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의 조건은 매우 다양하고 유동적이다. 이러한 복잡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컴퓨터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컴퓨터는 이제 사회 또는 직업상 각 분야에서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건축설계 사무실에서도 경영 뿐 아니라 설계 도면 작성이나 도면으로 부터 직접 건물을 짓는 시공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다.
1960년대에 미국 MIT대학에서 최초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건물 평면을 스케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후 계속적인 연구와 실무적용을 거듭해 온 결과 이제는 건축물의 계획과 설계를 제도판이 아니고 컴퓨터 작업대 앞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시스팀이 상업적으로 개발되어 판매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상당히 비싼가격으로 생각되어 건설 시공회사를 제외한 설계 사무소에서는 그다지 많이 구비하고 있지는 않으나 지속적으로 가격이 싸지고 있는 하드웨어와 컴퓨터 그래픽 터미널의 향상, 사용자가 어렵지않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컴퓨터 운영시스팀 등으로 앞으로 설계사무실에의 컴퓨터 등장은 쉽게 예견할 수가 있다.
건축의 미적요소를 만족시키려면
건축물이 지어지기 전에 설계자는 모델을 만들어 여러가지 요소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최종 설계 모델이 만들어지기 까지 단계별로 여러가지 대안들이 제시 된다. 건축설계는 공학적인 요소외에 예술 혹은 미적인 요소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며 근래에는 인간본위적인 혹은 사회 심리적인 요소까지 고려하여 설계에 반영한다. 그러므로 설계가 진행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 요소들의 복합적 관계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설계안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다음단계로 진행하기 전에 제시된 여러안들이 정확하고 철저히 분석되어야 한다.
일단 중간단계에서 채택된 설계안이 다음단계를 거쳐 상세한 설계가 완성되면 시간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전단계로 돌아가서 다른 설계안으로 변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설계상의 제약점은 상당히 많다.
건축물의 모델링은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자력 발전소의 복잡한 파이프 설계에서 2차원적인 설계용지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파이프의 공간적 통로를 시공하기 전에 미리 검토해볼수가 있다. 또한 건축설계는 예술적인 요소가 많기때문에 설계되는 건축물의 3차원적 형상화와 시각화는 매우 중요하다.
(그림2)는 설계된 모델을 다양한 관점에서 시각화하여 주고 있다. 이러한 시각화는 많은 계산이 필요하므로 전에는 대행 대형 컴퓨터가 필요했으나, 현재는 개인용 컴퓨터(PC는 아니고 워크스테이션급 컴퓨터)에서 계산능력이 갖추어져 있어, 설계대상물의 시각적 분석은 매우 용이해졌다. 예술은 개개인에게 다른 의미를 가지며 미적기준은 설계자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미적요소에 대한 분석은 형상화와 시각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여러가지 설계대안들의 시각화는 기다림이 없이 즉시 이루어져 공간적 구성을 지체없이 변경해가며 분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3차원 데이타베이스
건축물의 모델은 다양한 관점에서 설계의 진행 상태에 따라 분석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모든 상태에 필요한 완전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가능케하는 것은 도식화된 시공대상물체의 온갖 정보를 보관하는 데이타베이스이다. 설계 데이타베이스는 경영관리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데이타베이스와 유사하지만, 경영관리 데이타베이스는 1차원 혹은 2차원적이고 설계 데이타 베이스는 3차원적이다.
하나의 설계 모델을 건축가는 언제나 다른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기를 원한다. 기둥과 벽 그리고 보와 슬라브로 구성된 구조물로써 파악할 수도 있고, 미적 차원에서 이러한 구조물로써 이루어지는 공간들에 대한 구성방법에 대해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오피스로 사용될 방을 분석할 때 방의 형태에 따라 가구의 배치를 고려할 수도 있지만, 이방을 구성하는 벽체들의 자료와 기둥이나 보의 위치에 따라 조명기구의 위치 설정까지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복잡한 대상물들의 관계를 쉽게 파악하여 설계상의 모순이나 결함을 제거하는데 전통적인 설계방법보다 낫다는 확신에서이다.
또한 (그림3)에서 보는바와 같이 콘크리트나 벽돌쌓기를 하는 방식을 그림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무수히 많은 건축재료를 인간의 기억속에 모두 기억할 수도 없으며, 계속하여 새로운 재료나 건축시공 방법이 개발되어 가므로 이들을 건축가는 손쉬운 곳에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모델이 실제로 지어질때 얼마만큼의 예산이 필요한 지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도 건축재료들에 대한 정보의 데이타베이스는 꼭 필요하다.
설계전문가시스팀의 허와 실
인공지능은 그동안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방식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건축설계시스팀에서도 이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설계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하였다. 설계 전문가 시스팀이라는 것을 구현하려는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나, 건축에 필요한 전문적 지식이 무엇이며 이들은 어떻게 얻어지는지에 대한 완전한 인식없이 진행된 연구는 성과없이 끝났다. 즉 전문가시스팀만으로 설계를 진행하려고 한데에 실패의 원인이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법은 설계 시스팀을 보완하여 설계자의 능력을 보강할수는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다른 차원의 정밀자료를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타베이스상의 자료들 관계를 지식베이스에 보관하여, 필요에 따라 건축물의 모델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이 지식베이스에서는 (그림4)와 같은 구조로 건축물의 요소들에 관한 지식, 공간구성에 관한 지식, 그리고 설계방법과 과정에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와같은 건축지식에 대한 필요성은 최근의 전문가 시스팀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지구상에 건축물이 존재하면서 부터 설계과정과 방법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그러므로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시스팀은 전통적인 설계과정과 방법을 보완해주는 도구가 되어야지 설계자체를 주도하는 모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설계방식이나 과정에 관한 완전한 지식베이스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연구들은 법칙화할 수 있는 지식들을, 인공지능기법을 이용하여 특정한 문제를 풀기위한 보다 이지적인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것이다. 구조계산, 건축법규준수검토, 건설비용계산, 공정관리 등 전에도 개발되었던 프로그램이지만, 이들을 보다 발전시켜 어떤 기준이나 공식으로 이들이 산출되는지 그 과정까지도 사용자에게 전달함으로써 분석에 대한 신뢰가 더해진다.
현재 이러한 개별적인 분석 프로그램을 어떻게 통합하느냐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과제이다. 각 단계별로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만 제시된 대안중 가장 나은 설계안을 채택할 수가 있으며, 다음 단계로 진해된 수가 있다.
교육자료 활용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프로그램은 교육적인 자료와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림5)에서와 같이 건물이 이루어지는 개념을 설명할 때, 설계이론과 건물의 실체를, 과정을 통하여 보여줌으로써 이해도를 높일 수가 있다. 건축역사는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많은 설계의 개념을 이러한 과거의 건축물로부터 배운다. 가능하면 답사를 통해 역사적 건축물들을 경험하지만, 흔히 슬라이드나 책이나 잡지를 통해 익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이런 건축물들을 재현하여 실제로 현장에서 걸어다니며 관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어, 보다 직접 경험에 가까운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가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시스팀은 이제 그 위치를 정립하기 시작했다. 건축도 이와 병행하여 보다 과학화, 이론화되고 있다. 완전한 설계, 능률적이고 경제적인 시공, 그리고 안전하고 쾌적한 건축환경의 창조는 이제 컴퓨터와 더불어 실현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