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알쓸신잡’이 인기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 5인이 수다를 떠는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인데요. 방송에서 제 귀를 사로잡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 방송에서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아이의 성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의 성을 따라야 한다”고 했는데요. 이런 주장을 한 이유는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DNA 때문입니다. 사람의 세포에는 핵, 소포체, 미토콘드리아 등 다양한 세포소기관이 있는데요. DNA를 가지고 있는 건 핵과 미토콘드리아뿐입니다.
미토콘드리아 DNA(mtDNA)와 호주제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mtDNA는 오롯이 엄마에게서 온 DNA입니다. 우리는 엄마와 아빠로부터 정확하게 절반씩의 DNA를 물려받았다고 알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엄마에게서 조금 더 많은 유전자를 물려받습니다. 난자는 정자보다 5배 이상 크기가 큽니다. 그 안에는 핵과 각종 영양분이 있는 세포질, 그리고 미토콘드리아가 있죠. 즉, 2세의 세포질과 미토콘드리아는 엄마의 것과 똑같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엄마에게서, 엄마는 외할머니, 외할머니는 다시 외증조할머니에게서 물려받았죠. 이렇게 이전 세대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는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987년 미국 하와이대 레베카 칸 교수는 전세계 여성 147명의 mtDNA를 분석해, 모든 현생인류가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던 한 여성(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부릅니다)으로부터 기원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굳이 따지자면 혈통을 추적할 수 있는 여성의 성을 따르는 것이 과학적으로 맞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