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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노벨상 꿈나무들,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다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2017

“세종시에 살면서 평소에 금강을 자주 보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강이 녹조로 가득 뒤덮여 있더라고요. 충격을 받아서 녹조 제거에 관한 논문은 다 찾아봤죠. 그중 석회석을 이용하는 제거 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대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굴 껍질의 성분 변화를 통한 녹조 제거’를 주제로 본선에 진출한 곽유승 학생(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2)은 버려지는 굴 패각을 이용하면 여름마다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오르는 녹조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곽 군의 아이디어를 본 한 심사위원은 “가루 형태가 아니라서 수거 가능한 흡착제”라며 차별성을 높게 평가했다.

청소년에게 과학자의 꿈을 주고 미래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찾는 취지에서 시작된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가 올해로 7회를 맞았다. 한화 그룹이 주최하고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지구를 살리자(Saving the Earth)’라는 주제로 열렸다. 에너지, 바이오, 물, 기후변화 등 네 가지 연구 분야에 전국에서 609개 팀이 참가했다. 온라인 심사(4월)를 통과한 100개 팀이 지난 5월 27일 대전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에 모여 2차 예선을 치렀다. 그리고 이달 초 본선에 진출할 20개 팀이 추려졌다.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연구
“미래의 노벨상은 그동안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부터 나올 것입니다.” 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은기 인하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2차 예선을 위해 모인 참가자들에게 선발 기준인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끈기 있는 자세’를 여러 번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본선 진출팀들의 연구는 기발했다. ‘목조 건축물을 지키기 위한 흰개미 탐지’를 주제로 참가한 ‘앤트맨(Ant-Man)’ 팀은 개미의 배설물을 채취해 흰개미의 서식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키트를 제안했다. 앤트맨 팀의 강성준 학생(창원과학고 2)은 “액체크로마토그래피 장비로 개미의 배설물을 분석하면 썩은 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의 배설물에서 셀룰로오스 성분이 더 많이 검출된다”며 “목조 문화재를 파괴하는 주범인 흰개미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끈질긴 탐구 자세가 돋보이는 팀도 있었다. 곤충을 폐사시키는 박테리아를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로 막는 연구를 제안한 ‘곤충복지위원회’ 팀은 실제로 곤충이 사는 흙과 톱밥에서 박테리아파지를 3개월 동안이나 찾았다. 곤충복지위원회 팀 이은교 학생(대전제일고 2)은 “최근 곤충이 미래 식량과 의약품의 재료라고 해서 대량으로 키우는데, 정작 질병과 폐사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없다”며 “곤충의 서식지에 박테리오파지를 스프레이로 뿌려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도 쉽게 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연구였다.


아이디어·경험 공유의 장
본선은 8월 23일부터 2박 3일 동안 경기도 가평에 있는 한화 인재경영원에서 열린다. 2차 예선을 통과한 연구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으로 구현해 그 과정과 결과를 겨루는 자리다. 본선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각자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뿐만 아니라, 다른 팀의 연구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벌인다. 날카로운 질문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방어하는지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바이오 분야에 출전한 ‘연어 말고 돼지!’ 팀의 서하빈 학생(대전제일고 2)은 “대회에 나와 새로운 연구 주제를 접하고,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연구하는지도 직접 볼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본선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인 팀에게는 대상과 장학금 4000만 원이 수여된다. 그밖에 대상, 금상, 은상 수상팀에게는 해외특별프로그램 참여 기회도 주어진다. 사실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장학금보다 이 해외특별프로그램이 큰 인기였다. 지난해 대회에서 입상해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김양효 학생(대전 도안고 3)은 “개인으로는 갈 수 없는 유럽의 연구소들을 방문하면서 진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본선 진출에 실패한 학생들은 내년을 기약했다. 2차 예선 현장에서 만난 정광현 학생(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1)은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는 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큰 대회”라며 “될 때까지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젊은 과학도들이 이렇게 패기와 자신감을 가지는 것 자체가 노벨상을 타는 것보다 더 값진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대전=이영혜 기자
  • 사진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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