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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우주 복병-자기폭풍 통신교란 위험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드는 우주플라스마는 인공위성과의 통신을 교란시키는 등 우주환경의 새로운 복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X-선으로 관측한 태양의 모습^밝은 부분은 고온의 플라스마가 자기장에 갇혀있는 코로나이고 어두운 부분은 태양풍의 근원지로 알려진 코로나 구멍이다.


흔히들 우주의 99% 이상이 플라스마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은하내 항성의 운동을 지배하는 중력의 많은 부분이 그 정체를 잘 모르는 암흑물질로부터 기인한다고 믿는다면 이 말은 사실이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가 육안으로, 혹은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대부분의 천체는 플라스마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태양과 밤하늘에 보이는 무수한 별들이 그 예이다.

플라스마란 원자가 이온화된 상태로 유지되어 전자와 이온이 서로 공존하는 집단 또는 그 상태를 말한다. 전자는 음(-)의 전기를, 이온은 양(+)의 전기를 띠고 있으므로 서로 쉽게 결합하여 중성원자가 될 것 같지만, 높은 온도로 인한 전자와 이온의 열운동이 그들의 결합을 방해하거나, 이들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어 결합할 확률이 낮으면 플라스마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태양과 같은 고온의 플라스마가 앞의 예이고, 밀도와 온도가 낮은 성간물질이 후자의 예이다.

자기장을 가진 천체
 

(그림1) 플라스마와 자기장의 상호작용^그림에서 자기장은 경계면의 오른쪽에만 존재하고 자기장의 방향은 지면으로부터 나오는 방향이다. 왼쪽으로부터 플라스마가 자기장에 들어오면 전자는 시계바늘과 반대방향으로, 이온은 시계바늘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 결과 경계면에는 아래로 향하는 전류가 발생한다.


플라스마는 전자와 이온이 서로 떨어져 있는 상태이지만 천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들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깝기 때문에 플라스마 자체를 전기적 중성으로 취급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천체가 플라스마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 같은 보통의 유체를 다루는 방법으로 이들을 기술할 수 있다. 단 자기장이 있을 때는 플라스마의 고유한 특성이 나타나므로 예외가 된다. 이것을 살펴보기 위해 플라스마가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예로 생각해보자.

(그림1)은 플라스마가 자기장이 없는 곳으로부터 자기장이 강한 곳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왼쪽으로부터 자기장에 나란히 들어온 전자와 이온은 자기장에 수직인 면에서 원운동을 하게 되며 회전방향은 서로 반대이다. 따라서 음(-)의 전기를 가진 전자의 운동방향은 그 경계부분에서 위로 향하고 양(+)의 전기를 가진 이온은 밑으로 내려가는 것과 같은 운동을 하게 되며 이 두 운동은 결과적으로 아래로 향하는 전류를 발생시키게 된다. 이러한 전류의 발생은 공기와 같은 중성유체에서는 볼 수 없고 플라스마만이 갖는 고유한 현상이다.

따라서 플라스마 특성이 잘 나타나는 천체는 자기장을 가진 것들이며, 그 대표적인 예로는 표면 자기장의 크기가 약 ${10}^{12}$가우스나 되는 펄사가 있다. 가까이에는 태양 및 태양풍의 영향을 받는 태양계의 지구와 목성이 있다. 여기서는 그 중 관측이 가장 잘되어 있고 다른 천체의 모델 역할을 하는 지구 플라스마와 그에 영향을 미치는 태양풍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태양을 X선으로 관측하면 (사진1)와 같이 밝은 부분과 중앙의 어두운 부분을 볼 수 있다. 밝은 부분은 1백만도 정도의 온도를 가진 고온의 플라스마가 자기장에 의해 갇힌 채 빛을 내는 코로나이며 어두운 곳은 플라스마가 계속 밖으로 분출되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곳이다. 바로 이 어두운 부분이 태양풍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한편 코로나 지역에서도 때때로 플레어 폭발로 말미암아 평소보다 밀도가 높고 속도가 빠른 태양풍이 방출되는데, 이러한 태양풍의 교란은 곧바로 지구 플라스마에 영향을 미친다.

태양풍이라는 거대한 플라스마의 흐름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을 지상에서 모두 관측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1960년대 이후 많은 인공위성과 우주탐사선이 플라스마 관측장비를 싣고 현장 관측을 실시해왔다. 우리에게 목성 토성 등의 상세한 사진을 보내준 보이저라든가 파이오니어 등에도 여러 종류의 플라스마 관측 장비들이 실려 있었으며, 이밖에 지금까지 지구 근처에서 플라스마 관측을 수행해온 위성이 수없이 많다.

이들 관측의 결과로 태양풍과 지구자기장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상세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우리 지구는 (그림2)과 같이 태양풍안에서 시험관 모양으로 생긴 공간의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이 공간은 태양풍을 밀어내고 있는 지구자기장의 효과로 생긴것이며, 이 공간을 지구 자기권이라고 부른다.

(그림2)에서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과 만나는 곳은 지구로부터 태양쪽으로 지구반지름의 약 10배가 되는 지점인데 이곳의 지구 자기장 크기는 약 ${10}^{-3}$가우스이다. 한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태양풍은 플라스마 상태로서 밀도가 약 1/㎤, 온도가 약 1백만도, 자기장의 크기가 약 ${10}^{-5}$ 가우스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속 약 4백㎞의 속도로 계속 지구자기장에 부딪히고 있다. 이러한 태양풍의 압력을 지구 자기장이 막아주고 있는 위치가 바로 시험관 모양의 지구 자기권 경계다.
 

(그림2) 지구 자기권의 모습^태양풍은 지구로부터 지구 반지름의 약 10배 되는 곳에서 지구 자기권과 만난다. 지구 자기권 내에는 플라스마면, 방사선대, 플라스마권, 전리층 등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플라스마 영역들이 존재한다.


자기폭풍을 일으킨다
 

(그림3) 우리별 1호 고에너지 검출기로 관측된 방사선대의 흔적^브라질 남동쪽에 존재하고 있는 고밀도 지역(South Atlantic Anomaly라고함)을 잘 보여준다.


지구자기권이 자기장만 있는 빈 공간은 아니다. 극히 일부이지만 태양풍은 끊임없이 이 자기권 안으로 유입되고 있다. 자기장으로부터 힘을 받지 않는 우주선의 중성자 등은 자기권 깊숙이 들어온 뒤 양성자와 전자로 나누어져 플라스마상태로 지구 자기장에 갇힌 채 존재하게 된다. 또 지구 대기도 태양의 자외선과 X선에 의해 이온화되어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이러한 여러가지 과정에 의해 지구 자기권에는 플라스마면 방사선대 플라스마권 전리층 등 각기 다른 특성을 갖는 플라스마 영역이 존재하게 되며, 이들은 태양활동의 변화에 따라 자기폭풍을 일으키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플라스마면에 존재하는 플라스마들은 그 근원이 태양풍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기권의 중앙에 위치한다. 이 지역은 자기폭풍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서, 태양풍이 특별히 강하게 교란되면 이 플라스마면으로부터 자기력선을 따라 많은 플라스마 입자들이 극지방의 전리층에 다다르게 되며, 여기서 산소 및 질소 원자들을 이온화시켜 아름다운 빛을 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오로라다(사진2).

방사선대는 반알렌대라고도 하며 1958년 익스플로러 1호에 의해 그 존재가 발견되었다. 방사선대는 수백만에서 수억 전자 볼트의 고에너지 양성자와 전자가 존재하는 매우 위험한 지역이며, 브라질 남동쪽 해안 부근에서 지표면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저고도 위성의 경우 이 지역을 지날 때 특히 조심하여야 한다. (그림3)은 1991년에 발사된 1천3백㎞ 고도의 우리별 1호에서 관측된 방사선대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플라스마권과 전리층에는 산소가 많이 이온화된 채 존재하고 있어 태양풍과는 구성 성분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그 근원이 지구 대기인 것으로 생각되며, 자기권 내의 다른 지역보다 극히 낮은 온도를 가지고 있다. 지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전리층은 지상 1백㎞ 정도에 위치하며 그 존재는 1900년대 초부터 알려졌다. 단파 등을 이용한 원거리 통신에 유요한 매체로 사용돼 왔다.

지금까지 설명한 우주 플라스마가 우리에게 과학적 흥미의 대상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통신위성의 이용 등 우주에서의 인간활동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우주의 현장을 이해할 실용적 필요성이 대두되게 되었다. 실례로 1994년 1월20일에는 지구 정지궤도에서 사용되고 있던 통신위성인 인텔샛을 비롯하여 여러 대의 위성이 동시에 고장을 일으켰으며 그 원인은 우주플라스마의 교란이었던 것으로 판명됐다. 이러한 위성의 고장은 일단 발생하면 원상회복이 어려우며 위성 자체의 비용 뿐만 아니라 이 위성을 이용하는 통신 과학 기상 등 분야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다. 따라서 인공위성의 제작과 운용에 있어서 우주환경의 영향은 항상 고려돼야 한다.

우주에서 사용되는 인공위성 등의 부품은 고진공과 급격한 온도변화와 같은 극한 상황은 물론 플라스마라는 가혹한 우주환경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플라스마가 우주 부품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고에너지 입자에 의해 반도체 소자의 상태가 바뀌는 것으로 SEU(Single Event Upset)라고 한다. 우주에서 양성자 등 고에너지 입자가 반도체 부품을 통과할 때 가지고 있던 에너지의 일부를 잃어버리고 전자와 홀(hole)쌍을 생성하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전하는 외부로 흘러나가기도 하지만 일부는 부품 내에 쌓이게 되며, 특히 기억 소자 내에 이 전하가 일정량 이상 모이면 기억 소자의 상태를 바꾸어 위성이 가지고 있던 정보를 손상시키게 된다. SEU는 고에너지 입자의 영향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위성이 방사선대를 지날 때라든가 태양 플레어 등으로 고에너지 양성자가 지구에 유입될 때 많이 발생한다.
 

극지방에서 관측되는 오로라의 모습^이 오로라도 우주 플라스마 현상으로 자기권 플라스마면의 전자가 자기장을 따라 극지방 전리층에 도달하여 산소 질소 등을 이온화시킬 때 발생한다(사진2).


통신위성 고장의 원인

플라스마가 우주 부품에 미치는 또 다른 영향은 위성체의 대전현상이다. 플라스마 내에서 전자의 속도는 일반적으로 이온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위성체와 충돌할 확률도 전자가 이온보다 더 높으며 이 전자들이 위성체 부품에 쌓이게 되면 위성체는 점차 음(-)으로 대전되게 된다. 위성의 구조와 모양에 따라 위성체 각 부분에 쌓이는 전하의 양이 다르므로 같은 위성체 내에서도 각 부분의 전압이 다를 수 있다. 위성체 내에서의 전위차가 심한 경우 수만 V까지 기록된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거대한 전압차로 인해 위성체 내에서 방전이 일어나게 되면 위성체의 부품은 상당한 손상을 입게 된다. 이러한 위성체 대전현상은 방송통신위성 같은 정지궤도 위성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우주 플라스마 환경은 위성체의 운영에 어려움을 더하기 때문에 설계시부터 위성체가 위치하게 될 우주 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위성을 사용하는 중에도 우주 환경과 위성 상태를 계속 감시하면서 위성체를 보호하여야 한다. 미국의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내에 있는 SESC(Space Environment Services Center)에서는 지상 관측 및 위성 관측을 통하여 태양 활동과 우주 플라스마 환경을 계속 감시하고 있다. 이를 종합 분석하여 기상예보처럼 우주환경예보를 하고 있고, 일본 프랑스 등도 자체적으로 우주 환경에 대한 감시와 예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규모이기는 하나 우리별 1, 2호 등을 운용하는 지난 몇년간 우주환경의 교란으로 인한 통신의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여러번 있다. 더욱 올해에는 우리 소유의 첫번째 통신위성인 무궁화 위성을 이용한 우주 통신이 시작되는 만큼 우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를 감시하기 위한 기초적인 준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1998년 발사를 목표로 설계중인 다목적 실용위성에도 탑재물로서 우주환경 관측 장비가 고려되는 등 우주 플라스마는 점차 우리에게 친숙한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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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민경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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