지만 이번에는 다소 특별하다. 지난 1월 10일 개기월식을 보았는가. 그날 월식의 전 과정을 본 사람이라면 달 바로 옆에서 빛나던 밝은 별 하나를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 별이 쌍둥이자리 델타별이었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월식을 관측한 독자라면 이 별이 월식 도중 달에 가려지는 현상도 보았을 것이다. 쌍둥이자리 델타별이 지난 1월 개기월식 이후 두달만에 다시 달에 가려지는 성식이 일어난다. 이 별은 밝기가 3.5등급으로 그리 밝지 않지만 천체망원경으로 성식을 관측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이때 달은 월령 10.3일로 반달을 조금 넘어선 상태다.
성식이 일어나는 시간은 달이 중천 높이 떠오른 한밤중이 조금 지난 때다. 새벽 1시 21분 쌍둥이자리 델타별은 달의 어두운 부분으로 잠입하기 시작해 그 모습이 사라진다. 새벽 2시 16분에는 반대편 방향인 달의 밝은 방향으로 나타난다. 달의 중앙 부근을 지나가므로 가려지는 시간은 꽤 길다.
소형 쌍안경만 있으면 별이 달 옆에 붙어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신기한 모습을 관측할 수 있다.
황도상의 먼지들이 만들어낸 조화
태양계 내에서 지구가 지나가는 황도면상에는 수많은 미세 먼지들이 떠다닌다. 이 먼지들은 햇빛을 받아 미세한 빛을 발하는데, 때로는 그 희미한 빛을 깜깜한 밤하늘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황도광과 대일조다. 대일조는 태양의 정반대편에 위치한 미세 먼지들에 의해 나타나는 희미한 빛으로 매우 어둡다. 반면 황도광은 태양의 좌우 황도면상에서 비교적 폭넓고 밝게 나타난다.
도심에서는 별빛마저 흐릿하게 나타나지만 공기가 깨끗하고 밤하늘이 깜깜한 시골에서는 별빛이 무척이나 상쾌하고 맑게 반짝인다. 정말 하늘이 깨끗한 곳이라면 봄철의 초저녁 하늘에서 황도광을 볼 수 있다.
황도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기는 춘분을 전후한 저녁 서쪽하늘, 추분을 전후한 새벽 동쪽하늘이다. 왜 이 시기에 잘 보일까. 황도가 다른 때에는 지평선에서 비스듬히 위치하지만 이때에는 지평선에 거의 수직으로 일어서기 때문이다. 3월 저녁하늘에서 황도가 지나가는 위치는 황소자리 부근이며 우리나라에서 볼 때 지평선 정서쪽에서 매우 경사가 크다. 즉 황도광을 대단히 잘 볼 수 있는 기회다.
황도광을 처음 보면 지평선상의 다른 빛과 구분이 어렵다. 하지만 황도광은 연한 노란색을 띠면서 폭넓게 희미하고 은은한 빛무리로 나타나며, 그 중심선이 황도와 일치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측한다면 황도광을 구별하기가 별로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별보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강원도 횡성의 태기산 같은 곳인 경우 매우 맑은 날, 황도광은 폭이 약 10˚, 위로는 약 20˚가량 되는 빛무리로 나타난다. 하늘이 깨끗할 수록 황도광은 크고 밝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