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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동안 학계에서 인정돼 온 공룡의 분류체계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연구가 나왔다. 그동안 먼 관계였던 새 엉덩이의 조반류 공룡과 도마뱀 엉덩이의 수각류 공룡이 가까운 형제라는데….
지구에 살다간 생명체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굳어진 ‘정설’이 있다. 상상 이상의 크기와 힘을 자랑하며 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룡도 마찬가지다. 공룡은 육지가 하나의 대륙(초대륙 ‘판게아’)이던 약 2억3000만 년 전의 지구, 지질학적으로 중생대라 일컫는 시기에 등장해 번성했다가 약 6600만 년 전 대부분이 사라졌다(새만 살아남았다).
학자들은 공룡 진화의 비밀을 알기 위해 발견된 화석을 토대로 계통분류도를 작성해 왔다. 생물의 진화사를 알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생물 집단 사이의 해부학적 구조의 차이를 밝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1888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지리학과 해리 실리 교수가 약 2억3000만 년 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초기 때 공룡이 골반과 관절에 기초해, 크게 도마뱀과 비슷한 골반을 가진 ‘용반류’와 새와 비슷한 골반의 ‘조반류’라는 두 분류군으로 나눌 수 있다고 ‘런던왕립학회보’에 발표했다. 실리 교수는 “용반류의 치골은 앞쪽으로 뻗어 엉덩이뼈와 함께 삼각형의 구도를 만들며, 조반류의 치골은 엉덩이뼈와 나란히 뒤쪽으로 뻗어 있다”고 설명했다.
골반 형태를 기초로 해서 분류한 결과, 주로 육식성인 수각류 공룡과 목이 길고 거대한 초식성의 용각류 공룡이 용반류에 포함됐고, 조반류 공룡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중간형의 공룡을 고려해 최소 사촌 이상의 먼 친척으로 분류했다. 현재까지도 엉덩이뼈를 바탕으로 하는 실리 교수의 구분법이 이용되고 있다.
수각류 공룡은 조반류와 형제일까
그런데 최근 이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런던자연사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약 2억45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의 공룡의 시대 중 초기 1억 년 동안에 살았던 공룡을 비교 분석한 결과, 수각류 공룡이 용반류보다는 조반류와 더 가깝다는 새로운 가설을 세워 지난 3월 22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doi:10.10138/nature21700).
지구에 살다간 생명체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굳어진 ‘정설’이 있다. 상상 이상의 크기와 힘을 자랑하며 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룡도 마찬가지다. 공룡은 육지가 하나의 대륙(초대륙 ‘판게아’)이던 약 2억3000만 년 전의 지구, 지질학적으로 중생대라 일컫는 시기에 등장해 번성했다가 약 6600만 년 전 대부분이 사라졌다(새만 살아남았다).
학자들은 공룡 진화의 비밀을 알기 위해 발견된 화석을 토대로 계통분류도를 작성해 왔다. 생물의 진화사를 알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생물 집단 사이의 해부학적 구조의 차이를 밝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1888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지리학과 해리 실리 교수가 약 2억3000만 년 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초기 때 공룡이 골반과 관절에 기초해, 크게 도마뱀과 비슷한 골반을 가진 ‘용반류’와 새와 비슷한 골반의 ‘조반류’라는 두 분류군으로 나눌 수 있다고 ‘런던왕립학회보’에 발표했다. 실리 교수는 “용반류의 치골은 앞쪽으로 뻗어 엉덩이뼈와 함께 삼각형의 구도를 만들며, 조반류의 치골은 엉덩이뼈와 나란히 뒤쪽으로 뻗어 있다”고 설명했다.
골반 형태를 기초로 해서 분류한 결과, 주로 육식성인 수각류 공룡과 목이 길고 거대한 초식성의 용각류 공룡이 용반류에 포함됐고, 조반류 공룡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중간형의 공룡을 고려해 최소 사촌 이상의 먼 친척으로 분류했다. 현재까지도 엉덩이뼈를 바탕으로 하는 실리 교수의 구분법이 이용되고 있다.
수각류 공룡은 조반류와 형제일까
그런데 최근 이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런던자연사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약 2억45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의 공룡의 시대 중 초기 1억 년 동안에 살았던 공룡을 비교 분석한 결과, 수각류 공룡이 용반류보다는 조반류와 더 가깝다는 새로운 가설을 세워 지난 3월 22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doi:10.10138/nature2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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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계통분류 프로그램을 이용해 약 3년 동안 74종의 공룡 화석에서 450여 가지의 해부학적 특징을 선별해 각각의 특징에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수각류와 조반류 공룡에서 콧구멍 안쪽에 위치한 뇌공, 턱의 후방 표면에 세로로 날카롭게 솟은 뼈의 모양, 눈의 천공가장자리와 떨어진 광대뼈 등 21개의 유사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수각류와 조반류를 함께 포함하는 새로운 분류군인 ‘오르니소스켈리다(Ornithoscelida)’를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전의 분류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초기 공룡화석의 해부학적 특징을 찾아내면서 공룡 분류 체계를 다시 세우게 됐다. 논문 제1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구과학과 매튜 바론 연구원은 “조반류 공룡의 고유한 해부학적 특징과 수각류 공룡이 닮은 부분을 단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초기 공룡의 데이터를 모아 1세기가 넘은 지배적인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트라이아이스기초기의 조반류 공룡은 피사노사우루스나 레소토사우루스정도가 있었을 뿐, 특징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모양을 갖춰 발견된 종이 별로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여기에 의심을 품고 이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시 수각류, 헤레라사우루스의 퇴장
또 이번 연구에서는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살았으며, 가장 오래된 수각류 공룡 중 하나로 꼽히던 ‘헤레라사우루스’를 용반류로 재분류했다.
연구팀은 헤레라사우루스의 이빨 구조나 식성 등이 ‘파충류인 공룡보다는 소형 포유류와 더 닮았다’고 설명했다. 헤레라사우루스는 잡식을 하면서 신체적 특징은 수각류 공룡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등 여러 분류군의 특징을 골고루 가져 하나의 분류로 단정하기 어려운 공룡이었다.
이 교수는 “헤레라사우루스를 수각류가 아닌 용반류와 묶은 것도 특이하다”며 “용반류의 용각류 공룡과 이빨 형태가 닮은 것을 중요하게 보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제시한 족보가 사실이라면 수각류 공룡의 역사도 새로 써야 한다. 지금까지 수각류 공룡은 초대륙 중 지구 남반구에 위치했던 고대 대륙 곤드와나에서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가장 초기 공룡 중 하나인 헤레라사우루스의 화석은 모두 아르헨티나 북서부에서 약 2억314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헤레라사우루스가 수각류 공룡이 아니라면, 이 공룡 혈통의 시작점이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북반구 고대륙 로라시아가 된다. 바론 연구원은 “공룡 진화의 역사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신호탄”이라며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되면 공룡의 정의와 기원을 송두리째 흔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전의 분류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초기 공룡화석의 해부학적 특징을 찾아내면서 공룡 분류 체계를 다시 세우게 됐다. 논문 제1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구과학과 매튜 바론 연구원은 “조반류 공룡의 고유한 해부학적 특징과 수각류 공룡이 닮은 부분을 단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초기 공룡의 데이터를 모아 1세기가 넘은 지배적인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트라이아이스기초기의 조반류 공룡은 피사노사우루스나 레소토사우루스정도가 있었을 뿐, 특징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모양을 갖춰 발견된 종이 별로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여기에 의심을 품고 이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시 수각류, 헤레라사우루스의 퇴장
또 이번 연구에서는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살았으며, 가장 오래된 수각류 공룡 중 하나로 꼽히던 ‘헤레라사우루스’를 용반류로 재분류했다.
연구팀은 헤레라사우루스의 이빨 구조나 식성 등이 ‘파충류인 공룡보다는 소형 포유류와 더 닮았다’고 설명했다. 헤레라사우루스는 잡식을 하면서 신체적 특징은 수각류 공룡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등 여러 분류군의 특징을 골고루 가져 하나의 분류로 단정하기 어려운 공룡이었다.
이 교수는 “헤레라사우루스를 수각류가 아닌 용반류와 묶은 것도 특이하다”며 “용반류의 용각류 공룡과 이빨 형태가 닮은 것을 중요하게 보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제시한 족보가 사실이라면 수각류 공룡의 역사도 새로 써야 한다. 지금까지 수각류 공룡은 초대륙 중 지구 남반구에 위치했던 고대 대륙 곤드와나에서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가장 초기 공룡 중 하나인 헤레라사우루스의 화석은 모두 아르헨티나 북서부에서 약 2억314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헤레라사우루스가 수각류 공룡이 아니라면, 이 공룡 혈통의 시작점이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북반구 고대륙 로라시아가 된다. 바론 연구원은 “공룡 진화의 역사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신호탄”이라며 “본격적인 공론화가 시작되면 공룡의 정의와 기원을 송두리째 흔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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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오는 초기공룡은 분석에서 빠져
신종 공룡이 나오고 그 특징들을 살필수록 초기 공룡의 진화를 정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공룡이 시작되기 직전 단계의 생명체들을 ‘다이노소로몰프’라 부른다. 이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의 지배파충류를 일컫는 가상의 동물 ‘테코돈트’가 있지만 명확히 증명된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대부분의 공룡학자들은, 공룡이 처음 진화돼 나왔을 당시부터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크게 발달해 뒷발만으로 걸을 수 있었으며, 수십 cm 정도로 작은 잡식성 생물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지난 4월 12일 ‘네이처’에는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이 텔레오크레이터라디누스라는 새로운 원시 공룡은 네 발로 걸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는 등, 이 역시 혼란상태다(doi:10.1038/nature22037).
공통의 조상에서 나온 다양한 공룡무리를 정의하는 것은, 발견된 몇 개의 화석만을 증거로 쉽게 결론 지을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제기된 분류체계 역시 논쟁 중이다.
이융남 교수는 “130년 만에 새로운 분류를 제시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면서 “그 분류를 따를 건지는 더 두고 봐야한다. 더 많은 데이터를 추가해 분석하면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금 공룡이 적게는 800종에서 1000종이 발견돼 있는데, (이 연구가)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며, 초기공룡으로 했다고 하지만 최근에 발견된 초기 공룡들의 데이터는 아예 넣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미소니언협회 자연사박물관 한스-디터 슈스 척추 고생물학 박사도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기존의 계통수를 완전히 바꿀 단계는 아니다”라며 “최근 남아메리카에서 많은 공룡들이 새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기 공룡시대에 북아메리카에 형성된 암석층도 동시대의 남아메리카 암석층만큼 철저히 탐사해야 한다”며 “게다가 우리가 화석기록을 알지 못하는 곳은 전 세계에 수두룩하게 널려있다”고 덧붙였다.
신종 공룡이 나오고 그 특징들을 살필수록 초기 공룡의 진화를 정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공룡이 시작되기 직전 단계의 생명체들을 ‘다이노소로몰프’라 부른다. 이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의 지배파충류를 일컫는 가상의 동물 ‘테코돈트’가 있지만 명확히 증명된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대부분의 공룡학자들은, 공룡이 처음 진화돼 나왔을 당시부터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크게 발달해 뒷발만으로 걸을 수 있었으며, 수십 cm 정도로 작은 잡식성 생물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지난 4월 12일 ‘네이처’에는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이 텔레오크레이터라디누스라는 새로운 원시 공룡은 네 발로 걸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는 등, 이 역시 혼란상태다(doi:10.1038/nature22037).
공통의 조상에서 나온 다양한 공룡무리를 정의하는 것은, 발견된 몇 개의 화석만을 증거로 쉽게 결론 지을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제기된 분류체계 역시 논쟁 중이다.
이융남 교수는 “130년 만에 새로운 분류를 제시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면서 “그 분류를 따를 건지는 더 두고 봐야한다. 더 많은 데이터를 추가해 분석하면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금 공룡이 적게는 800종에서 1000종이 발견돼 있는데, (이 연구가)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며, 초기공룡으로 했다고 하지만 최근에 발견된 초기 공룡들의 데이터는 아예 넣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미소니언협회 자연사박물관 한스-디터 슈스 척추 고생물학 박사도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기존의 계통수를 완전히 바꿀 단계는 아니다”라며 “최근 남아메리카에서 많은 공룡들이 새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기 공룡시대에 북아메리카에 형성된 암석층도 동시대의 남아메리카 암석층만큼 철저히 탐사해야 한다”며 “게다가 우리가 화석기록을 알지 못하는 곳은 전 세계에 수두룩하게 널려있다”고 덧붙였다.
+ 더 읽을거리
in 과학동아 31년 기사 디라이브러리(정기독자 무료)
‘재미있는 공룡족보’ (2000.1.)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001N034
in 과학동아 31년 기사 디라이브러리(정기독자 무료)
‘재미있는 공룡족보’ (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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