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주도 되지 않은 갓난아기를 안고 부모들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아이에게 어떤 BCG 백신을 맞힐 것인가. 결핵을 예방하는 BCG 백신은 피내용과 경피용 두 가지가 있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피내용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경피용은 병원에서 7만~8만 원을 지불하고 맞아야 한다. 그런데 당분간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량 수입해 사용해 왔던 피내용 BCG 백신의 공급 부족으로 앞으로 약 2개월 동안 경피용 BCG 백신만 접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15일까지 경피용 BCG 백신만 가능
질병관리본부는 피내용 BCG 백신의 공급 부족으로 2018년 1월 15일까지 생후 59개월 이하 유아의 경피용 BCG 백신접종을 무료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피내용 BCG백신만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정돼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었다.
이번에 시행되는 경피용 BCG 백신 무료 접종은 관할 보건소와 지정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으며,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지정의료기관은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c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의 의료기관에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피내용 BCG 백신 부족의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는 그간 덴마크와 일본으로부터 피내용 BCG 백신을 전량 수입해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덴마크 현지 공장이 시설 점검에 들어가면서 공급이 중단됐다. 일본산 백신은 현지 생산량 감소와 국제기구를 통한 개발도상국 우선 납품의 이유로 공급이 끊겼다.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과장은 “2018년 상반기부터 덴마크산 피내용 BCG 백신이 공급될 계획”이라며 “피내용 BCG 백신의 추가 확보가 결정되면 신속히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CG 백신 언제, 왜 맞나
BCG 백신 접종은 결핵성 수막염, 좁쌀결핵 등 중증 결핵을 예방한다. 결핵균에 감염되기 전에 접종해야 예방효과가 있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출생 뒤 가능하면 빨리 BCG 백신을 접종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접종 금기사항이 없는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생후 4주 이내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접종 금기사항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및 선천 면역결핍, 백혈병, 림프종, 기타 악성종양 환자나 스테로이드나 알킬화제, 항대사물질, 방사선 치료 중인 환자, 심한 피부 질환 또는 화상 환자 등이 포함된다.
생후 3개월이 지난 뒤에도 BCG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결핵피부반응검사(TST·Tuberculin Skin Test)를 통해 결핵균 감염 여부를 확인한 뒤, 음성(결핵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나올 경우 접종이 가능하다. TST는 결핵균 진단시약(PPD)을 피부에 주사한 뒤 48~72시간에 피부반응을 판독하는 검사다. TST 검사에서 피부에 특정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야 음성으로 인정된다.
피내용과 경피용, 안전성과 효과 같아
피내용 BCG는 일반주사기로 백신 0.05mL를 피부의 표피 아래층, 진피에 주사하기 때문에 접종 직후 1개의 볼록한 흔적이 남는다. 생후 4주내 유아에게 접종할 경우 1.2mm로 얇은 진피에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경피용은 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9개의 바늘이 달린 주사 도구를 이용해 두 번에 걸쳐 강하게 눌러 접종한다. 그래서 접종 직후 18개의 작은 자국이 남는다.
피내용 BCG 백신은 정확한 양을 주사할 수 있으며, WHO에서 추천하고 있다. 반면 경피용 BCG 백신은 흉터가 적게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의 효과에서는 피내용과 경피용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종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보건복지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는 “피내용과 경피용의 결핵 예방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는 둘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며 “흉터의 크기도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서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의 피부에 따라 흉터 크기가 결정되는 것이지, 접종 방법은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 반응이 생길 경우에는 보상도 받을 수 있다. 피내용과 경피용 모두 이상 반응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이 30만원이 넘을 때에는 신고를 하면 심의를 거쳐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신고 기관이 다르다. 피내용의 경우 보건소와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에서 국가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경피용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karp.drugsafe.or.kr)으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신청하면 된다. 단, 경피용 BCG 백신 무료 접종 실시기간 동안에는 경피용도 국가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