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진드기에 물려서 걸리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 고양이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된 첫 사례가 일본에서 보고됐습니다. 일본 보건 당국은 지난해 길고양이에게 손을 물린 50대 여성이 열흘 만에 SFTS증상으로 사망했다고 7월 25일 밝혔습니다. 과연 길고양이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무시무시한 매개일까요?
길고양이는 확실히 공범인가?
이번 사건에 전세계가 떠들썩한 이유는 포유류인 동물과 사람 간 전파 사례로는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2년 전 SFTS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감염된 사례는 있었지만, 동물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었습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사망한 여성에게 진드기에 물린 흔적이 없었고, 야생 고양이가 SFTS 증상을 보인 것으로 미뤄 고양이를 진드기와 ‘공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께름칙한 부분도 있습니다. 동물이 사람에게 SFTS를 전파하는 일이 극히 드문데다, 고양이 몸속의 바이러스와 사망한 여성의 바이러스가 동일한 계통인지에 대한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8월 17일 기준). 전파 여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동물실험 시설의 최상위 단계인 3등급 동물실험 시설(ABL3)에서 숙주(감염된 고양이)의 몸에 바이러스 농도가 어느 정도로 유지되는지, 바이러스가 실제로 체액이나 비말 등으로 전달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길고양이는 다 위험한가?
채준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팀이 서울 시내에서 포획한 길고양이 126마리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17.5%인 22마리에서 SFTS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검출된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일본과 중국에서 유행하는 SFTS의 유전자와 같았습니다(doi:10.1016/j.ttbdis.2016.08.005).
물론 실험한 표본이 충분히 많지 않고,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SFTS를 옮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조사가 진드기가 살 수 있는 풀밭이 적은, 도심 환경에서 진행됐다는 사실은 기억해 둬야 할 것입니다.
임신부는 길고양이를 만지면 안 된다?
이번 사고로 SFTS가 화제지만, 사실 길고양이 하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문제는 기생충인 톡소포자충입니다. 대한기생충학회에 따르면 길고양이의 15~45%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있다고 하죠. 톡소포자충은 고양이의 배설물을 통해 외부로 퍼집니다. 심각한 경우 대식세포나 수지상세포를 이용해 사람의 뇌까지 침투합니다, 임신부가 감염되면 신생아에게 뇌수종, 뇌염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만지는 것만으로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이 2014년 서울과 인근에 거주하는 톡소포자충 감염 고위험군 673명을 조사한 결과, 감염률은 접촉 유무보다는 빈도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대변을 치우는 접촉을 일주일에 2~5회 이상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큰 걱정은 내려놓아도 됩니다.
고양이, 집에서만 키우면 무사한가?
답은 ‘No’ 입니다.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와 고양이도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를 바깥에서 산책시킬 경우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더욱 높아집니다. SFTS는 2013년 국내에 처음 발생한 신종 감염병이라 아직 백신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외출 전후로 고양이의 털에 진드기 기피제를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