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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보리(맥아), 물, 효모, 홉 등 4가지로 만든다. 특히 보리는 맥주의 가장 중요한 원료라고 할 수 있다. 맥주 양조는 원료인 맥아를 빻아 물과 혼합한 뒤 적당한 온도로 당화시켜 끓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여과한 뒤, 홉을 첨가하고 효모로 발효시킨다. 대부분의 로컬 맥주가 보리 주산단지를 중심으로 번성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맥아 외에 백미, 옥수수 등을 부가적으로 사용해도 맥아 함량이 10% 이상이면 맥주로 표기한다. 그러나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는 맥아 외에 다른 곡물이 사용됐을 경우 맥주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맥아 함량이 67.7% 이상일 때 맥주라고 칭한다.

 

품종마다 아밀레이스 양 제각각
맥주에 쓰이는 보리는 두줄 겉보리다. 두줄 보리는 낟알이 크고 발아율이 좋다. 여섯줄 보리 종에 비해 전분(녹말) 함량이 높고 맛에 나쁜 영향을 주는 단백질의 함량도 낮다. 도정이 잘 되는 보리를 겉보리, 힘든 보리를 쌀보리로 구분한다.

 

맥아는 두줄 겉보리의 싹을 틔운 것을 일컫는다. 싹을 틔우는 이유는 효소 때문이다. 도정하지 않은 보리는 발아할 때 필요한 영양분인 당분을 얻기 위해 녹말을 당으로 가수분해시키는 아밀레이스(amylase) 효소를 만들어낸다. 아밀레이스는 녹말을 엿당(맥아당)으로 분해한다. 여기에 효모를 섞으면 엿당이 분해되며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즉 아밀레이스는 효모가 곡물을 발효시키기 좋게 자르는 역할을 한다.

 

주원료인 보리와 홉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맥주가 만들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품종에 따라 맛뿐만 아니라 생성되는 아밀레이스의 양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제주산 맥주 ‘제스피’에 쓰인 백호보리다. 농촌진흥청이 2008년 육성한 백호보리는 쌉쌀한 보리맛이 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맥아 품질 특성(효소력가, 발아율)이 뛰어나다. 또 제주 지역에 적응성이 우수하고 흰가루병과 바이러스 등에 저항성이 높아 맥주보리로 인기가 많다. 수확량도 1헥타르(ha)기준 6.7t(톤)으로 다른 국산 보리보다 17% 가량 많다.

 

박종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연구사는 “같은 품종의 맥주 보리라도 키우는 환경에 따라 맥주 제조에 중요한 특성들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최근 수제맥주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 많은데, 품질좋은 맥주 보리를 환경에 맞게 키워서만 사용해도 기존에는 없던 색다른 맛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보리는 백호보리 외에도 호품, 광맥, 다이안, 이맥, 흑호 등 다양하다. 이중 광맥보리는 추위에 강하다. 맥주보리는 보통 추위에 약해서 주로 전남, 경남, 제주 지역에서 재배되는데 광맥보리는 강원도 철원에서도 자란다. 전북 전주에는 이런 광맥보리를 재배해 만든 수제맥주가 있다. 박 연구사는 “재배법을 개선하면 국내 농가에서도 충분히 다양한 맥아를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리 표준 게놈지도 완성

보리의 품종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닐스 스타인 독일 라이프니츠 식물유전학작물연구소(IPK) 교수팀을 비롯한 국제보리염기서열분석컨소시엄(IBSC)이 올해 4월 여섯줄 보리의 게놈을 해독해 표준 게놈지도를 완성한 뒤,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기 때문이다(doi:10.1038/nature22043).

 

보리는 전세계 주요 곡물 중 하나다. 그럼에도 그 게놈이 비교적 늦게 밝혀진 이유는 해독이 까다로워서다. 게놈의 크기가 인간 게놈의 두 배에 달할 만큼 크고, 게놈의 80%는 복잡하게 반복돼 있다. 이것을 한꺼번에 시퀀싱(염기서열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제 공동 연구팀은 ‘샷건 시퀀싱(shotgun sequen cing)’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염기서열을 작은 DNA로 절단하고, 이것을 컴퓨터에 입력해 재조합한 것이다. 마누엘 스파나글 독일환경보건연구센터 박사는 “양조 과정에 특히 중요한 아밀레이스 효소처럼, 농업 및 산업적으로 중요한 유전자 군을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팀은 보리에서 아밀레이스 효소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 68개를 찾아, 밀이나 쌀에 있는 아밀레이스 유전자와의 연관도를 그려냈다. 한편 이번연구는 맛과 영양이 높거나 추운 환경에 잘 견디는 새로운 보리 품종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이를 위해 국제 공동 연구팀은 대표적인 보리 품종 96종의 염색체를 분석해 보리의 유전형 다양성을 밝혔다.

 

최도일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어떤 유전자 요인에 의해 품종별로 특성이 달라지는지 비교분석할 수 있게 됐다”며 “특성과 염색체를 잘 아는 품종끼리 교배해 원하는 특성, 염색체를 가진 품종을 육종하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만약 표준 게놈 지도가 없다면 각 품종을 일일이 교배시키고 장기간 재배해 특성을 확인했을 것이다. 최 교수는 “보리뿐만 아니라 고추, 감자, 토마토 등 90가지가 넘는 식물 게놈의 해독이 완료돼 언제든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며 “준비된 빅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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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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