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혁신적인 발전을 이룬 과학 분야 10개를 선정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인간 미생물군집(human microbiome)에 대한 연구다. 미생물군집이란 어떤 환경에 살고 있는 미생물 전체를 뜻하는 말로 195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조슈아 레더버그가 처음 썼다. 인간 미생물군집이란 쉽게 말하면 인체에 거주하고 있는 미생물 전체다.
현미경이 발명되고 우리 몸에 무수한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많은 사람들이 끔찍해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들도 미생물투성이이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이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100여 년 전 러시아의 생물학자 일리야 메치니코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장내 박테리아인 젖산균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그 뒤 이들 미생물이 사람의 건강 뿐 아니라 생존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발견이 이어졌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하는 2000년 레더버그는 “우리는 숙주와 기생생물을 초개체(superorganism)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인체에 거주하는 모든 미생물의 게놈을 ‘두 번째 인간게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 10년 동안 과학자들은 인체에 얼마나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는지를 밝혀왔고 최근에는 이들의 게놈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잇몸에 낀 치석(잇몸 상피세포, 미생물, 음식 찌꺼기가 뭉친 덩어리)을 시료로 삼아 최신 분자생물학의 기술을 써서 다양한 미생물의 존재를 밝힌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데이비드 렐먼 교수의 1999년 논문은 인간 미생물군집 연구가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고 있음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2/논문1.jpg)
[Our data suggest that a signifi cant proportion of the resident human bacteria fl ora remain poorly characterized, even within this well studied and familiar microbial environment.
우리 데이터는 인체에 거주하는 박테리아 군집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임을 시사하는데, 이는 (잇몸처럼) 많이 연구되고 익숙한 미생물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양 대신 DNA 증폭 이용
데이비드 렐먼 교수는 인간과 미생물의 생태학을 연구해왔는데 주로 숙주와 병원체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많았다. 인체에서 거주 미생물 때문에 탈이 많이 나는 곳이 입안이다. 충치를 비롯해 치은염 같은 잇몸병도 알고 보면 구강 미생물의 작용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입안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종류를 밝히는 연구의 역사는 깊다.
기존에는 정상인이나 환자의 피부나 침, 치석 시료에 있는 미생물군집을 배양해 미생물의 실체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배양법의 문제점은 많은 미생물이 자연 상태(구강)에서는 잘 자라지만 배양접시에서는 증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기존 방법으로는 구강 미생물군집의 실체를 제대로 밝힐 수 없었다.
렐먼 교수는 당시 막 소개되기 시작한 ‘PCR을 이용한 미생물군집 분석법’을 써서 구강 미생물의 다양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PCR은 중합체연쇄반응의 영문 머리글자로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수십만~수억 배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시료에 있는 미생물만으로 유전자를 분석한다는 게 어림없었지만(따라서 배양을 해 개체수를 대폭 늘려야했다) PCR 덕분에 이런 한계가 극복될 수 있었다.
렐먼 교수팀은 16S 리보솜 RNA(rRNA)의 유전자(16S rDNA)에 주목했다. 16S r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내 소기관인 리보솜의 구성성분으로 모든 박테리아가 갖고 있는 분자다. 박테리아 종마다 이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분석해 비교하면 해당 박테리아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다.
기존에는 배양에 성공한 박테리아에서 16S rDNA를 추출해 분석했지만 레먼교수팀은 시료 자체에서 바로 16S rDNA를 분석했다. 즉 PCR로 시료에 있는 다양한 미생물의 16S rDNA 조각을 증폭한 뒤 이를 클로닝해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방법을 썼을 때는 확인하지 못한 다양한 미생물의 16S rDNA 서열이 쏟아져 나왔다. 레먼 교수는 “이 방법으로 찾아낸 박테리아 59종 가운데 31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종류”라며 “우리 데이터는 인체에 거주하는 박테리아의 상당 부분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 뒤 렐먼 교수는 장내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다.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장내 박테리아 395종을 확인했고 이 가운데 244종이 신종이라고 보고했다.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안 지 100년이 넘는 동안 그 구성원의 다수를 몰랐던 셈이다. 비슷한 시기 피부, 위, 질 등 인체의 여러 기관에 살고 있는 미생물 가족들의 실체가 속속 밝혀졌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2/논문2.jpg)
[렐먼 교수팀이 밝혀낸 구강 박테리아를 계통에 따라 분류한 그림(일부만 표시). 빨간색으로 표시한 종은 기존 배양법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2/논문3.jpg)
[인체 거주 미생물군집 분석 방법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의 종류를 밝히는 방법이 최근 10여 년 사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DNA염기서열분석법과 게놈데이터분석법의 발달 덕분이다. 그 결과 제2의 인간게놈으로 불리는 미생물군집의 메타게놈이 해독되고 있다.
➊ 미생물군집 배양 분석
배양은 미생물을 규명하기 위해 오랫동안 쓰인 방법이다. 시료에 있는 미생물 가운데 배양되는 종류만 분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배양된 종의 DNA(유전체)를 추출해 16s rDNA의 염기서열을 분석, 박테리아 종을 규명한다.
➋ 미생물군집 PCR 분석
시료에서 바로 추출한 DNA(메타유전체)에서 16s rDNA 유전자 부분만을 PCR로 증폭한 뒤 이를 클로닝(원형DNA에 끼워 넣어 박테리아에서 발현시키는 기술)한다. 각각의 원형DNA를 추출해 16s r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박테리아 종을 규명한다.
➌ 미생물군집 메타유전체 분석
박테리아 유전체 전체를 분석해 종 규명뿐 아니라 그 특성까지 알아내는 방법이다. DNA(메타유전체)를 효소로 무작위로 자른 DNA조각의 염기서열을 읽은 뒤 컴퓨터를 통해 유전체를 재구성한다.]
두 번째 인간게놈을 밝혀라
16S rDNA의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종류를 어느 정도알게 된 과학자들은 그 다음 단계로 이들 미생물의 게놈 전체를 밝히는 ‘메타유전체학(metagenomics)’ 연구를 시작했다. 인체와 거주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들이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고 어떤 생체물질을 만드는지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2번째 인간게놈프로젝트’인 셈이다.
메타유전체학이란 어떤 환경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그 상태에서 유전체(게놈)를 분석하는 연구방식이다. 시료에서 전체 DNA를 추출한 뒤 작은 조각으로 잘라 무작위로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샷건 방식(미국 셀레라사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팀이 인간게놈을 분석한 방법)’을 쓴다. 이런 방식은 빠른 속도로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기술과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생명정보학 기술이 나온 덕분에 가능해졌다.
물론 이는 방대한 작업이다. 예를 들어 대장에 살고 있는 대략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군집에는 인간유전자의 100배가 넘는 유전자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게놈연구소(IGR) 스티븐 길 박사팀과 스탠퍼드대 렐먼 교수팀 등 공동 연구자들은 첫 번째 메타유전체학 연구 결과를 2006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대장과 분변에서 얻은 미생물군집의 DNA 7800만 염기쌍을 분석한 결과 5만여 개의 유전자 후보를 찾아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소화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를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사람의 효소만 있을 때보다 이들 미생물의 효소가 같이 있을 때 소화 효율이 훨씬 높아지고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B를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장내 미생물의 역할을 미생물 효소 네트워크 차원에서 규명한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염기서열분석기를 보유한 중국 베이징게놈연구소(BGI)가 주도한 다국적 연구팀은 지난해 ‘네이처’에 어마어마한 인체 미생물의 메타유전체 연구 결과를 발표해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이들은 유럽인 124명의 분변에서 얻은 미생물 DNA 5767억 염기쌍(인간게놈의 190배)을 분석해 무려 330만 개의 유전자(인간유전자의 150배)를 찾아냈다.
연구자들은 “이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장에 사는 박테리아가 1000~1150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각 개인의 분변에서 평균 160여 종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즉 개인에 따라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구성이 꽤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 미생물의 어마어마한 유전자(160종만 생각해도 약50만 개)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을 비롯한 생체물질이 작용하면서 장내 생태계가 유지되는 셈이다. 장내 미생물이 전혀 없는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면 대사이상이나 필수 영양소 결핍, 면역계 손상, 신경계 교란 등 다양한 결함이 발견되는 이유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는 인체가 사람과 미생물의 연합으로 이뤄진 초개체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07년 인체거주 미생물군집의 실체를 밝히는 ‘인간미생물군집프로젝트(HMP)’를 시작했다. 우리 몸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 3000종의 게놈을 밝히겠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연구자들은 지난해 5월 ‘사이언스’에 첫 결과로 박테리아 178종의 게놈을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총500여 종의 게놈을 해독한 상태다.
‘네이처’ 1월 27일자에는 장내 미생물인 비피더스균이 아세트산염을 분비해 인체에 치명적인 대장균 O157 같은 병원체를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아세트산염이 O157이 분비하는 독소가 장내에서 혈관으로 이동하는 걸 방해했던 것.
요거트 광고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비피더스균은 인체가 병원체의 공격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몰랐다. 이 연구에는 메타유전체 데이터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두 번째 인간게놈프로젝트인 HMP가 완성될 무렵에는 이런 연구 결과들이 산더미처럼 쌓일 것이다. 그때쯤에는 우리 인간이 ‘초개체’라는 사실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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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거주 미생물 분포
우리 몸의 부위에 따라 거주하는 미생물의 다양성과 분류학적종의 분포가 다르다. 미생물군집 PCR 분석으로 찾아낸 데이터를 종합했다. 최근 메타유전체 분석 결과가 반영되면 종의 숫자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계(界) 다음의 분류학 단계인 문(門)을 기준으로 박테리아 종을 묶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2/논문5.jpg)
[장 미생물의 생태계가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익균이 들어있는 프로바이오틱 제품이
인기다. 위에서 분해되지 않은 과립에 생균을 넣어 만든 캡슐.]
현미경이 발명되고 우리 몸에 무수한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많은 사람들이 끔찍해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들도 미생물투성이이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이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100여 년 전 러시아의 생물학자 일리야 메치니코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장내 박테리아인 젖산균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그 뒤 이들 미생물이 사람의 건강 뿐 아니라 생존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발견이 이어졌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하는 2000년 레더버그는 “우리는 숙주와 기생생물을 초개체(superorganism)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인체에 거주하는 모든 미생물의 게놈을 ‘두 번째 인간게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 10년 동안 과학자들은 인체에 얼마나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는지를 밝혀왔고 최근에는 이들의 게놈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잇몸에 낀 치석(잇몸 상피세포, 미생물, 음식 찌꺼기가 뭉친 덩어리)을 시료로 삼아 최신 분자생물학의 기술을 써서 다양한 미생물의 존재를 밝힌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데이비드 렐먼 교수의 1999년 논문은 인간 미생물군집 연구가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고 있음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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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data suggest that a signifi cant proportion of the resident human bacteria fl ora remain poorly characterized, even within this well studied and familiar microbial environment.
우리 데이터는 인체에 거주하는 박테리아 군집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임을 시사하는데, 이는 (잇몸처럼) 많이 연구되고 익숙한 미생물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양 대신 DNA 증폭 이용
데이비드 렐먼 교수는 인간과 미생물의 생태학을 연구해왔는데 주로 숙주와 병원체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많았다. 인체에서 거주 미생물 때문에 탈이 많이 나는 곳이 입안이다. 충치를 비롯해 치은염 같은 잇몸병도 알고 보면 구강 미생물의 작용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입안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종류를 밝히는 연구의 역사는 깊다.
기존에는 정상인이나 환자의 피부나 침, 치석 시료에 있는 미생물군집을 배양해 미생물의 실체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배양법의 문제점은 많은 미생물이 자연 상태(구강)에서는 잘 자라지만 배양접시에서는 증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기존 방법으로는 구강 미생물군집의 실체를 제대로 밝힐 수 없었다.
렐먼 교수는 당시 막 소개되기 시작한 ‘PCR을 이용한 미생물군집 분석법’을 써서 구강 미생물의 다양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PCR은 중합체연쇄반응의 영문 머리글자로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수십만~수억 배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시료에 있는 미생물만으로 유전자를 분석한다는 게 어림없었지만(따라서 배양을 해 개체수를 대폭 늘려야했다) PCR 덕분에 이런 한계가 극복될 수 있었다.
렐먼 교수팀은 16S 리보솜 RNA(rRNA)의 유전자(16S rDNA)에 주목했다. 16S r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내 소기관인 리보솜의 구성성분으로 모든 박테리아가 갖고 있는 분자다. 박테리아 종마다 이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분석해 비교하면 해당 박테리아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다.
기존에는 배양에 성공한 박테리아에서 16S rDNA를 추출해 분석했지만 레먼교수팀은 시료 자체에서 바로 16S rDNA를 분석했다. 즉 PCR로 시료에 있는 다양한 미생물의 16S rDNA 조각을 증폭한 뒤 이를 클로닝해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방법을 썼을 때는 확인하지 못한 다양한 미생물의 16S rDNA 서열이 쏟아져 나왔다. 레먼 교수는 “이 방법으로 찾아낸 박테리아 59종 가운데 31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종류”라며 “우리 데이터는 인체에 거주하는 박테리아의 상당 부분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 뒤 렐먼 교수는 장내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다.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장내 박테리아 395종을 확인했고 이 가운데 244종이 신종이라고 보고했다.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안 지 100년이 넘는 동안 그 구성원의 다수를 몰랐던 셈이다. 비슷한 시기 피부, 위, 질 등 인체의 여러 기관에 살고 있는 미생물 가족들의 실체가 속속 밝혀졌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2/논문2.jpg)
[렐먼 교수팀이 밝혀낸 구강 박테리아를 계통에 따라 분류한 그림(일부만 표시). 빨간색으로 표시한 종은 기존 배양법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2/논문3.jpg)
[인체 거주 미생물군집 분석 방법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의 종류를 밝히는 방법이 최근 10여 년 사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DNA염기서열분석법과 게놈데이터분석법의 발달 덕분이다. 그 결과 제2의 인간게놈으로 불리는 미생물군집의 메타게놈이 해독되고 있다.
➊ 미생물군집 배양 분석
배양은 미생물을 규명하기 위해 오랫동안 쓰인 방법이다. 시료에 있는 미생물 가운데 배양되는 종류만 분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배양된 종의 DNA(유전체)를 추출해 16s rDNA의 염기서열을 분석, 박테리아 종을 규명한다.
➋ 미생물군집 PCR 분석
시료에서 바로 추출한 DNA(메타유전체)에서 16s rDNA 유전자 부분만을 PCR로 증폭한 뒤 이를 클로닝(원형DNA에 끼워 넣어 박테리아에서 발현시키는 기술)한다. 각각의 원형DNA를 추출해 16s r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박테리아 종을 규명한다.
➌ 미생물군집 메타유전체 분석
박테리아 유전체 전체를 분석해 종 규명뿐 아니라 그 특성까지 알아내는 방법이다. DNA(메타유전체)를 효소로 무작위로 자른 DNA조각의 염기서열을 읽은 뒤 컴퓨터를 통해 유전체를 재구성한다.]
두 번째 인간게놈을 밝혀라
16S rDNA의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종류를 어느 정도알게 된 과학자들은 그 다음 단계로 이들 미생물의 게놈 전체를 밝히는 ‘메타유전체학(metagenomics)’ 연구를 시작했다. 인체와 거주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들이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고 어떤 생체물질을 만드는지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2번째 인간게놈프로젝트’인 셈이다.
메타유전체학이란 어떤 환경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체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그 상태에서 유전체(게놈)를 분석하는 연구방식이다. 시료에서 전체 DNA를 추출한 뒤 작은 조각으로 잘라 무작위로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샷건 방식(미국 셀레라사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팀이 인간게놈을 분석한 방법)’을 쓴다. 이런 방식은 빠른 속도로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기술과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생명정보학 기술이 나온 덕분에 가능해졌다.
물론 이는 방대한 작업이다. 예를 들어 대장에 살고 있는 대략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군집에는 인간유전자의 100배가 넘는 유전자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게놈연구소(IGR) 스티븐 길 박사팀과 스탠퍼드대 렐먼 교수팀 등 공동 연구자들은 첫 번째 메타유전체학 연구 결과를 2006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대장과 분변에서 얻은 미생물군집의 DNA 7800만 염기쌍을 분석한 결과 5만여 개의 유전자 후보를 찾아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소화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를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사람의 효소만 있을 때보다 이들 미생물의 효소가 같이 있을 때 소화 효율이 훨씬 높아지고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B를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장내 미생물의 역할을 미생물 효소 네트워크 차원에서 규명한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염기서열분석기를 보유한 중국 베이징게놈연구소(BGI)가 주도한 다국적 연구팀은 지난해 ‘네이처’에 어마어마한 인체 미생물의 메타유전체 연구 결과를 발표해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이들은 유럽인 124명의 분변에서 얻은 미생물 DNA 5767억 염기쌍(인간게놈의 190배)을 분석해 무려 330만 개의 유전자(인간유전자의 150배)를 찾아냈다.
연구자들은 “이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장에 사는 박테리아가 1000~1150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각 개인의 분변에서 평균 160여 종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즉 개인에 따라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구성이 꽤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 미생물의 어마어마한 유전자(160종만 생각해도 약50만 개)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을 비롯한 생체물질이 작용하면서 장내 생태계가 유지되는 셈이다. 장내 미생물이 전혀 없는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면 대사이상이나 필수 영양소 결핍, 면역계 손상, 신경계 교란 등 다양한 결함이 발견되는 이유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는 인체가 사람과 미생물의 연합으로 이뤄진 초개체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07년 인체거주 미생물군집의 실체를 밝히는 ‘인간미생물군집프로젝트(HMP)’를 시작했다. 우리 몸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 3000종의 게놈을 밝히겠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연구자들은 지난해 5월 ‘사이언스’에 첫 결과로 박테리아 178종의 게놈을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총500여 종의 게놈을 해독한 상태다.
‘네이처’ 1월 27일자에는 장내 미생물인 비피더스균이 아세트산염을 분비해 인체에 치명적인 대장균 O157 같은 병원체를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아세트산염이 O157이 분비하는 독소가 장내에서 혈관으로 이동하는 걸 방해했던 것.
요거트 광고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비피더스균은 인체가 병원체의 공격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몰랐다. 이 연구에는 메타유전체 데이터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두 번째 인간게놈프로젝트인 HMP가 완성될 무렵에는 이런 연구 결과들이 산더미처럼 쌓일 것이다. 그때쯤에는 우리 인간이 ‘초개체’라는 사실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2/논문4.jpg)
[인체 거주 미생물 분포
우리 몸의 부위에 따라 거주하는 미생물의 다양성과 분류학적종의 분포가 다르다. 미생물군집 PCR 분석으로 찾아낸 데이터를 종합했다. 최근 메타유전체 분석 결과가 반영되면 종의 숫자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계(界) 다음의 분류학 단계인 문(門)을 기준으로 박테리아 종을 묶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102/논문5.jpg)
[장 미생물의 생태계가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익균이 들어있는 프로바이오틱 제품이
인기다. 위에서 분해되지 않은 과립에 생균을 넣어 만든 캡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