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재능과 열정을 가진 이공계 글로벌 리더’.
POSTECH이 추구하는 인재상이다. POSTECH은 이런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입학전형에서 학생들의 이공계 소양과 논리적 사고력, 창의력과 같은 잠재력을 평가한다. 어떻게 해야 이런 능력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김상욱 POSTECH 입학학생처장(생명과학과 교수)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2단계 면접이 결정적
POSTECH은 2018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일반전형 300명 비롯해 창의IT전형 20명, 고른기회와 재외국민 및 외국인 전형 11명 등 총 336명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했다. 총 2433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7.24대 1로 집계됐다. POSTECH은 2010학년도부터 신입생 전원을 수시모집으로만 선발하고 있다.
김 입학학생처장은 “2018학년도 지원자 2400여 명 중 2100명은 기본적으로 학업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었다”며 “학업 역량이 일정 수준을 만족하면 성적으로는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락을 좌우하는 제1 요인이 학업 성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POSTECH은 1단계 서류평가에서 교사가 작성한 학생부 항목과 교사추천서 그리고 학생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평가한다. 이를 통해 모집 인원의 3배수 내외를 선발한다.
김 입학학생처장은 “1단계 서류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2단계 면접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1단계 평가 점수가 2단계 면접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종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2단계 면접이라고 할 수 있다.
밀웜이 궁금해 실험했던 학생이 가장 인상적
2018학년도 POSTECH 일반전형 면접은 2가지로 진행됐다. 주어진 문제를 읽고 20분 동안 준비를 한 뒤 답하는 ‘사고력 면접’과, 고등학교 생활에 초점을 맞춰 질문하는 ‘잠재력 면접’이다. 면접관 2명이 학생 1명을 평가하며 면접에 소요되는 시간은 총 20여 분 이다.
사고력 면접 문제는 수학이나 과학적 지식을 묻지 않는다. 말 그대로 과학적 사고력을 평가한다. 예를 들면 어떤 실험에 대한 상황과 결과를 제시한 뒤 학생에게 왜 이런 실험을 한 것인지, 스스로 실험을 한다면 실험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실험 결과는 왜 이렇게 나왔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것이다. 기계를 제시하고 작동 원리와 문제점 해결을 물을 수도 있다.
김 입학학생처장은 “제시되는 문제 자체는 읽으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답이 하나로 정해져있지 않고 지원자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는 개방형 문제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과학을 공부할 때 결과에만 치중하기 쉬운데, 과학자가 왜 이런 발견을 하려고 했는지, 왜 그런 실험을 했는지, 어떻게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고안한 방식이다.
김 입학처장은 “평소에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많이 던져본 학생이라면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POSTECH이 추구하는 인재”라고 강조했다.
잠재력 면접에서는 주로 고등학교 때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 묻는다. 주로 학생부와 교사추천서,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던진다. 학생 연구 활동인 R&E(Research &Education)나 과학 동아리 활동이 특별히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학교나 지도교사에 따라 활동의 내용과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입학학생처장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다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위해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했는지를 주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가 면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수험생으로 꼽은 경우는 R&E나 동아리 활동을 훌륭하게 수행한 학생이 아니다. 반려동물의 먹이로 밀웜을 키우다가 밀웜마다 왜 크기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서 밀웜을 크기별로 나누거나 먹이와 환경을 달리하는 실험을 해 본 학생이었다. 면접관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신이 나서 술술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무학과로 전환, 원하는 학과 100% 선택
POSTECH은 2018학년도부터 모든 신입생을 학과 구분이 없는 ‘무학과’로 선발했다. 단, 정부 지원으로 설립된 창의융합IT공학과 20명은 별도로 선발한다.
타교의 무학과 선발과 다른 점은 학생이 원하는 학과로 100% 진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학생이 원하는 학과로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공별 정원 제도를 없애 특정 학과에 몰려도 모두 수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또 지원자가 없는 경우에도 학과를 폐지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세웠다.
김 입학학생처장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면서 학부생을 300명 내외로 선발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이를 통해 학과별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모든 변화는 학생들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POSTECH은 학생 1인당 연간 교육 투자비가 8400여 만 원으로 높은 편이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도 3.4명밖에 되지 않아 소수정예 교육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성적이 B0 이상이면 지급하는 전액 장학금이나, 학생 수용능력이 학생 수보다 더 많은 기숙사 등 학생들이 공부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을 갖췄다.
김 입학학생처장은 “POSTECH은 학부생을 300여 명 선발하고 대학원생은 그 두 배인 600여 명을 선발한다”며 “하고 싶은 연구를 오랫동안 마음껏 지속해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수험생들이 많이 지원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