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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해양탐구 프로젝트 I 부산, 청년과 바다를 꿈꾸다

기자는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졸업했죠. 10월 22일 ‘미래세대 해양탐구 프로젝트’가 부산에서 열렸습니다.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가 지역 청소년들을 해양신산업이라는 부산 특화 분야의 과학기술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기자는 이미 고향을 떠난 이였지만 궁금했습니다. 부산에서 할 수 있는, 부산만의 산업과 기회는 무엇이 있는지요. 그래서 날이 유난히 따뜻했던 10월 22일 기차를 타고 부산 창의융합교육원으로 향했습니다.

이제는 무인 선박시대, 자율운항선박

“테슬라 알아요?” 해양 빅데이터 강의를 맡은 김동현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질문하자 모든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테슬라라고 했을 때 어떤 게 떠오르냐는 질문에 이세현 부산 진여중 2학년 학생이 “자율주행 자동 차”라고 대답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곧바로 영상을 하나 보여 줬습니다.

세계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데 성공한 국내 자율운항선박이었습니다. 자율운항선박이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사용해 무인으로 운항하는 선박입니다. 2022년 2월 미국에서 출발해 33일 만에 충남 보령항에 도착한 국내 LNG운반선은 총 2만km 중 1만km를 자율운항모드로 항해했습니다.

선박의 최적 경로를 찾기 위해서 전세계 하 늘과 바다에서 기후 데이터와 선박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수집합니다. 우이영 과학커뮤니케이터가 해양 빅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는 지를 묻자 학생들이 입모아 대답했습니다. “인공위성!” 바다 는 크고 넓기 때문에 해양산업 분야의 빅데이터는 대부분 인공위성으로 수집한다는 설명이 덧붙었습니다.

우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이어서 인공위성 키트를 하나씩 나눠줬습니다.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기자도 자리에 앉아 같이 인공위성을 만들어봤습니다. 회색 태양광 패널이 장착된 날개를 먼저 만들고 본체를 차례로 조립했습니다. 목공 풀만 가지고 본체 크기가 10cm 정도 되는 나만의 인공위성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인공위성은 카메라 모듈이 부착된 합판 조립으로 완성됐죠. 위성이 실시간으로 해양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카메라를 노트북에 연결해 수온지도를 촬영해봤습니다.

노트북에 설치돼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역별 수온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보라색은 9℃, 파란색은 11℃, 노란색은 20℃였습니다. 강신영 부산 사직여중 2학년 학생은 노트를 꺼내 이를 꼼꼼히 기록하더군요.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수온지도가 어느 계절의 지도인지 토론했습니다.

모두가 겨울 바다라고 생각했던 수온지도는 봄 바다였습니다. 천천히 뜨거워지고 천천히 차가워지는 수온의 특성 때문에 바다는 육지보다 한 계절씩 늦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새로운 직업부터 지구와 공생 가능한 방법까지

점심을 먹고 내려간 창의융합교육원 지하 해양과학전시실에는 다양한 체험시설들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지역별 바다 표층 수온을 느낄 수 있는 기계에 손바닥을 대보니 극지방 수온과 적도 지역 수온은 마치 목욕탕 냉탕, 온탕 같았습니다. 각 바다의 평균 수온은 1~2℃, 28~30℃ 였거든요. 평균 수온이 18~20℃ 수준인 부산 앞바다는 적당히 시원했습니다.

서핑보드에 올라 타 파도의 흐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설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파도를 이용한 파력발전의 유형을 소개하고 인공 파도를 만들어 파력발전 원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수조 앞에도 학생들이 북적였습니다. 가상현실(VR) 고글을 쓰고 광안리 바다를 둘러볼 수도 있었지요. 평소 화학에 관심이 많다는 강신영 학생은 식물플랑크톤을 바이오 연료로 만드는 주요 단계가 시료로 전시된 게 가장 재밌었다고 말했습니다.

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해양신산업에 대해 배운 것들을 드뉴스로 만들어보며 일일 기자가 됐습니다. 홍영채 부산화교중 3학년 학생이 이끄는 3조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바다에 만들어낸 새로운 직업들을 찾아보고 이를 카드뉴스로 제작해 발표했습니다. 해양데이터과학자, 해양에너지시스템개발자, 조선공학기술자 등이 있었습니다.

부산진여중 학생들로 구성된 조는 해양 정화운반선을 소개하는 카드뉴스를 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해양 쓰레기를 수거해 육지로 가지고 와 매립했지만 해양 정화운반선은 해양쓰레기를 수거한 후 이를 선박 내에서 동결파쇄해 다시 선 박의 연료로 활용합니다. 서민교 부산진여중 2학년 학생은 “해양 쓰레기를 줄일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이 없다는 점이 인상깊어 정화운반선을 주제로 뽑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친환경’은 학생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미래 해양 신산업 분야 키워드였습니다. 부산 영남중 학생들은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알리는 카드뉴스를 제작했습니다. 장재욱 영남중 2학년 학생은 “우리가 일주일에 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아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바다에 풍부한 미세조류로 만드는 바이오연료를 소개하는 조도 있었습니다.

청년에게 삶의 터전이 될 부산 앞바다

기차를 타고 다시 찾은 고향에서 기자는 바다와 해양신산업에 대해 배웠습니다. 부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생각해보면 한 번도 ‘바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적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부산시는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이번 ‘미래세대 해양탐구 프로젝트’를 향후 중·고등학교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으론 더 많은 부산 청소년들이 바다와 가까워지겠죠.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 ‘노인과 바다’는, 언젠가부터 부산을 설명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떠나는 청년들을 잡지 못한 부산은 2022년 전국 특광역시 중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노인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과학을 품은 해양신산업이 청년들에게 삶의 터전이 돼 이 도시가 ‘청년과 바다’가 될 수 있을까요? 그 실마리를 창의융합교육원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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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부산=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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