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가족과 함께 충남 천안의 한 워터파크를 찾은 초등학생이 이동식 매장에서 이른바 ‘용가리 과자’를 먹고 위에 구멍이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가리 과자는 뻥튀기와 같은 푹신푹신한 과자에 액체질소를 넣어준 과자를 말한다. 과자를 먹으면 입과 코로 하얀 연기가 나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문제는 초등학생이 용기에 남아 있던 과자 부스러기를 입에 털어 넣다가 액체질소를 섭취한 것이다.
1. 질소 기체는 안전하다
질소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원소로 색깔이나 맛이 없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공기 부피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어서 숨을 쉬는 동안 폐를 드나들거나, 음식을 먹을 때 위로 들어가 소화기관을 통과하기도 한다.
기체 상태의 질소는 화학적으로 다른 물질과 반응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식품의 선도를 유지하는 데 사용한다. 특히 과자의 산화와 부스러짐을 막기 위해 과자 봉지에 넣는다. 빵빵하게 부풀려진 과자 봉지 안에는 질소 기체가 들어있다.
질소는 국내는 물론 국제식품규격인 코덱스(CODEX)와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에서도 식품첨가물로 허용한 물질이다.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 질소의 일일허용섭취량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할 정도로 안전하다.
2. 섭씨 영하 196도 액체질소, 동상 일으켜
액체질소 역시 식품첨가물공전에 포함된 식품첨가물로 무색, 무취의 액체 형태로 가공식품 제조 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액체질소 자체를 섭취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질소는 1기압에서 어는점이 섭씨 영하 210도, 녹는점이 섭씨 영하 196도다. 그래서 질소가 액체 상태로 유지되는 온도는 섭씨 영하 200도 정도로 극저온이다.
액체질소가 피부에 닿으면 피부는 순식간에 얼어붙어 심한 동상을 입는다. 액체 질소에 담근 장미꽃이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부서지는 것처럼 피부가 부서질 수도 있다. 김태한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액체질소처럼 매우 낮은 온도에 노출되는 경우 짧은 시간에도 조직이 얼면서 손상될 수 있다”며 “액체질소를 취급할 때는 반드시 단열 장갑 등의 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고, 먹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가리 과자를 먹고 위에 구멍이 난 이유도 액체질소가 위에 닿아 일종의 동상을 입혔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액체질소를 먹은 경우 개별 조치에 시간을 보내지 말고 재빨리 응급실부터 찾는 게 좋다”며 “액체질소가 피부에 닿아 동상을 입은 경우에는 체온 정도의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 환부의 온도를 조금 높인 뒤 응급실로 오면 된다”며 “그렇다고 불을 쬐거나 드라이기를 이용하는 등 건조한 상태에서 온도를 높이는 방법은 조직의 손상을 더 심하게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3. 드라이아이스, 빙초산 등 다른 식품첨가물도 조심
아이스크림처럼 냉동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식품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드라이아이스도 위험하다. 드라이아이스는 고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로, 섭씨 영하 78.5도 이하다. 드라이아이스 역시 맨손으로 만지는 것은 물론 섭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을 섞어 식초 대신 사용하는 빙초산도 주의해야 한다. 식품위생법에 의한 식품첨가물 규격에서 빙초산은 아세트산 99% 이상을 함유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물을 섞지 않는 빙초산은 산성도(pH)가 3 이하인 강산성으로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힐 수 있다.
이번 액체질소 사건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액체질소 안전관리 대책을 추가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동규 식품의약품안전처 첨가물기준과 연구관은 “8월 행정예고를 통해 액체질소 잔류 식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접촉 시 위해를 줄 수 있는 드라이아이스와 빙초산 등 식품첨가물 사용 실태를 조사하는 등 전반적인 안전관리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관리 강화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소비자 역시 호기심을 자극하는 식품을 구입할 때 조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