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에서 불꽃놀이를 할 때 사용하는 타상연화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온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타상연화를 만드는 것부터 불꽃을 터뜨리는 것까지 전 과정을 가상으로 재구성했다.
쾅쾅…파밧파밧파밧…. 일정한 리듬으로 우레 같은 소리가 깜깜한 한강을 환하게 비춘다. 크루즈 위에서 하늘 가득 다양한 불꽃이 가득 찼다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니 무더위가 싹 가신다. 불꽃놀이를 감상하던 기자에게 별안간 놀라운 영감이 떠올랐다!
‘과학동아 31주년 파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이벤트를 할까 고심하던 중,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에 갔다. 화려한 불꽃을 보니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는 편집부 가족들이 모여 깜깜한 밤하늘에 커다란 불꽃으로 기념하기로 했다. 여름마다 해변에서 소형 폭죽을 여러 번 터뜨려 봤지만, 이번 미션은 하늘 높이 거대한 불꽃을 터뜨리는 것. 그리고 특별한 날을 기념하려면 어떤 모양의 불꽃을 만들어야 할지도 고민이다!
커다란 불꽃일수록 높이 띄워야 해
불꽃놀이를 기획하려면 먼저 불꽃놀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원리를 알아야 한다. 직접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불꽃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숯 냄새와 비슷하면서도 종이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난다. 화약이 터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불꽃을 터뜨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문업체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대포알이 크기별로 놓여 있었다. 이 ‘타상연화’가 클수록 커다란 불꽃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알이 클수록 하늘 높이 띄워야 한다. 지름 9cm 정도인 타상연화는 120m 상공까지 솟구쳐 지름 30m짜리 불꽃을 만든다. 지름이 90cm 정도인 타상연화는 600m 상공까지 솟구쳐 지름 275m짜리 불꽃을 터뜨린다. 기자는 지름이 약 140m쯤 되는 불꽃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름이 약 23.5cm인 타상연화를 만들어 280m 높이까지 쏴 올려야 한다.
불꽃놀이는 실제로 하늘을 향해 대포를 쏘는 일과 비슷하다. 커다란 수박 같은 타상연화를 하늘 높이 발사한 다음, 공중에서 터뜨린다. 대포알 하나에서 어떻게 갖가지 모양과 색깔을 띤 불꽃이 나올 수 있는걸까. 그 비밀은 타상연화 안에 박혀 있었다. 타상연화에는 할화약과, 토끼 똥처럼 생긴 작은 ‘별’들이 들어 있다.
발사대에서 타상연화를 띄우고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할화약이 폭발한다. 할화약의 주성분인 흑색 화약은 질산칼륨과 숯, 황을 75:15:10의 비율로 섞어서 만든다. 숯과 황은 연료, 질산칼륨은 산화제 역할을 한다. 이 세 가지가 서로 반응하면서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질소 같은 기체가 고압 상태로 발생한다. 그 결과 할화약이 터지면서, 주변에 박혀 있던 별들이 여기저기로 퍼진다. 이 별들이 형형색색 다양한 불꽃을 만든다. 불꽃놀이가 터지며 만드는 점 하나 하나가 각 별이 터진 결과다.
하늘에 여러 패턴 그리는 불꽃 디자인
예전에는 불꽃이 단순하게 꽃다발 모양으로 터지는 경우가 전부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불꽃다발 하나에도 색깔이 두 개 이상으로 화려하거나, 하트나 스마일처럼 특별한 모양으로 터진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패턴으로 불꽃놀이를 하기 위해 불꽃을 디자인한다. 타상연화 안에 원하는 색깔을 띠는 별을 특정한 패턴으로 배열해 불꽃의 색깔과 모양, 터지는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오늘 밤에는 과학동아 31주년을 기념하는 불꽃을 터뜨릴 계획이니, 타상연화에 별들을 31 모양대로 박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이것이 과연 공중에서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31자 모양대로 불꽃을 그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폭약이 터지는 하늘은 3차원이지만,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하늘은 2차원 도화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별들을 스마일 모양으로 박은 다음, 타상연화를 발사했다고 가정하자. 땅에서 보면 오히려 잔뜩 찡그린 표정이 나타날 수 있다. 즉, 미소를 띤 스마일을 하늘에 터뜨리고 싶다면 별들을 전혀 다른 모양으로 배열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모양이 땅에서 볼 때 가장 원하는 모양과 가깝게 터지는지 미리 알아보기 위해 매번 연화를 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복잡한 패턴이나 리듬을 맞춰야 하는 불꽃놀이는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발사 과정이 디지털화된 최근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면서 이런 한계점을 해결했다. 할화약의 양과 별의 개수, 패턴을 입력하면 불꽃이 어느 정도 높이에서 어떤 모양과 크기로 터질지 수리모델로 계산할 수 있다. 미리 타상연화를 소비하지 않고도 불꽃이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다.
불꽃 색깔 다른 이유
별에 있는 화약이 터질 때 각각 색깔이 다른 불꽃이 생기는 이유는 화약에 든
금속 성분때문이다. 만약 금속이 스트론튬(Sr)이면 빨간색, 리튬(Li)이면 분홍색,
나트륨(Na)이면 노란색, 칼슘(Ca)이면 오렌지색, 바륨(Ba)은 초록색, 구리(Cu)이면
파란색을 띤다. 두 가지 금속을 섞으면, 물감 두 가지를 섞었을 때와 같은 색깔이
나온다. 만약 스트론튬과 구리를 함께 넣으면 보라색 불꽃이 터진다.
이뿐만 아니라 폭죽을 발사하는 방식도 디지털화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타상연화에 점화 명령을 내리면 백금선에 전류가 흐르면서 저항이 높아지고 열이 발생한다. 이 열 때문에 도화선에 불이 붙으면서 화약이 터진다. 타상연화에 타이머를 맞추고 자동 발사시키면 시뮬레이션했던 것과 거의 똑같은 순간에 폭죽을 터뜨릴 수 있다. 100분의 1초 간격으로 불꽃을 연달아 퍼뜨릴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 분수 물줄기가 움직이는 모양이나, 음악의 리듬에 맞춰 불꽃을 팡팡 터뜨릴 수 있는 비결이다. 음악을 재생시키면 자동으로 컴퓨터 발사기에 전기신호를 보내 미리 타이머를 맞춰둔 대로 불꽃을 발사시킨다. 그러니까 31이 동시에 나타나게 하는 대신에, 3이 나타났다가 1이 연달아 나타나는 방식으로도 불꽃놀이를 할 수 있다.
화려한 불꽃 색깔의 비밀은 금속염
“잠깐만요! 31에서 3은 빨간색으로 1은 초록색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저희 회사 로고 색깔이거든요. 그리고 31이 사라진 뒤에 파란 불꽃을 크게 터뜨려 마무리하면 좋겠어요!”
팔레트에서 물감을 고르듯이 불꽃의 색깔을 결정할 수 있을까. 별도 화약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구성성분은 할화약과 비슷하다. 그런데 별이 터질 때 색깔을 띠는 결정적인 이유는 금속과 비금속 원자가 서로 이온결합된 화합물인 염이 들어 있어서다.
별에 있는 화약이 터질 때 연소반응으로 열이 방출되면 금속 원자가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원자를 이루고 있던 전자가 높은 에너지 궤도로 올라간다.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들뜬 전자는 원래대로 안정적인 바닥상태로 빠르게 돌아가려고 한다. 이때 흡수했던 에너지를 가시광선 파장의 빛으로 방출한다.
원자마다 이 흡수 에너지량이 다르기 때문에 색깔이 각각 다르게 보인다. 예를 들어 타상연화에 들어있는 금속이 스트론튬(Sr)이면 빨간색, 리튬(Li)이면 분홍색, 나트륨(Na)이면 노란색, 칼슘(Ca)이면 오렌지색, 바륨(Ba)은 초록색, 구리(Cu)이면 파란색을 띤다. 마그네슘(Mg)이나 알루미늄(Al), 티타늄(Ti)을 태우면 하얀색 불꽃이 만들어진다. 재미있게도 두 가지 금속을 섞으면, 물감 두 가지를 섞었을 때와 같은 색깔이 나온다. 빨간색을 띠는 스트론튬과 파란색을 띠는 구리를 함께 넣어 터뜨리면 보라색 불꽃이 나타난다.
하지만 금속에서 불꽃을 내는 화학반응은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위험하다. 특히 구리가 들어 있는 화합물은 고온에서 매우 불안정하다. 그래서 파란색이나 보라색 불꽃을 내는 화약을 제작하기가 가장 어렵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별을 어떻게 배열하면 하늘에서 터뜨렸을 때 31이라는 숫자가 뚜렷하게 보일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했다. 그 모양대로 할화약 주변에 스트론튬과 바륨이 각각 들어 있는 별들을 배열했다. 그리고 주변을 다시 파란색을 띠는 별들로 둘렀다.
완성된 타상연화는 과연 기자가 원하는 모양대로 불꽃을 터뜨려줄까.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하늘을 보니 가슴이 콩닥거린다. 잠시 뒤 깜깜한 밤이 오면 편집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타상연화가 부푼 기대를 안고 하늘 끝까지 솟구칠 것이다. 그리고 크기가 140m나 되는 31이라는 숫자를 터뜨리면서 축하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