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정보나 의사 전달방법은 말이다. 그러나 언어가 다르거나 주변이 시끄러울 경우 말로는 의사소통이 어렵게 된다. 그래서 인류는 ‘말’ 대신 정보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게 됐다. 바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시각적 정보 그림(graphic )이다.
이미 우리는 일상에서 그림기호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어떤 의미로 우리는 표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각종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의 조작표시, 의복의 세탁방식에 대한 표지, 상자의 취급방법, 건물이나 사무실내의 각종 시설물 표시, 지도 표시, 도로, 역, 공항 등에서 쉽게 눈에 띄는 공공 시설의 표시 등이 그러하다.
무분별한 사용
이제까지의 경험이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문자만 가지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심벌을 가지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효과적인 정보의 전달은 우리들의 일상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해준다. 불이 났을때는 비상구의 위치를 얼른 찾을 수 있어야 하며, 고속도로나 터널 입구에서 차가 속도를 급히 줄일 때 후방 충돌을 막기 위해서 비상등 버튼을 얼른 찾아 뒤쪽의 차량에 신호를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수많은 정보들이 우리들의 감각기관을 통해 정확하게 인식되고 지각될 때 우리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빠른 시간내에 제대로 해낼 수 있다.
물론 전달하려는 의미와 심벌 사이에 자연스러운 대응관계(물리적인 유사성이나 문화적인 표준을 잘 살린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정보 전달이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즉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심벌들은 의미의 전달을 쉽게 해주기 보다는 오히려 시각적인 잡음(visual noise)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에서 배터리의 충전상태를 나타내는 세가지 서로 다른 심벌에 대한 인지도나 판독시간은 차이가 있다. 국제표준기구인 ISO에서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심벌에 대한 국제표준을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의 2천5백명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인지도와 판독시간을 조사한 결과 A안을 국제표준으로 결정하게 됐다.
합리적인 설계과정
이렇게 기능적으로 만족할만한 아이콘을 만들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설계과정과 과학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미시간대학교의 폴 그린(P. Green)교수는 새로운 심벌개발을 위한 2단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단계는 개개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스케치하도록 하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기능을 회화적으로만 표현토록 한다. 회화적인 표현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의미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할 것, 이미 존재하는 것들과 차별화 되도록 할 것, 단순 명료할 것 등이다.
2단계는 인지심리학적인 평가단계이다. 도출된 여러 가지 심벌들을 의미 전달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비슷한 것들끼리 군집화해 대표안을 선정한다.
그런데 심벌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차적으로는 눈에 잘 띄어야 한다. 다양한 시각조건하에서도 잘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콘이 사용되는 다양한 환경을 고려한 인간공학적인 평가 또한 필요하다. (그림1)는 비상구(EXIT)를 표시하는 다양한 심벌들이다. 조명효과, 연기가 있을 때의 가시성, 주관적 선호도, 판독성 및 디자인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가장 적당한 아이콘이 결정된다.
오디콘도 필요
국가간의 무역이 활발해짐에 따라 국제적으로 심벌, 아이콘들에 대한 표준안을 만들 필요가 대두 됐다. 국제표준기구인 ISO에서는 심벌분야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도 그래픽 심벌과 관련된 다양한 표준을 다루고 있다.
90년대 들어 누구든지 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의 사용환경이 변화됐다. 마우스로 아이콘들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윈도 같은 그림운영체제가 대표적이다. 또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 등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에서 명령어 대신 메뉴와 더불어 아이콘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하이퍼텍스트(hypertext)형의 웹페이지를 이동(navigate)할 때 아이콘을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그러나 각종 소프트웨어나 웹페이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이콘의 디자인이 아이콘의 기능적인 평가과정은 생략된 채 미적인 부분만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들을 불편하게 한다.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인 한글 3.0b와 워드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이콘은 동일한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은 전혀 다르다.
특히 웹페이지에 사용되는 다양한 아이콘들이 사용자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행동 유도성(affordance)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즉 아이콘이 작동되는 것인지를 빨리 알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며 버튼이 눌려질 때 동적으로 아이콘이 변화된다든지 또는 음향궤환(sound feedback)이 있어, 보다 명쾌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아이콘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즉 다양한 음향으로 정보전달을 돕는 오디콘(audicon)의 채용은 보다 정확한 정보의 전달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멀티미디어의 보급으로 아이콘은 보편화되며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아이콘 역시 심벌로서의 지적소유권 문제가 제기될 것이며 국제적인 표준화 또한 급진전될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된 아이콘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아이콘의 평가과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아이콘을 만드는 비결-조합의 묘미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다 보면 각 기능에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아이콘을 만날 수 있다. 아이콘은 간결한 모양과 함께 사용자에게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만들기가 어렵다. 다양하고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아이콘은 나름대로 탄생의 법칙을 갖고 있다.
일단 프로그램, 내용, 형식을 나타내는 기본 아이콘들을 만들어 놓는다. 그런 다음 필요한 사항에 따라 아이콘들을 조합시키면 특정한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저장하는지 한눈에 알수 있다.
엑셀 프로그램에서 도표를 그리는 기능을 나타내는 아이콘을 예로 들어보자. 도표를 나타내는 아이콘과 엑섹프로그램을 나타내는 아이콘을 도큐먼트로 저장함을 알리는 아이콘 안에 심으면 된다. 여기서 엑셀 프로그램을 나타내는 아이콘을 워드프로그램을 나타내는 아이콘으로 대치하면 또 다른 의미의 아이콘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