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최근 대학별 입시 제도가 다양해지면서 수석합격자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스펙’도 다양해졌다. 과학동아는 대학 입학본부의 지원을 받아 수석합격자에 부합하는 학생을 만나, 중·고등학교 시절 학업 방법을 듣고 이를 통해 대학 합격 비결을 분석했다. 과학동아는 POSTECH 입학처의 도움을 받아 학교의 인재상에 가장 부합하는 학생으로 생명과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장서현 씨를 추천 받았다. 장 씨는 2017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앉아서 공부 안 돼 질문노트 만들어
“너무 뻔한 대답일 수 있지만, 저는 수업 시간에는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했어요.”
POSTECH 생명과학과 17학번 장서현씨가 꼽은 학습 비결이다. 수업 시간 외에는 학업 이외에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많이 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해서 작은 부품을 조립하거나 십자수를 놓고 피아노를 치는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겼다. 덕분에 크게 학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등학교 1~3학년 동안 성적 변화도 크게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주중에 5일 내내 공부하고 주말에는 학원에 가고 하더라고요. 아니면 평소엔 공부하지 않다가 시험 기간에 밤을 새워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았죠. 하지만 저는 12시에는 무조건 자고 6시 반에는 일어났어요. 잠은 가능한 규칙적으로 잤죠. 그리고 수업 시간에 집중했고요. 하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했어요.”
장 씨는 가만히 앉아서 문제를 풀거나 동영상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는 공부가 잘 되지 않았다. 문제를 푸는 속도도 무척 느린 편이었다. 그래서 공부할 때는 복도에 나가서 공부할 내용을 혼자 떠들면서 하거나 친구에게 설명하면서 했다.
“특히 말하면서 공부하는 걸 좋아했는데, 수업 시간에도 계속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들이 떠오르곤 했어요. 하지만 저 혼자 하는 수업이 아니니까 하고 싶은 질문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질문노트를 만들어서 수업 시간에 떠오른 생각들을 모두 노트에 적었어요.”
장 씨는 수업이 끝난 뒤 질문노트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을 따로 찾아보거나 그래도 모르겠으면 선생님께 질문해서 다시 정리했다.
특히 생명과학을 좋아했던 장 씨는 큰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서 본인만의 방법으로 정리하며 공부했다.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과 딱 맞는 공부방법이었다. 생명과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하면서부터였다.
“초등학교 때 방과후학교에서 지시약으로 과학 실험을 했는데, 손으로 섬세하게 만지고 조작하는 실험 자체도 재미있었고 결과가 다양하게 나온다는 점에서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자라면서 생명과학이 우리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전공적합성면접은 과학동아로 도움 받아
고등학교 내내 작성한 질문노트는 입시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됐다. 질문노트 자체가 고등학교 생활 동안 본인이 무엇을 했는지, 그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록한 포트폴리오가 된 것이다.
“자기소개서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느꼈는지 적는 것이 아주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기록으로 남겨 놓지 않으면 막상 자기소개서를 쓸 때 뭘 써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질문노트에는 언제, 어떤 과목에서 혹은 어떤 활동을 할 때 무엇을 했고, 당시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까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정말 유용했습니다. 너무 쓸 말이 많아서 자기소개서 분량을 오히려 줄여야 할 정도였답니다.”
장 씨는 성적보다는 자기소개서가 합격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POSTECH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의 성적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활동과 생각이 당락을 좌우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면접을 볼 때도 자신의 질문노트가 큰 도움이 됐다. 교수들이 스스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제가 면접을 볼 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고등학교 때 활동에 대해 묻는 잠재력 평가면접과 전공적합성 면접이 있었어요. 잠재력 평가에서는 교수님들께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확인하는 느낌이었어요. 이 때 질문노트가 도움이 됐습니다.”
장 씨는 “전공적합성면접에서는 과학동아가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2017학년도 입학 당시 POSTECH은 수험생이 지원 학과를 미리 정하도록 했다. 장 씨는 생명과학과를 지원했고, 전공적합성면접에서 질병에 대한 내용이 주어졌고, 어떻게 하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지 물었다.
장 씨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치료 방법을 설명했다. 그러자 교수가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내용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고, 장 씨는 과학동아에서 본 내용이라고 답했다고.
“실제로 면접 때 과학동아에서 본 내용을 토대로 답했다는 사실을 교수님들이 높게 평가해 주셨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는 물론 지금도 쉬는 시간에 과학동아를 자주 읽어요. 과학동아는 어렵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선후배 SMP로 대학 생활 도움 받아
장 씨는 POSTECH에서의 1년이 고3 때보다 더 바쁘고 힘들었다고 한다. 뛰어난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초반에는 생각한 것보다 성적이 안 나와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학부생이 한 학년에 300명 정도로 소규모여서 동기와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선배가 후배 3~4명을 대상으로 기초 필수 과목이나 학과별 전공 수업을 도와주는 SMP(Student Mentoring Program)가 아주 유용했어요. 쉽게 말하면 선배가 후배들을 ‘과외’시켜주는 셈인데, 공부뿐만 아니라 낯선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POSTECH에 진학한 뒤 가장 달라진 부분을 묻자 그는 “생명과학에 접근하는 시각이 더 넓고 깊어졌다”고 답했다. 특히 ‘생명아너클래스’라는 수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생명아너클래스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진행하는 수업이다. 가령 ‘인공지능(AI)은 생명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논문을 찾고 토론을 하며 수업이 진행된다. 장 씨는 이 수업을 통해 생명의 정의와 근원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장 씨는 일반고를 졸업했다. 그는 “POSTECH은 다른 이공계 특성화 대학과 달리 일반고에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라며 “일반고 재학생들이 주저 하지 말고 POSTECH에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