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생태는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위해 파견한 관리가 '신선의 나라'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우수하다.백두대간을 근간으로 풍부한 자연환경을 갖춘 통일 한국을 위해 남북한간의 생태교류 현황과 방향이 무엇인지 짚어보자.
1965년 남한 조류학자가 날려보낸 새를 북한 조류학자가 발견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남북 조류학자의 관계가 부자(父子) 사이였다. 6.25전쟁으로 헤어진 북의 원홍구, 남의 원병오 박사였던 것이다. 아마도 새가 이들 부자의 마음을 알았나보다.
당시 갈려진 남북은 이들의 만남을 불허했고 아버지와 아들의 연구를 서로 공유할 수 없게 만들었다. 만약 남북이 분단되지 않았다면 원병오 박사는 아버지 원홍구 박사와 함께 한반도 전국토를 돌아다니며 지금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두지 않았을까.
1990년대 들어서 남북간의 교류가 여러 방면에서 민간차원으로 시작됐다. 현재 생태분야에서도 제3국을 통해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1994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생물명 통일작업. 한가지 새를 두고 남에서는 두루미, 북에서는 흰두루미로 부르고 있다(표 참조).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남북한간 용어의 차이가 교류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생물명 통일작업이 먼저 이뤄지고 있다. 현재 포유류와 조류의 생물명을 검토해서 이들에 대한 표기 기준을 마련중이다. 그 기준으로 제안된 것은 생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것, 오래된 것, 그리고 방언보다 표준어에 가까운 것 등이라고 한다.
금강산 개발로 철새 쉼터 잃어
또다른 교류는 1996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공동 연구로, 두루미와 저어새가 주요 대상이다. 이들 새가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 서식하는 환경이 얼마나 건강한지, 그리고 이들을 보존하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가 전문가들의 관심사다. 철새들은 한반도의 위아래를 이동하기 때문에 공동연구를 통해 한반도의 실질적인 생태환경을 확인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몇년 전 북한의 홍수와 가뭄으로 갑자기 남한의 한 서식지에 철새의 숫자가 증가한 일이 있었다. 전문가들이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남한뿐 아니라 북한 환경까지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지를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문가들 중 개별적으로 북한 생물 표본을 받아 DNA 조사를 실시해 그 생물이 북에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도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생태분야의 교류는 각종 경제개발분야의 교류에 비해 상당히 미비하다. 더욱이 경제교류로 인해 북한의 자연은 훼손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남한 사람을 위한 금강산 온천 개발이 두루미, 고니와 같은 겨울철새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온천이 개발된 온정리라는 곳은 매우 중요한 철새이동지인데, 관광객들의 목욕물로 인해 그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겨울철새가 남한의 동해 석호와 자연호수지역으로 이동해오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커진다.
남북한의 자연환경은 따로 생각될 수 없다. 한반도를 한줄기로 잇는 백두대간이 그 속에 살아가는 자연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적으로 백두대간의 역할은 실로 막대하다. 백두대간은 20년 이상 된 원시림으로 구성돼 멸종위기 동식물의 세계적인 핵심 서식지다. 백두대간을 이루고 있는 산들이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동물이 이동할 수 있고 식물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생태연결고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현재는 한반도의 허리에서 그 연결고리가 절단된 상태다.
다행히도 현재의 백두대간은 여전히 다양한 생물종을 자랑한다. 백두산에만도 호랑이, 사슴, 불곰, 사향노루 등을 비롯해 무려 1천8백여종의 각종 동물이 살고있을 정도다(1998년 10월호 ‘북한 천연기념 동물15’ 참조).
한국자연환경과학정보연구센터 한상훈 박사는 “현재의 백두대간은 허리가 잘린 한 몸이다” 라고 지적한다. 마치 인체와 같아 한군데에서 병이 나면 다른 곳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체(一體)의 환경인 셈이다.
진돗개와 풍산개 교류
따라서 앞으로 남북한간의 경제교류뿐 아니라 생태교류를 통해 한반도 전체의 자연환경을 보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민간차원이던 교류가 정부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태분야의 남북한 전문가를 파악해 전문모임을 형성, 구체적인 생태교류를 선정해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특히 남북 접경지역인 비무장지대의 공동연구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생태조사가 민통선 중심으로 행해졌을 뿐 이 지역에 대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본격적인 남북 교류로 철도와 도로 등으로 남북이 연결되면, 이 지역의 활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따라서 분단 50년 동안 보존돼 온 비무장지대의 생태를 지키기 위해 남북한간 공동 조사가 매우 절실하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 때 진돗개와 풍산개를 선물로 주고받았다. 남과 북을 대표하는 진돗개와 풍산개의 교류처럼 생태분야도 원활한 교류가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 또 이번 기회에 철책을 없애 진정한 백두대간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생태분야의 남북한간 교류와 협력은 통일 한반도의 자연환경을 보전해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환경에도 이바지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